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보다 긴 240분 이승기쇼, 최악의 ‘KBS 연기대상’[MK초점]
대상마저...납득불가 공동수상 ‘눈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2022 KBS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레드카펫을 제외한 본 시상식만 9시 20분부터 새벽 1시 20분까지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가운데 영예의 대상은 배우 이승기·주상욱에게 돌아갔다.
이날 수상은 ‘남자 우수상’ 이준을 제외하고는, 전 부문이 2명, 3명씩 무더기 수상하며 긴장감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쟁쟁한 후보들 간 박진감 넘치는 경쟁 보단, 올드한 ‘나눠 주기 식’ 행사로 진부함의 끝을 달렸다. 시선을 끌고, 이슈가 되고, 뇌리에 남는 건, 오로지 ‘삭발’ 등장부터, 궁금했던 근황, 힘들었던 그간의 심경, 감동적인 대상 소감까지 ‘열일’한 이승기뿐이었다.
방송 초반부 삭발한 이승기의 모습이 카메라 잡혔고, 동료들 사이에서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입을 굳게 다문 모습도 포착돼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화제가 됐다. 현재 영화 ‘대가족’ 촬영에 한창인 그는 극 중 주지 스님 캐릭터를 맡은 이유로 부득이 하게 삭발한 채로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베스트 커플상’에 호명 되며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상대 여배우인 이세영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아 홀로 무대에 올랐다.
이어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활동 계획도 있고 다툼 계획도 있다. 많은 분들이 정말 말을 아끼시고 조심해주시는데 이 정도만 하겠다”고 날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어 “내년에도 작품과 방송을 통해 자주 인사드리겠다”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승기는 18년간 함께 했던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음원·광고 정산 문제 등 갈등을 겪고 있다. 그는 데뷔 후 음원 수익을 단 1원도 정산받지 못했다면서 후크엔터테인먼트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후 후크엔터테인먼트는 ‘미지급금’ 명목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하자, 이승기는 얼마가 되든 해당 금액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찾은 돈을 보다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는 그는 실제로 지난 29일 정산액 일부인 20억원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기부하며 약속을 지켰고, ‘1인 기획사’를 통한 새 출발 소식도 알렸다.
이처럼 그 누구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낸 그는 마침내 이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상욱과의 공동 수상이었다.
이어 “사실 오늘 ‘연기대상에 와야 하나, 양해를 구하고 불참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축제에 와서 마냥 웃거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면서 “이 자리에 오겠다고 한 이유는 딱 하나다. 드라마는 팀이 만드는 거라서 개인적인 문제로 땀과 노력, 영혼을 갈아 넣은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이 외면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와서 객석에 앉아있는 동료, 선후배들을 보고 굉장히 뭉클했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갔는데, 여기 있는 분들이 주축에 있다. 내년, 내후년, 10~20년 후 이 자리에 앉아있을 후배들을 위해선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오늘 또 다짐했다”며 자신의 상황을 녹인 무거운 책임감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 생활 열심히 하겠다. ‘법대로 사랑하라’ 팀 대신해서 받는 상이기에 한도 없이 회식 한 번 시원하게 쏘겠다”고 통큰 약속도 덧붙였다.
‘2022 KBS 연기대상’은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단막극(드라마 스페셜) 등 장르 불문 한 해 동안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던 다양한 작품과 배우들을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다.
이승기의 모습을, 목소리를, 건재함을 다시금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다행스러움과 반가운 마음이 물론 크지만, 시상식 자체로만 본다면 정체성도 경쟁력도 축제의 기쁨이나 차별화된 재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망 그 자체였다. 쫄깃한 경합의 묘미도, 적절한 시간 분배도, 센스 있는 진행도, 색다른 축하 무대나 참신한 이벤트 코너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오로지 ‘이승기’만이 ‘무기’였다.
이날 최우수상 트로피는 강하늘 도경수 박진희 하지원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일일극 부문과 장편 드라마, 미니 시리즈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한 가운데 그마저도 이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강한나, 이혜리, 이준, 박지영, 이하나, 윤시윤, 임주환, 박하나, 차예련, 백성현, 양병열까지 우수상 수상자만 무려 11명이었다.
남자 신인상 역시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의 변우석,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이유진,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채종협까지 무려 3명에게 돌아갔다. 여자 신인상도 마찬가지. 강미나, 서현, 정지소가 신인상의 주인공이 돼 긴장감 없는 마라톤을 펼쳤다. 전현무 정용화 이혜리가 진행을 맡았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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