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농사지은 쌀로 전통 술 만들어 봤어요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나미 농장에서 전통술 이화곡주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워크숍 <쌀과 누룩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 행사는 부산 식문화 기획 단체 '오붓한'이 주최·주관했다.

2019년 부산 중구에서 비건 식당으로 시작한 오붓한은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와 관련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제안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꾸리고 있다. 이번처럼 시민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식경험 디자이너(작가)들과 시민 참여형 식사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식경험 디자인이란 음식을 단순히 맛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해당 식재료가 어디에서 자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지까지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정선혜 주나미 농장 대표가 흰옷에 앞치마를 두르고 전통 주 제조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백솔빈 기자

이날 행사는 오붓한이 부산문화재단 메세나 사업으로 진행하는 '기대어 깃든'이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올해는 '균'을 주제로 했는데, '발효의 공진화(共進化)'란 부제를 붙였다. 공진화는 서로 관계 맺는 종 둘 이상이, 상대에게 영향을 주며 진화한 것을 일컫는다. 장은수 오붓한 대표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균'을 다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미생물과 균으로 이뤄져 있다. 어찌 보면 인간이야말로 '발효의 공진화'를 거친 최고의 결과물이다. 또, 발효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재료들의 적절한 조합이 중요하다.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가 핵심인 발효란 전통적인 방법은 이 시대에 적절한 식문화를 이끌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지만, 대상 지역을 경남으로까지 확장했다. 부산 음식 문화를 말하기 위해선 주요한 식재료 제공처인 경남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오붓한은 창원 주나미 농장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부산 식문화 기획 단체 오붓한 장은수 대표./백솔빈 기자

이번 워크숍은 직접 생산자와 함께 발효 음식에 대한 경험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기획됐다. 이날 행사는 정선혜 주나미 농장 대표가 이끌었다. 정 대표는 자연농법으로 토종 쌀을 수확하는 농부다. 이날 참가자들은 그가 수확한 토종 쌀을 이용해 이화곡주를 실제로 만들었다. 이화곡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양반들이 즐기던 술이다. 일반 누룩이 아닌, 쌀로 만든 누룩을 사용한다. 당시에는 먹기에도 부족한 쌀을 써야 하기에 여유가 있는 양반들이 주로 만들었다. 누룩은 술 만드는 효소를 지닌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으로, 밀 누룩이 주로 쓰인다. 이화곡주는 발효시킨 쌀 반죽을 그대로 떠먹는 방식으로 별다른 찌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먼저, 깨끗하게 씻은 쌀을 가루 낸다. 멥쌀가루를 반죽해 구멍 떡을 빚는다. 구멍 떡은 둥글게 빚은 반죽을 누른 후, 구멍을 낸 모양이다. 구멍을 내는 이유는 잘 익히고자 함이다. 구멍 떡을 뜨거운 물에 끓여 익으면 대야에 넣은 후 주걱으로 치댄다. 효모 작용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18도까지 차갑게 식힌다. 쌀로 만든 누룩과 구멍 떡을 섞어 빚는다. 그러면 술의 원료가 되는 술밑이 완성된다. 다른 균들이 섞이지 않게 소독한 통에 술밑을 넣고 일주일간 저어준다. 이후 기본 한 달은 발효시켜야 이화곡주 특유의 새콤한 맛이 산다.

쌀과 누룩의 만남 워크샵 현장./백솔빈 기자
완성한 이화곡주를 통에 담고 있는 참가자들./백솔빈 기자

이날 워크숍 참가자들은 쌀로 직접 술을 만들며 발효와 관련된 전통 음식 문화를 신선한 방식으로 경험했다.

최은심(34) 씨는 "직접 농사지은 우리 쌀을 가공해 막걸리의 한 종류인 이화곡주를 만드는 경험은 새롭게 다가왔다"라며 "늘 먹던 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안규미(54) 씨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라며 "먹거리를 우리 고유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과정이었다"라며 전했다. 그러면서 "발효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른 식문화와 반대된다"라며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것이 발효라는 걸 깨달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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