'팀내 1등이 전체 61등' 그래도 이정후 밖에 없다, SF 감독 "리드오프 중견수 할일 많지만, 더 강하게 쓸 것"

노재형 2024. 5. 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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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8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쿠어스필드 경기에서 4회 내야안타를 치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4회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이정후가 라몬트 웨이드 쥐니어 적시타로 홈을 밟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8일(이하 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펼치자 샌프란시스코는 모처럼 투타가 완벽한 조합을 이뤄내며 5대0의 완승을 거뒀다.

올시즌 샌프란시스코가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것은 세 번째다.

이날은 선발 카일 해리슨이 7이닝 4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펼친 덕분인데, 타선에서는 이정후와 또다른 젊은 타자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가 맹타를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MLB.com은 이날 쿠어스필드 경기의 수훈 선수로 해리슨, 라몬트 주니어, 이정후 순으로 랭킹을 매겨 평가했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3B1S에서 콜로라도 우완 선발 다코타 허드슨의 5구째 한복판으로 날아드는 89.8마일 직구를 받아쳐 우측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만들어냈다. 타구속도가 105.8마일로 하드히트였다.

이정후가 1회초 우전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4회 3루 쪽으로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해 뛰쳐나가고 있는 이정후. USATODAY연합뉴스

3회 풀카운트 끝에 9구째 허드슨의 슬라이더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한 이정후는 4회초 찬스를 연결하는 내야안타를 쳤다. 샌프란시스코는 1사후 맷 채프먼의 볼넷, 블레이크 세이볼의 우전안타로 1,3루 찬스를 맞았다. 닉 아메드의 3루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선취점을 뽑은 뒤 1사 1,2루에서 이정후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정후는 허드슨의 초구 82.3마일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돌렸다. 공이 살짝 빗맞으면서 3루쪽으로 천천히 흘러 안타가 됐다. 콜로라도 3루수 라이언 맥마혼이 잡아 재빨리 1루로 던졌지만, 이정후가 이미 베이스를 지나간 후였다. 이정후는 후속 웨이드 주니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4-0의 리드가 이어지던 6회초 비록 투수 앞 병살타가 됐지만, 상대 좌완 타이 블락의 몸쪽 88.9마일 싱커를 힘차게 받아쳐 강한 타구를 날렸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완 닉 미어스의 초구 97.2마일 한가운데 직구를 끌어당겨 1-2루간으로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로 세이프돼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콜로라도 1루수 엘레우리스 몬테로가 잡아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미어스에 던진 것이 악송구였지만, 이 송구가 제대로 들어갔다고 해도 이정후의 발이 빨랐을 것이라는 기록원의 판단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승리가 확정되자 마이클 콘포토, 이정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등 외야진 3인방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전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2안타, 이날 3안타를 치며 이틀간 5안타를 몰아쳤다. 지난 4일 필라델피아전 이후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빅리그 생활에 적응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35경기에 출전하면서 미 대륙 동부 원정을 두 차례 다녀왔고, 펜웨이파크와 같은 독특한 구장의 혹독함도 겪었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고지대 쿠어스필드도 이날 처음 경험했다.

중부지구 원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동거리로 따지면 동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정후는 타율 0.264(140타수 37안타), 2홈런, 7타점, 14득점, 출루율 0.314, 장타율 0.329, OPS 0.643을 마크했다. 최다안타 팀내 1위를 유지하며, 전체 공동 29위로 점프했다. 타율은 규정타석을 넘긴 173명 중 61위로 올랐다.

지역 유력 매체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가 이날 게재한 이정후 인터뷰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정후는 데뷔 첫 한 달간의 느낌을 밝혔다. 전체적으로 적응 과정이라고 했고, 톱클래스 선수들이 모인 리그의 수준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팀내 타율 1위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인터뷰에서 "한 리그에 엘리트 선수들의 플레이를 몰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게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시즌 개막 첫 6경기에서 타율 0.292(24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OPS 0.761을 마크하며 비교적 순조롭게 적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는 등 하락세를 겪기 시작했다.

NBC스포츠는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이정후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며 '이정후는 리그에서 삼진 잡기가 어려운 3번째 선수이기는 하나 그런 기술이 아직은 그를 자이언츠가 기대하는 완벽한 성공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운(運)'을 들었다. 매체는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은 낮은 쪽으로 상위 1%에 든다. 그런데 출루율이 0.304(7일 현재)에 불과하다. 그는 강한 타구를 치지만 빈 공간을 뚫는데 어려움이 있다. 상대 수비진은 이정후가 타석에 서면 유격수를 2루 근처에 세워놓는다'면서도 '이정후의 장타율은 0.319지만, 기대 장타율은 0.426에 이르기 때문에 자이언츠는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라고 해석한다. 기동력이 뛰어난 이정후의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은 확실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정후는 적응의 문제가 그라운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오면서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음식, 언어장벽, 환경, 경기 스케줄이 완전히 다르다. 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밥 멜빈 감독의 의견이다. 멜빈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 시절 김하성의 적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이정후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이정후에 대한 신뢰는 꽤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멜빈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이정후가 자신의 능력 최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매일 출전하는 일 밖에 없다. 그가 우리 팀의 주전 중견수 겸 리드오프를 맡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멜빈 감독은 KBO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메이저리그에 이정후를 잘 적응시키기 위해 이틀 연속 휴식을 주기도 했다.

멜빈 감독은 이날 NBC스포츠에 "리드오프로 나서는 선수는 많은 타석에 들어선다. 아주 중요한 포지션인 중견수로 뛰는 선수는 쉴새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우리는 이정후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를 좀더 강하게 밀어붙일 시점이 올 것(there will be a point where we push him a little bit harder)"이라고 밝혔다.

이정후의 능력을 믿고 하루도 쉬지 않고 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신뢰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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