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휴 세븐아일랜드 공동대표 “파리 무대서 ‘부산’이라고 불린 순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김동주 2026. 1.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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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상’ 레스토랑 부문 수상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시상식
부산 건축물로는 최초 이름 올려
“자연 존중의 태도 통한 것 같아”

지난달 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간 김지휴 세븐아일랜드 공동대표는 블랙타이 차림의 세계 건축가들 사이에서 ‘부산, 코리아’(Busan, Korea)라는 지명을 들었다.

이날 열린 '2025 프리 베르사유(Prix Versailles)' 시상식은 박물관·호텔·레스토랑·공항·상업시설 등 7개 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선정하는 자리였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뽑힌 72개 프로젝트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레스토랑 부문 수상작으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카페 ‘세븐아일랜드’가 불린 순간이었다. 서울이 아닌 부산, 그것도 바닷가의 한 작은 공간이 세계적인 건축상 무대에 오른 이 장면은 김 대표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김 대표는 “아시아인 자체가 많지 않은 자리여서 조금 낯설었지만, 모두가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공감대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세븐아일랜드가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로 김 대표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꼽았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간을 만들자는 원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다를 최대한 가리지 않기 위해 좌석 높이를 낮추고, 절벽 위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까지 살린 선택도 같은 맥락이다. “솔직히 손님들 입장에서는 낮은 의자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을 존중하기 위해 감수한 부분입니다.”

세븐아일랜드는 가덕도 앞바다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섬에서 영감을 받아 각 동이 서로 다른 섬을 향하도록 배치됐다. 블랙 톤의 1층은 수면 아래 잠긴 섬을, 화이트 톤의 2층은 햇빛을 머금은 섬을 표현했다. “부산은 바다라는 굉장한 자연을 가진 도시잖아요. 그 바다와 함께 건축과 디자인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시상식 현장에서의 교류도 인상 깊었다. 프랑스 국적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 건축가는 세븐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봤다며 먼저 다가왔다. 김 대표는 “이 공간이 국경을 넘어 읽히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전했다.

수상 이후 방문객 시선도 달라졌다. 손님들이 “여기 상 받은 카페래”라고 말하며 들어올 때면 김 대표의 책임감도 커진다.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손님들이 찍는 사진 역시 공간의 디테일을 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상 받았다더라’ 정도였다면, 이제는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건축상’까지 정확히 알고 오세요.”

김 대표는 이번 수상이 부담도 안겼다고 말했다. “수상 순간부터 ‘이걸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해요. 공간을 아끼고 조심하는 태도가 결국 지속성을 만드니까요.”

세븐아일랜드는 현재 커피 브랜드 론칭도 준비 중이다. 유명 산지가 아닌 지역의 생두를 직접 들여와, 이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구상이다. “저희가 중요하게 보는 건 결국 경험입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출발한 공간인 만큼 커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은 한 카페의 성과를 넘어 부산 건축과 디자인의 가능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부산에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공간이 많다”며 “세븐아일랜드가 건축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흐름의 출발점 중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강조했다. “공간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정말 많은 의견과 제안이 오가요. 그럴수록 기획자는 처음 정한 기준을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한 가지 가치를 놓지 않았고, 그게 결국 세븐아일랜드라는 이야기로 완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