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자신의 통제 밖에서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휘둘린다.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어둡거나 이상한 생각들에 괴로워 본 적이 있다면, 이 현상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매우 흔한 현상이라는 뜻이다.

2014년에 특별한 심리적 장애가 없는 전 세계 여섯 대륙 출신의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 결과, 당시 최근 3개월 이내에 원하지 않는 생각을 최소 1회 이상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94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결과는 피실험자들이 스스로 기억해서 보고한 자료에 근거한 만큼, 실제로는 원치 않는 생각의 빈도가 더 잦았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침입자와 비슷하다고 보는데,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올라서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생각들이 침입자 부류에 해당할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를 도로 밖으로 몰고 가는 생각, 공공장소에서 성관계를 맺는 생각,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하는 생각, 낯선 사람이 집을 침입하는 생각을 주기적으로 경험한다고 답한 피실험자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상당히 많았다.
바로 며칠 전에 나도 헬스장에 갔다가 이상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덤벨을 다른 쪽으로 옮기던 중 구석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 있던 중년 여성의 얼굴 위로 덤벨을 떨어뜨리는 상상을 불현듯 떠올렸다.
나는 이 여성을 해치고 싶었던 걸까?
당연히 아니었다.

그건 그저 내가 떠올렸던 생각의 일부일 뿐이었고, 잘못해서 덤벨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자식을 무척 사랑하는 부모 중에도 아기를 떨어뜨리는 상상을 하는 이들이 많다. 혹은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차량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왜 이런 생각들이 갑자기 의식 세계에 떠오르는 걸까?
그 답으로 우리 뇌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도록 자극해서 그 상황들에 대비시킨다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불쑥 튀어나오는 부정적 생각들이 반드시 골칫거리인 것만은 아니다.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진짜 문제는 부정적 생각들이 떠오른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생각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 두려움, 불안, 수치심 같은 감정들이 되먹임 고리를 만들어 더많은 침입성 사고를 일으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감정 처리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인 트리거trigger에 한해서만이다.

심리학에서 트리거는 감정 반응을 촉발하는 사건을 가리킨다. 트리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지극히 개인적이므로, 내 감정 버튼과 당신의 감정 버튼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주변 세계의 다른 요소들을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트리거 역시 따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든 트리거는 당겨지게 마련이고,그 즉시 우리의 자동적인 감정 반응이 뒤따른다.
우리는 주변 세계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감정이 생겨나는 것 자체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감정 방정식의 절반일 뿐이다.
불꽃이 저 혼자 타오를 수는 있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그 불을 끌지 더 부채질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감정의 경로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내용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이선 크로스의 『감정의 과학』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우리 내면에서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 잘 조율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법이 궁금하다면,
『감정의 과학』을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