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아픔, '무명천 할머니'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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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아픔을 상징하는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무명천 할머니'이라 불리던 고(故) 진아영 할머니(1914~2004)는 4·3 당시 토벌대의 총탄에 턱을 맞고 반평생 넘게 후유장애로 고통 속에 살다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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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 후유증으로 반평생 고통 겪어

제주 4·3의 아픔을 상징하는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무명천 할머니’이라 불리던 고(故) 진아영 할머니(1914~2004)는 4·3 당시 토벌대의 총탄에 턱을 맞고 반평생 넘게 후유장애로 고통 속에 살다가 돌아가셨다.
진 할머니가 생전에 살았던 집터가 위치한 제주시 한경면 월령리사무소는 최근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4·3 역사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진 할머니의 일생을 담은 3분26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진 할머니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턱을 잃은 사건을 시작으로, 사망할 때까지의 일생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4·3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1949년 1월 12일 북제주군(현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에 군경토벌대가 밀어 닥쳤고, 당시 35세이던 진 할머니는 집 앞에서 토벌대의 총탄에 턱을 맞고 쓰러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할머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할머니는 총상 직후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아픔을 견뎌야 했다. 사라진 턱은 하얀 무명천으로 감싼 채 지냈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반편생을 본명 대신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며 죽음보다 더한 기구한 삶을 살아야 했다. 할머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남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할머니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만의 언어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음식도 제대로 씹지 못해 항상 위장병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았다. 진 할머니는 평생 무언가에 쫓기는 불안감 속에서 살았다.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집 앞에 나설 때도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잠갔다. 집안에 있으면서도 안방문을 또 다른 자물쇠로 채운 채 지냈다. 평생을 혼자 외롭게 살던 할머니는 2년 넘게 요양원에서 생활하가 2004년 9월 한 많은 삶을 마쳤다. ‘무명천 할머니’는 그 자체로 4·3의 아픔이었다.
‘무명천 할머니’ 애니메이션은 월령리 마을회관 내 TV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리사무소 내 비치된 고글 형태의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2차원(2D)이 아닌 3D로도 애니메이션을 입체감 있게 볼 수 있다.
강한철 월령리장은 “월령리를 찾는 도민과 관광객이 무명천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고 4·3의 아픈 역사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향후 도와 함께 진 할머니가 지냈던 생가에 영상기기를 설치해 애니메이션을 계속 상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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