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CS 충격 7일①] 고금리 충격에 채권가치 하락…SVB, 뱅크런 36시간 만에 파산

이종희 기자 2023. 3.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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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19 기간 몸집 키워…자산 대부분 국채 보유
금리 인상에 기업 투자 줄고 보유 채권 가격 하락
스마트폰 금융 거래에 무너져 '폰 뱅크런' 분석도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있는 SVB 로고. 2023.03.13.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전 세계에 또다른 금융위기 공포를 불러 일으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17일(현지시간)로 일주일째다. 세계 금융시장은 진정되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시장은 SVB 파산 이후 이어진 금융기관들의 파산·위기 소식에 크게 출렁였다. 각국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완전 진화'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SVB 파산 사태 일주일을 맞아 원인과 배경, 영향과 전망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일어난 지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이후 미국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고,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SVB는 사명처럼 실리콘밸리에서 1983년 설립돼 지난 40년간 정보기술(IT)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금줄 역할을 한 은행이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자산 규모를 가진 은행으로, 역대 미국 내 은행 파산 규모로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에 이은 2위다.

이 은행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에 자금이 몰리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자 몸집을 크게 키웠다.

은행 자산이 2019년 말 710억달러(약 9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월 기준 2200억달러(약 286조9000억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예금도 620억달러(약 80조9000억원)에서 1980억달러(약 258조3000억원)로 급증했다.

SVB는 늘어난 예금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샀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리 인상으로 우선 스타트업과 신생 IT기업으로 향하던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들은 외부 투자가 막히자 은행에 맡겼던 예금을 찾기 시작했다.

예금 가입자들이 맡긴 돈을 주기 위해서 SVB는 보유하고 있던 국채 등을 매각해야 했다. 이 때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치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치가 오른다.

지난 8일 SVB는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8억달러(약 2조3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SVB는 9일 감소한 자산을 메우기 위해 황급히 22조5000억달러(약 3조원)의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은 반응은 차가웠다. 이미 SVB가 자본 조달에 나설 만큼 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했을 무렵 시장에서는 SVB가 파산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이 인출에 나섰다. 뱅크런이 시작되면서 9일 단 하루 만에 420억달러(약 55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른 시간 안에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외신들은 스마트폰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난 '폰 뱅크런'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SVB는 자금 조달에 실패하자 인수자를 찾으려 했지만 미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 SVB에 폐쇄 명령을 내리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샌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이름의 은행을 설립하고, SVB 모든 자산을 몰수해 이전했다.

미 금융당국이 빠르게 대처한 이유는 SVB의 고객이 대부분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25만달러 한도까지 보호하지만, 기업 고객들은 대부분 한도 이상으로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자금이 일시에 묶여서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하고 줄도산하는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 금융당국이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SVB 파산 사태는 여진히 '현재 진행형'이다. 월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도 금융권에 빠르게 자금을 공급하는 등 확산을 크게 경계하는 모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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