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던 ‘테러 왕세자’ 빈라덴의 아들, 알카에다 수장 됐나

이철민 기자 2024. 9. 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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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테러의 왕세자’로 지목한 인물
2019년 CIA는 공습 “살해” 발표...DNA 확인은 못해
英매체 미러, 최신 보고서 인용해 “서방에 대한 새로운 테러 준비 중”
“아프간의 탈레반 지도자들과 정기 회합하며, 보호 받아”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라덴(2011년 5월 사망)의 죽었다던 아들이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지휘하고 있으며, 서방에 대해 추가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매체 미러가 최신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2019년 8월 미국 CIA에 의해 살해됐다는 발표에도,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 함자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재규합하며 지휘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 매체가 빈라덴의 아들 중에서 현재 알카에다의 수장이라고 밝힌 자는 함자 빈라덴으로, 미국 특수부대가 아버지 빈라덴을 제거한 뒤에 그 뒤를 이은 자다. 오사마 빈라덴이 가장 아꼈던 아들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그를 ‘테러의 왕세자(the Crown Prince of Terror)’라고 불렀고, 2019년 2월 그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1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8월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의 가즈니 주에 대한 공격으로 함자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로 추정됐다. 작전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했다. 하지만, CIA는 그의 시신을 수습해 DNA를 비교하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도 9월에 함자가 “제거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새로 취합된 정보는 “함자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전히 여러 테러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고, 그의 형이자 오사마 빈라덴의 장남 압달라 빈라덴(48)도 테러 집단에 연결돼 알카에다를 재규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사마 빈라덴의 장남 압달라 빈라덴

오사마 빈라덴은 모두 5명의 아내에게서 23명의 아들을 뒀다. 새 정보에 따르면, 오사마 빈라덴은 생전에 은신 상태에서 아들들이 알카에다의 조직을 재건할 수 있도록 초석(礎石)을 닦았다고 한다.

또 지난 1일 아프간 현지에서 탈레반 정부와 싸우는 저항집단인 NMF(민족동원전선)도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알카에다와 (테러집단) 이슬라믹국가(IS)가 연합해 활동하고 있으며, 함자 빈라덴은 최근 (아프간 북동부) 펀자쉬르 주로 옮겨서 450명의 아랍인과 파키스탄인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군 정보 관리였던 리처드 켐프 전 대령은 미러에 “함자가 아프가니스탄에 10개 가량의 테러 훈련소를 운영하며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함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부의 지도부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자들은 함자와 정기적인 회합을 갖고, 그와 가족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러가 확인했다는 또 다른 정보 보고서는 함자의 네 아내와 자녀들은 미국 CIA의 2019년 공격 이후에 현재 이란에서 은신 중이라고 주장했다.

새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의 왕세자’ 함자 빈라덴은 아프가니스탄의 훈련기지에서 자살폭탄테러범과 이슬람 전사들을 양성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테러의 온상지인 잘랄라바드에서 보낸다.

함자의 아내 중 한 명은 1988년 8월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 대사관 두 곳의 정문을 동시에 차량 폭탄 테러로 폭파해 모두 220여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알 카에다 주범인 압둘라 아흐메드 압둘라의 딸이다. ‘테러 명문가’끼리 사돈을 맺은 셈이다. 압둘라는 2020년 8월7일 미국 CIA의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이란 테헤란에서 살해됐다.

함자 빈라덴은 또 아프가니스탄의 악명 높은 범죄ㆍ테러집단 두목인 시라주딘 하카니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자의 넷째 아내가 하카니 집안 출신이라는 것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는 알카에다 외에도 이슬라믹국가-호라산(IS-K)를 비롯해 현재 21개의 테러 집단이 활동하고 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 IS-K는 이슬람 수니파의 과격한 근본주의 테러집단이지만, 때때로 경쟁하고 충돌한다. 미러가 본 정보 보고서는 알카에다 대원들이 IS-K 측과 혼인을 맺으면서 단지 협력이 아니라 테러의 ‘공모’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미러는 “합법적인 중앙 정부가 없고 알카에다와 IS-K와 협력하고 있다는 최신 평가는 서방에 대한 또 다른 9ㆍ11테러와 같은 위협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함자는 2019년까지 인터넷 상의 육성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추종자들에게 서방에 대한 공격을 부추겼다. 또 2011년 5월에 미 대테러 특수부대인 ‘실 팀 식스(SEAL Team Six)’가 아버지 오사마 빈라덴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살해한 것에 대한 복수도 다짐했었다. 2018년엔 사우디인들에게 왕정에 맞서 봉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오사마 빈라덴 피살 이후에 알카에다를 이끌었던 이집트 출신의 이론가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2022년 8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CIA 드론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숨졌다. 빈라덴과 알자와히리는 9ㆍ11테러의 최고 기획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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