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아버지는 명절마다 자식들에게 봉투를 나눠 주셨는데 제 몫은 늘 따로 챙기셨습니다. 다른 식구들 앞에서는 주지 않고 꼭 부엌으로 와서 조용히 건네셨습니다.처음에는 며느리라 따로 주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그 봉투를 열어 보고는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부엌에서 건네받은 봉투
명절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시아버지가 슬쩍 부엌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아무 말 없이 봉투 하나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 주고 나가셨습니다. 다른 식구들이 볼까 봐 늘 조심스러워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무뚝뚝한 분이라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봉투는 앞치마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봉투 속에 들어 있던 것
어느 해에는 봉투가 유난히 두툼해서 집에 돌아와 열어 보았습니다. 봉투 안에는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종이에는 우리 집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이 너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명절마다 부엌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시아버지는 다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 짧은 글을 읽는 순간 그동안의 고단함이 한꺼번에 녹아내렸습니다.

시아버지께 드린 인사
다음 명절에 시아버지께 그 쪽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시아버지는 헛기침만 하시며 별말 아니라고 손을 저으셨습니다. 그래도 귀가 빨개지시는 모습에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시아버지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뒤로 명절 부엌은 예전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 되었습니다.

무뚝뚝한 어른들도 가족의 수고를 조용히 지켜보며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짧은 글 한 줄이 오랜 서운함을 녹이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이번 명절에는 가족 중 가장 고생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명절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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