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심리상담 해드려요" 그럴 듯 포장해 사이비 포교

"지인이 대학원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데 내담자를 구합니다."
"총 10회 무료로 심리 상담 해드려요."
직장인 오모씨(29)는 지난해 12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교단체를 접촉하게 됐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모임게시판에 '심리 상담 무료로 10회 해드려요'라는 글이 올라와서 신청을 했는데 알고보니 포교활동이었던 것이다.
오씨는 "게시물 내용만 보면 무료 상담을 해준다는 말이 그럴 듯해 보였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당근마켓인데 별 일 있겠냐는 생각에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총 7차례 본인을 상담사라고 주장하는 A씨와 서울 용산구에서 만났다. A씨는 자신을 심리상담을 전공한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했다.
오씨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카페에서 A씨와 길게는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름, 나이, 직업, 주소, MBTI(성격유형지표) 등 개인적인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고 6가지 설문 조사지도 작성했다"고 했다. 이어"과제나 테스트 등을 하면서 어렸을 때 힘들었던 기억들을 꺼내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때까지만 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6회 차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A씨가 'SQ'라는 생소한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오씨는 "어린 시절 안 좋았던 기억을 해소하려면 SQ 수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SQ는 영성 실존 지능으로 인간의 감정과 지능의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A씨 소개로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위치한 스터디룸에서 SQ 수업을 들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40분간 강연이 이어졌다. 당시 스터디룸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6~7명도 함께 있었다.
오씨는 "수업 말미부터 갑자기 AI(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 고전이고 그 바탕에는 성경이 있다고 했다"며 "10회 무료 상담이 끝나면 일주일에 2번씩 온라인 성경 교육을 듣고 나머지 한번은 실제로 만나서 토론을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성경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의심스러웠던 오씨는 A씨에게 '상담을 지원하는 단체가 어디냐'고 물었다. 답을 회피하던 A씨는 계속되는 질문에 한 종교단체의 이름을 말했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게시판에 들어가면 "종교단체 포교활동을 주의하라"는 내용의 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종교단체 포교활동 경험자들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아르바이트 공고글부터 타로, 보드게임 취미 모임글, 에세이 참여 모집글까지 다양한 유형의 게시물로 사람들을 포섭한다. 물건 무료 나눔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것도 하나의 포교 방식이다.
최근 당근마켓에 중고물품 거래 외에도 구인 구직, 소모임, 동네소식 등 지역공동체 서비스를 활용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관련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공개한 '하이퍼 로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만 20~59세 남녀 2000여명 중 43.7%가 취미, 소모임, 친목 활동을 위해 당근마켓 동네생활 탭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며 "포교 행위는 강력한 제재 대상이고 당근마켓은 자체 모니터링, 게시글 내 '정치/종교 관련 글이에요' 등의 신고 항목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모집글을 올릴 경우 서비스 이용 정지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고 말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교수는 "종교단체가 포교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주로 주부들, 청년들"이라며 "종교단체 포교활동을 구분하는 방법이 기술적으로 아직 없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아무런 계산 없이 친절을 베풀 때, 상식적이지 않은 제안을 할 때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 상담을 비전문가들이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나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상담 관련 자격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기관이나 상담센터 등에 소속된 전문가를 통해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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