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전기 세단, 같은 가격에 다른 선택지
국내 고급 전기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벤츠 EQS와 제네시스 G90 전동화가 비슷한 가격대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가 형성됐다. EQS 450+의 국내 출시가 약 1억7천만 원대, G90 전동화(RWD)가 1억5천200만 원 수준이다. 2천만 원 안팎의 가격 차에서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선택의 핵심이 됐다. 두 차 모두 각 브랜드의 최고 전기 세단이라는 점에서, 이 비교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브랜드 철학의 대결이기도 하다.

주행거리와 충전 효율: 수치로 먼저 따져보자
벤츠 EQS 450+의 공인 주행거리는 약 785km(WLTP 기준), 국내 인증 기준으로는 약 700km 내외다. 배터리 용량 107.8kWh, 최대출력 333마력. 제네시스 G90 전동화는 배터리 87.2kWh에 공인 주행거리 501km(RWD 기준), 최대출력 272마력이다. 주행거리에서는 EQS가 약 200km 앞선다. 그러나 충전 속도는 다른 이야기다. G90 전동화는 800V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22분 만에 10→80% 충전이 가능하다. 실주행에서 이 충전 속도 차이는 장거리 여행 시 EQS와의 체감 차이를 크게 좁힌다. 이미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350kW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 중이라 G90 전동화 실사용자의 만족도는 높다.

실내 공간과 승차감: 독일 정통 vs 한국의 대형 세단 DNA
EQS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하이퍼스크린'이다. 141cm 풀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파격적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 감성을 극대화했다. 음성 인식 MBUX로 대부분 조작이 가능하고, 후석 전용 터치스크린도 옵션으로 제공된다. 반면 G90 전동화는 14.5인치 인포테인먼트에 12.3인치 계기판 조합이지만, 후석 공간이 EQS 대비 넉넉하다. G90 전동화의 휠베이스 3,245mm는 EQS(3,210mm)보다 35mm 길어 실제 뒷좌석 레그룸이 체감상 더 여유롭다. 오너 드리븐보다 쇼퍼 드리븐으로 쓸 계획이라면 G90 전동화가 현실적으로 유리하다. 프리미엄 울 소재 시트, 뒷좌석 독립 공조 등 후석 편의 사양에서도 G90 전동화는 국산 플래그십의 완성도를 입증한다.

유지비와 잔존가: 3년 후 계산이 달라진다
수입차의 아킬레스건은 유지비다. 벤츠 EQS는 공식 서비스 패키지(MBcare) 기준 3년·3만km에 약 120만 원 수준이나, 배터리·전장 수리는 비용이 크다. 고압 배터리 관련 결함은 수백만 원대 수리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G90 전동화는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을 공유,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와 부품 수급이 원활하다. 잔존가치 면에서는 EQS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프리미엄을 가졌지만, 출시 초기 대비 중고 시세가 기대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진보 속도를 감안하면 3~4년 후 감가상각 리스크는 양쪽 다 내재돼 있다.

안전 및 첨단 주행 기술: ADAS 세대 차이는?
벤츠 EQS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고속도로 자율주행 보조 SAE 레벨 2)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특히 독일 본국에서는 SAE 레벨 3 조건부 자율주행(Highway Pilot)까지 인증을 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제네시스 G90 전동화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 자동 긴급 제동, 교차로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등이 기본 탑재됐다. 국내 도로 환경에서의 실용성은 한국 도로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된 G90 전동화가 일상 주행에서 소폭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두 차 모두 현세대 최고 수준 ADAS를 갖춘 점은 동일하다.

브랜드 프레스티지 vs 실질 가성비: 결론
벤츠 EQS는 독일 3사 특유의 브랜드 후광과 압도적 실내 기술 과시에서 강점이 있다. 2천만 원 더 쓰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다'는 상징적 가치와 맞는다면 EQS는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실주행 공간·충전 인프라·유지비·국내 서비스를 종합하면 G90 전동화는 '같은 돈으로 이 수준'이라는 단언을 뒷받침할 실측 데이터를 충분히 갖췄다. 국산 대형 전기 세단의 완성도가 독일 플래그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가 왔다. 벤츠 배지가 아닌 실질을 따진다면, 2천만 원의 차이는 오히려 G90 전동화 쪽으로 저울을 기울게 할 수도 있다. 2천만 원, 어디에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