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대작도 이긴 한국 시리즈, 인기요인은 바로...
['기생수' 1위] 2000억원 들인 '삼체'까지 눌렀다, 인기의 힘은?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더 그레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삼체'를 앞질렀다. 어디서 온지 모르는 기괴한 기생생물들의 충격적인 행각이 새로운 이야기와 볼거리를 원하는 전 세계 시청자의 시선을 빠르게 빼앗고 있다.
'기생수:더 그레이'가 지난 4월5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가운데 8일 OTT 플랫폼의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한 7일 순위에 따르면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5일 공개해 다음날인 6일 1위에 등극했고, 7일에도 정상을 유지했다.
특히 '기생수:더 그레이'는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야심차게 내놓은 '삼체'를 2위로 주저앉혔다. '삼체'는 총 8부작에 투입된 제작비가 1억6000만달러(약 2153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역대 최대 제작비가 투입됐다.
'삼체'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기생수:더 그레이'는 한국을 포함해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공개 직후 1위에 올랐고, 크리처물을 선호하는 남미 국가들에서도 고르게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2위에 안착한 사실도 눈에 띈다.
● 주인공의 트라우마 등 드라마 강조, 크리처물 개성까지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기생수:더 그레이'는 동명의 일본 SF만화 '기생수'가 원작인 6부작 드라마다.
어디서 온지 모르는 기생생물의 유충이 인간의 뇌로 침투해 인간을 숙주로 삼으면서 벌이는 끔찍한 일을 그리고 있다. 인간을 없애는 목적을 가진 기생생물들의 무차별 공격에 맞선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돌연변이 수인(전소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생수:더 그레이'는 원작 '기생수'의 핵심 설정은 따르면서도 주요 캐릭터와 이들이 겪는 사건 등은 모두 새롭게 구성했다. 연상호 감독은 30년동안 원작 만화와 일본 영화 등으로 꾸준히 사랑받은 '기생수'의 고유한 개성은 갖고 오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드라마를 강조한 점은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어릴 때 부친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수인이 겪는 깊은 트라우마, 그에게 관심을 두는 유일한 어른인 경찰 김철민(권해효), 기생생물이 된 남편과의 사투 끝에 더 그레이팀을 이끌게 된 최준경 팀장(이정현), 막내 동생이 기생생물에 희생되면서 수인을 돕는 설강우(구교환)의 사연과 변화에 집중한다.
물론 기괴한 형상의 기생생물들을 통해 크리처 장르 특유의 장점도 유지한다. 변화무쌍한 기생생물들이 인간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크리처 장르를 선호하는 팬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도 하다.
● 세기말 정서에 특화한 연상호 감독의 장기 발휘
연상호 감독은 세기말 정서가 짙은 이야기와 크리처를 뒤섞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1157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부터 애니메이션 '서울역', 지난 2021년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1에 이르기까지 종말의 위기가 닥친 혼란스러운 세상을 배경으로 좀비 등 기괴한 생명체들의 공격으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내놓을 때면 어김없이 호평은 물론 성공도 맛봤다.
인기에 힘입어 '지옥'은 올해 후속편으로 이어진다. '기생수:더 그레이' 역시 극 말미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 기생생물에 대항하는 이들의 사투를 시즌2로 이어갈 뜻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