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 넘은’ 보험사들…키·몸무게부터 수술기록까지 건보공단에 요청

김윤주 기자 2024. 10.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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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에 따라 민간 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명 처리한 의료정보 제공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이후 보험사들이 건보공단에 개인의 진료 내역과 건강검진 기록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건강보험 데이터 제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보험사에 유리한 상품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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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국민이익 침해 우려” 미승인
전문가 “보험사 유리한 상품 개발 등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에 따라 민간 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명 처리한 의료정보 제공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이후 보험사들이 건보공단에 개인의 진료 내역과 건강검진 기록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건보공단은 보험사들이 이 데이터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하면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거절했다. 최근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건강보험 데이터 제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보험사에 유리한 상품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7일 보면, 민간 보험사 5곳은 2021년 7∼8월 신규상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6건의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당시 한 보험사는 ‘질병 발생과 의료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겠다며, 진단명과 수술 여부, 입·내원 일수, 비용 등과 더불어 성별, 나이, 키, 몸무게, 체질량 지수, 혈압, 공복 혈당, 총콜레스테롤,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본인 및 가족 과거력, 흡연·음주 여부, 현재 복용 약 등을 요청했다.

다른 5개 연구도 비슷한 주제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요구했다. 개인별 진료 내역을 14년간 추적 관찰하겠다며 전국민 모집단의 2%에 이르는 100만명의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60살 이상이 겪는 주요 질병 등을 분석하겠다며 환자의 주소지와 보험료 분위, 진료 명세서 및 건강검진 데이터를 요구했다.

보험사들은 연구 목적으로 “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 “보험료 할인 적용”, “유병자 대상 보험상품 개발” 등을 들었다.

건보공단은 같은 해 9월 보험사들의 요청 6건을 미승인했다. △정보 주체, 즉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가 △자료 제공 최소화의 원칙에 적합한가 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에 “보험사들은 보장 확대를 위해 연구를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해 일부 국민을 배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더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공익적·과학적 연구 목적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언제 개인 동의를 받아가면서 정보를 활용하겠나. 데이터가 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영리 목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건보 데이터는 가명정보라 해도 보험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보와 결합하면 어떤 사람의 데이터인지 식별 가능한 수준의 자세한 개인 건강정보가 될 수 있다. 보험사가 이를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 가입을 선별적으로 받는 등의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권 국민건강보험공단노조 부위원장은 “건보공단 내부에서도 개인정보 식별 우려 등으로 민간 보험사 데이터 개방에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은 건보공단에 정보개방심의위원회를 두고 공익에 반하거나 제3자 이익 침해, 개인 식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건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이번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국민이 자신의 건강정보 유출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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