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의 힘’ 올레꾼, 봉사자가 함께 만드는 축제 [걷자, 올레 ⑤]
# 발걸음이 오가며 생기는 흔적 속에 사람과 사람, 시간과 공간이 얽히고 연결되면서 길이 갖는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올레길은 자연의 품을 걷는 도보 여행이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생명의 흐름이 자리하는 공간입니다. 이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은 물론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 서로 주고받는 무언의 응원이 더해지며 제주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은 더욱 빚이 납니다.
길 위에선 인간의 사유와 삶이 축적됩니다. 누군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을 때, 우리는 그들이 느꼈던 감정 혹은 기억을 반추하며 동시에 우리 자신의 자아를 그 위에 덧씌우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자들은 길을 이어주고 관리하며, 방문하는 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올레길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그 하나하나의 발걸음은 길 위에 찍히고 또 사라지는 흔적이 아닌, 수많은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연대의 상징입니다.
올레길 위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길을 유지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그 길을 통해 함께 느끼고 나누며 자아를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길 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제주올레의 따뜻한 분위기와 정신을 유지하는 핵심축이 됩니다. 길을 걸으며 느끼는 경이로움과 위로는, 자원봉사자들이 전해주는 또하나의 선물과도 같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걸어서 제주 한 바퀴, 437km : "길 위의 사색, 나를 향한 여정"
② 따로 또 같이 걷는 즐거움 : 마을과 함께 만드는 축제
③ 제주의 미래를 걷다: 친환경으로 이어가는 축제
④ 올레길 위에서 문화를 만나다 : 자연이 무대가 되는 길 위의 공연들
⑤ 자원봉사의 힘 : 올레꾼, 봉사자들이 같이 흥겹게 만들어가는 축제
■ “자원봉사의 힘, 올레길 의미 확장”
올레길의 시작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걷기 문화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습니다. 제주올레가 처음 길을 열던 2007년, 길을 되찾고 복원하는 과정에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했습니다. 많은 구간이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잊히고 사라졌기에 복원이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 자원봉사자들은 탐사대가 돼 매주 정기적으로 길을 찾아 안전한 산책로로 조성하는 작업에 힘을 보태며 제주올레의 탄생과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제주 곳곳의 숨겨진 길을 발로 뛰며 찾았고, 지나온 길이 다시 사람들에게 열릴 수 있도록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끊어진 길을 다시 연결하고, 길 곳곳 나뭇가지에 리본을 매는 손길을 더하면서 올레길을 도보 여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곳으로 가꿔나갔습니다. 제주올레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덕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현재는 상시 자원봉사자가 1천여 명이 넘습니다. 1~2주에 한 번씩 반드시 코스를 걸으며 표식과 코스 상태를 점검하는 올레지기를 비롯해 클린올레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점차 방문객과의 소통, 제주 자연과 문화 해설도 확대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제주올레 아카데미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은 도보 길잡이를 넘어, 문화와 역사의 해설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올레길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올레길 위 대표적 봉사문화 사례는 ‘아.카.자.봉(아카데미 자원봉사) 함께 걷기’ 프로그램입니다. 제주올레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수료한 총동문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인솔자가 돼 하루 3~4개 코스에서 제주올레를 처음 걷거나 혼자 걷는 이들과 함께 걸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쉽게 제주올레 길에 입문할 수 있도록 길동무가 돼 주는 것입니다.
특히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봉사자로도 활약하면서 차별 없는 여행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도 보다 수월하게 올레길을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제주올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여행지가 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의 올레길 완주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워킹메이트(Walking Mate)’ 프로그램은 제주올레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상징합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인 여행자와 함께 걸으며 제주와 올레길의 문화적 가치를 소개하는 무료 프로그램으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 도보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알리는 문화 사절 역할을 하며, 각국에서 온 이들이 한국 문화를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길 위에 피어나는 연대의 문화”
매년 11월에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행사입니다. 이 축제는 참가자들이 하루 한 코스씩 3일 동안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지역 문화를 즐기는 형식으로, 1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축제가 도보 여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가는 축제의 장으로 발전해가는 만큼 자원봉사자 역할과 필요로 하는 영역 역시도 확대돼가는 추세입니다.
사실 축제 첫 회부터 자원봉사자들은 축제 운영 전반에 참여해왔습니다. 제주올레길과 축제 프로그램 안내는 물론 공연 그리고 프로그램 지원에서부터 마을 먹거리 운영 지원 그리고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는 응원단 역할까지 제주올레 걷기축제 시작부터 끝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주도합니다. 또 셔틀버스 운영팀과 올레체조팀도 자원봉사자로 구성됩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제주올레 아카데미 졸업생들로 구성한 총동문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축제를 더욱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많은 행사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지만, 제주올레걷기축제는 자원봉사자가 빠지면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과 비중이 큽니다.
이들은 축제 참가자들에게 제주 문화를 쉽게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전통놀이와 같은 휴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종점에서는 협찬사의 간편식을 제공해 참가자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또 하나 축제의 주인공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자 가운데 일부는 축제를 위해 매년 휴가를 내고 참여하며 제주올레와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주에 살면서 축제 봉사자로 꾸준히 참여했다는 변경아 씨는 “매년 여름 휴가를 아껴놓았다가 축제 기간에 휴가를 쓰고 내려온다”며 “제주올레걷기축제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긴장과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행사를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과의 교류는 매년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고 있다”라고 봉사 활동을 통해 경험한 보람과 감동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비단 축제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올레길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영일 제주올레 사무국장은 “제 돈으로 왕복 항공권을 끊어야 하고,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에 도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누구랄 것 없이 ‘길에서 받은 위로와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방식으로 되돌려주고 싶다’라고 말을 할 정도”라면서 “그러다 보니 ‘자원봉사자들의 친절과 미소 덕분에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축제’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축제가 마무리되고 매년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모든 항목 중에 자원봉사자 부문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자원봉사자들 만족도나 평가가 후해, 앞으로 이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발휘하는 상승효과가 얼마나 커질지 기대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 “함께 만들어가는 감동의 시간”
매년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축제 사전참가 신청이 시작되는 7월 자원봉사자 모집을 시작하면,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가 몰려 이들 중 선발된 자원봉사자들이 축제 3일 전부터 사전교육을 받습니다.
이후 축제 기간 마을 먹거리와 셔틀버스 운영 지원, 안내와 등록 부스 지원 등 행사장 곳곳에서 축제 진행을 돕고 참가자들과 함께 감동과 재미를 경험합니다. 이들의 헌신과 열정 덕에 제주올레는 오늘날까지 도보 여행 명소로 자리 잡고, 각자의 길 위에서 이어지는 자원봉사의 힘이 제주올레에 온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는 “제주올레걷기축제는 제주를 걸어 이동하며 펼치는 독특한 형태의 축제”라며 “넓은 공간에서 진행하는 만큼 유의할 점이 많아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원활한 축제 운영을 위해 친절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분들이 올해도 많이 지원했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24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과 지역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이동형 축제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제주 서쪽 한경, 한림, 애월 일대에서 열립니다.
첫날은 초록의 숲길과 파랑의 바당길이 어우러진 올레 14코스, 2일 차는 한담해안 산책로를 포함한 애월~곽지 해안을 두루 볼 수 있는 15-B 코스, 마지막 3일 차는 애월 바다와 중산간 올레로 이어지는 16 코스에서 진행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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