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 엄니’ 김수미의 마지막 길···“엄마, 미안해” 눈물의 배웅

최민지·김한솔 기자 2024. 10.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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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인식 엄수
27일 고 김수미 씨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수미가 27일 가족과 동료 배우들의 배웅 속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유족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에서 고인의 발인식을 엄수했다. 평소 김수미를 ‘어머니’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방송인 정준하, 윤정수, 장동민과 <수미네 반찬>을 연출한 문태주 PD 등이 참석했다. 정준하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윤정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고인을 위한 기도가 시작되자 장동민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네 사람이 장지로 옮겨질 관을 운구했다.

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은 운구차에 옮겨진 관을 끌어안고 “엄마 미안해”라며 통곡했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27일 고 김수미 씨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동민, 정준하 등이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지난 25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향년 75세. 사인은 고혈당 쇼크다.

김수미는 지난 5월까지 뮤지컬 <친정엄마>, tvN <회장님네 사람들>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당시 많은 일정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했고,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입사하며 데뷔했다. <수선화>(1964), <들장미>(1976) 등 일일연속극에 출연하다 1980년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그가 무려 22년간 연기한 ‘일용 엄니’다. 김수미는 이 수다스러운 시골 할머니 역할로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배우 김수미가 2015년 3월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헬머니> 제작발표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선명 기자
배우 김수미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 역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김수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60대 노모를 연기했다. MBC 제공

젊은 나이에 60대 여성 연기를 한 데 대해 김수미는 훗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죠.”(2009년 7월 인터뷰 중)

걸쭉한 입담의 ‘욕쟁이 할머니’는 김수미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김수미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 캐릭터를 활용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영화 <마파도>(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육혈포 강도단>(2010), <헬머니>(2015) 등이 대표적이다. 2005~2006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에서는 뱀파이어 ‘이사벨’을 연기하며 ‘젠, 젠, 젠! 젠틀맨이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김수미는 뛰어난 요리 솜씨로도 유명했다. 200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김수미 간장게장’을 판매하다 2021년 반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수미네 반찬>을 진행했고, 2021년에는 KBS 예능 <수미산장>을 통해 손맛을 뽐냈다. 그는 <너를 보면 살고 싶다>(1990)를 시작으로 총 8권의 책을 쓴 작가기도 하다.

김수미의 별세 소식에 문화계 안팎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수미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셨다”며 “우리에게는 스타를 잃었다기보다는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유족으로 남편 정창규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며느리 서효림 등이 있다.


☞ ‘일용 엄니’ 배우 김수미 심정지로 별세···향년 75세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41025102100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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