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가 구간에서 터진 거래량 증가, ‘26억 시대’ 개막
2025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한가운데에서는 이례적인 신기록이 등장했다. 바로 ‘26억원 이상’ 거래 구간이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 부동산 리서치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 26억원 이상 가격대 거래는 상반기 3424건이 이뤄져 전년도(1467건) 대비 무려 133.4%나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을수록 거래가 주춤하는 게 통념이었으나, 올해는 초고가 아파트가 오히려 거래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단일 구간의 성장력만 놓고 보면 16억~26억원 미만(83.6%), 12억~16억원 미만(74.6%), 6억~12억원 미만(38.3%), 6억원 미만(24.1%) 순으로 증가폭이 줄었고, 가격이 올라갈수록 거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강남3구와 마용성, 서울 시장 ‘슈퍼 엘리트’로 부상
이 거래 급증의 중심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로 대표되는 ‘강남3구’와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마용성’이 자리 잡았다. 실제로 강남구만 해도 1105건이 거래되며 전체 26억원 이상 거래의 32%가량을 차지했다. 서초구는 862건, 송파구는 561건을 기록했고, 각각 50.2%, 392.1%라는 압도적 상승률을 보여주었다. 마포, 용산, 성동구도 각기 227.3%, 64.3%, 218.8%라는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렇게 상위 6개 지역의 포지션이 더욱 견고해진 결과, 26억원 이상 거래 가운데 강남3구가 73.8%, 마용성까지 포함하면 83.2%라는 강력한 지역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외곽지역의 침묵, 양극화의 심화 신호탄
반면, 노원·도봉·강북구 ‘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구 ‘금관구’ 등 서울 외곽진에서는 26억원 이상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외곽의 현실은 상반기 최고가가 구로구 18억6500만원에 머무는 것만 보아도 확연하다. 이는 같은 시기 강남권 아파트가 70억원에 실거래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즉,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특정 지역에 몰리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됐고, 금액 구간별로 거래 경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민평형 84㎡에 찾아온 ‘70억 시대’의 상징성
강남권의 아파트 가운데서도 가장 상징적인 거래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국민평형(전용 84㎡) 매매였다. 올해 상반기만 70억원 거래가 성사됐고, 총 40건의 손바뀜이 이뤄지며 전년 동기(21건)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운 성장세(90.5%)를 기록했다. 더욱이 올해 3월, 국민평형 최초로 평당 2억원을 돌파한 사실은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에 상당한 상징성과 충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강남권, 특히 재건축 단지의 희소가치가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절대적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평균 거래가와 전체 거래량, 초고가 이끌며 동반 상승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증가는 서울 전체 평균 매매가격과 거래량에도 선명하게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3억 3만 원으로, 1년 전(11억 6441만원)보다 11.7% 상승했다. 거래량에 있어서도 4만 556건이 계약되어 52.5% 급등했으며, 6월 한달 신고 건수만도 1만 27건에 달해 3월의 기존 최대치(1만 323건)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일부 초고가 구간의 활황이 시장 전체의 열기와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거래 증가의 뒷배경, 규제·수요·공급이 만든 새 판도
이 같은 고가 거래량의 폭발 뒤에는 다양한 시장 동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심화됐고, 새 아파트의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체 투자처의 부재 등이 고가 아파트 쏠림을 부추겼다. 정책 환경과 경기흐름, 심리 변수까지 맞물리며 ‘초고가 거래의 시대’라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새 물결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