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 조옥향 유가공품 명인
"사랑하는 딸들이 자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농장 이름을 지었어요. 어렸던 두 딸은 이제 어른이 돼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이쁜 동물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남편과 함께 경기도 여주에서 소를 키우고 치즈를 만드는 은아목장을 세운 조옥향(69)씨는 목장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은아목장은 대지가 무려 7만3000㎡에 달한다. 목장 한가운데에는 말과 양, 개가 한가롭게 뛰어 논다. 목장에서 키우는 70여 마리의 젖소들도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그늘에선 돼지가 잠을 자거나 뭉툭한 코로 땅을 헤집고 무언가를 찾아 맛있게 먹고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 목장 같았다.
조 명인이 무려 4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목장이다.
조 명인이 낙농업에 입문하게 된 것은 유별나게 동물을 좋아했던 그의 성품에서 비롯되었다. 1983년 여주로 귀농하면서 처음에는 한우 9두로 축산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불어닥친 소값 파동으로 사료 값은커녕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고민 끝에 전략을 새로 짰다.
조 명인은 "매일 우유를 짜 팔 수 있는 자금회전이 빠른 젖소를 키우자고 생각했고, 이듬해에 젖소 3두를 들여와 낙농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우 기르기도 어려웠지만 좋은 우유를 생산해야만 하는 젖소는 더 어려웠다.
조 명인은 "포기하려니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기술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서는 현장에서 젖소를 키우면서 농촌진흥청, 낙농관련 전문 잡지, 협회, 농업기술센터 등을 찾아다니면서 젖소에 대해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원유를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게 시간이 오래 걸린 작업이 고능력우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선진국 사례를 공부해 젖소 품질을 개량하고 우유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특히 유량(乳量)보다 유질(乳質) 개선에 중점을 두어 체세포나 내열성 세균이 낮은 고품질 원유를 생산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1993년부터는 한국 홀스타인 품평회에 키우는 젖소를 출품하며 상을 받기 시작했다. 1995년 제7회 한국홀스타인 품평회에서 ‘은아 벨보이 달진’으로 그랜드 챔피언을 획득했다. 이후에도 11번에 걸쳐 부문별로 수상했다. 은아목장은 현재 9세대 혈통우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미군납 납유농가로 선정된 것도 은아목장이다.
조 명인은 “당시 생산성이 우수한 젖소에 유질이 좋은 우유는 농가들이 500원 정도의 대우를 받았다면 우리 목장은 1000원 넘게 더 받았다"며 "돈도 돈이었지만 그동안 들인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

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유가공에도 관심이 생겼다. 주로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유가공업체에서 제조 판매하던 치즈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는 소비자에게 직접 우유를 짜고 치즈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수입산 유가공 제품이나 기업들이 생산하는 유가공품 못지 않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생기자 바로 특유의 뚝심으로 실행에 나섰다. 조 명인은 농장형 자연 치즈와 유제품, 체험농장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9년부터는 상표등록을 통해 10여 종의 자연 치즈를 개발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만든 꽈배기 형상의 트레차 치즈, 삼겹살 구이와 잘 어울리는 그릴 치즈, 건초를 먹여 키운 우유로 만들어 6개월 동안 숙성시킨 티모시 치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체험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목장에서 갓 짠 우유를 가공해 만든 목장형 자연 치즈 만들기 프로그램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우유만 생산하고, 그 우유를 가공한 치즈를 만들더니, 이제 치즈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실제 조 명인의 판단은 옳았다. 2020년 4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목장형 자연 치즈 구매자 중 78.9%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69.9%가 ‘계속 구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조 명인은 현재 목장 안에 카페를 만들어 유제품을 활용한 요거트와 버터쿠키, 아이스크림, 피자 등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깡통 기차, 젖소 그림 갤러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체험형 관광목장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낙농가의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고질적인 경영악화를 극복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명인은 자신의 목장을 지속 가능한 유가공 체험농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후계자 양성에도 열성적이다. 한국종축개량협회 검정중앙회와 여주시 낙농검정회에서 회장을 맡아 낙농가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여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교육, 현장 견학, 선진기술 습득을 위한 정보교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 명인은 "낙농가들은 보이는 것과 달리 항상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치솟는 사료값 등 운영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낙농 체험형 관광목장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입하면 충분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생생비즈 (https://livebiz.today/news/articleView.html?idxno=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