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100kg이 85kg으로 쏙”…전세계 난리난 ‘이 약’ 여러분은 드시겠습니까? [MK약국]
한달치 예약 마감 등 품귀현상
체중 감량 효과 평균 15% 달해
주1회 자가 주사로 편의성 강화
두통,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 ‘주의’
근육 손실로 요요현상은 불가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 ‘위고비(Wegovy)’의 국내 출시 소식에 지난 15일 전국이 들썩였습니다. 출시 일주일 전부터 일부 병원들은 예약을 받기 시작해 한 달치 예약을 마쳤고요. 온라인 상에는 위고비를 맞을 수 있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출시 당일에는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한 의약품 중간유통업체의 서버가 다운되며 오픈런급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비만약의 등장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죠. 당장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에 앞서 내놓은 삭센다만 해도 제법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효과에 있습니다. 68주간의 임상시험에서 위고비 주사를 맞은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15% 줄었다고 합니다. 체중이 100㎏인 사람이 1년4개월여 동안 위고비를 맞는 것만으로 85㎏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위고비 투여 세 명 중 한 명 꼴로 체중이 20%까지 줄었다고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비만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던 삭센다가 7.5%(56주 평균)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획기적이죠.
비만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위고비 주사에 더해 느슨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주사와 함께 강력한 식이 제한과 운동을 하도록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두 그룹 사이에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주사를 열심히 맞으면 운동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살이 쑥쑥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운동과 식이요법에 지친 비만 인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다.
주사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위고비는 나름 괜찮은 타협안을 내놨는데요. 마커펜 모양의 이 주사제는 1주일에 딱 한 번만 맞으면 됩니다. 복부나 허벅지, 팔 등에 스스로 찌르면 되죠. 삭센다도 자가주사 형태이긴 하지만 매일 맞아야 합니다. 일주일에 7번 맞을 주사를 한 번으로 줄여준다면 당연히 위고비를 택하겠죠.
문제는 가격입니다. 위고비의 출하가격은 1펜(4주분)에 37만2025원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은 병의원과 약국 등에 위고비가 공급되는 가격이고요. 유통비나 진료비 등이 더해지면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각 병의원·약국별로 책정하는 가격도 천차만별일 거고요. 일단 실제 위고비를 맞으려면 8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아직까지 위고비가 국내에 많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 더 비쌀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겠네요.
체중 감량을 위해 기꺼이 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면 누구든 처방이 가능할까요. 위고비는 사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다이어트 보조제와 달리 환자를 위한 전문의약품입니다. 약의 위험성과 용법, 용량에 대한 전문 지식이 요구돼 반드시 의사가 진단한 후 처방을 통해 투약할 수 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처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남성 평균 키 173㎝일 때 90㎏, 여성 163cm에 80㎏인 경우가 BMI 30 수준입니다.
다이어트를 해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이어터의 길 보다 유지어터(‘유지하다’와 ‘다이어트’의 합성어. 체중 감량 후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의 길이 더 길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아실텐데요. 그래서 중요한 게 ‘요요현상’ 입니다. 위고비는 유지어터의 길까지 생각하신다면 ‘기적의 약’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수 있습니다. 위고비로 식욕을 줄여 체중 감소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약을 끊으면 식욕도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또 여러 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 시에 상당한 근육량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근육 손실이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요요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하죠. 결국 체중 감량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2021년 처음으로 위고비가 출시된 미국에서는 위고비의 어마어마한 인기 탓에 재미있는 일화들이 꽤 있어서 몇 가지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이 연이어 다이어트 비결로 꼽으면서 입소문을 탔는데요.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만 매주 2만5000명의 신규 환자가 처방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위고비 약 값을 마련하기 위해 ‘투잡’을 뛰는 사례들이 속속 알려졌고요. 최근에는 위고비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미국 부유층을 중심으로 작은 옷으로 소비가 옮겨가고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명품 의류업체들이 위고비 때문에 빠르게 다운사이징(Downsizing) 트렌드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위고비를 향한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비만 인구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요. 한번 찾아보니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율은 37.2%입니다. 성인 10명 중 4명 정도는 위고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현재 성인 비만율은 BMI 25㎏/㎡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계상 비만 인구에 해당되더라도 식약처가 권고하는 위고비 처방 대상은 아닐 수 있으니 꼭 본인의 상태를 의료기관에서 확인해보고 투약을 결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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