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K뷰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과거 단일 브랜드 중심의 성공공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개별상품의 성패보다 거대 유통망을 선점한 플랫폼의 지배력이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구다이글로벌은 일본법인을 멀티브랜드 유통 허브로 재정비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브랜드 흥행의 부침을 넘어 유통 인프라를 핵심 자산으로 내세워 기업공개(IPO)에서 몸값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8일 구다이글로벌에 따르면 회사는 일본 현지법인(D&ACE)의 사명을 ‘구다이글로벌재팬’으로 변경하고 오동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오 대표는 메디큐브, 달바, 아누아, 넘버즈인, 퓌 등 주요 K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이끌며 리테일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유통 전문가다.
브랜드 운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 플랫폼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오 신임 대표는 “일본 내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북미 등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한 구다이글로벌재팬은 자사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유통하는 멀티브랜드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기존 D&ACE가 '티르티르'를 중심으로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조선미녀, 스킨1004, 삐아 등 그룹 내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유통하는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성숙기 진입한 日 K뷰티…치열해진 경쟁
구다이글로벌의 전략 변화는 일본 K뷰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일본 내 한국 화장품 시장은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342억7000만엔(약 1조2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점유율 30.3%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1417억7000만엔(약 1조3190억원)으로 증가율이 5.6%에 그치며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됐다. 점유율은 4년 연속 1위를 유지했지만 신규 수요 확대보다 기존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이 포화되면서 개별 브랜드의 일시적 흥행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드럭스토어와 버라이어티숍 등 오프라인채널이 중심인 일본 시장에서는 유통망 확보 여부가 성패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뷰티 시장은 벤더사와의 신뢰 관계가 핵심 진입장벽”이라며 “개별 브랜드가 이를 반복적으로 구축하기보다 검증된 유통 플랫폼을 통해 다수 브랜드를 동시에 입점시키는 방식이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구다이글로벌이 유통망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사 브랜드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일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K뷰티 브랜드를 플랫폼에 편입해 안착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 유통수익을 넘어 일본 리테일 시장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현재 구다이글로벌재팬은 이다, 오야마, 아라타 등 주요 벤더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본 전역에서 1만3000여개의 오프라인 소매점에 입점 가능한 유통망을 확보했다. 앳코스메, 로프트, 플라자 등 핵심 채널에도 안정적으로 진출했다.
한미일 잇는 ‘글로벌 유통 허브’… IPO 본격화
일본법인 재편은 구다이글로벌의 IPO 전략과 직결된다. 회사는 조선미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티르티르, 스킨1004, 서린컴퍼니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다만 특정 브랜드의 흥행에 따른 실적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다. 과거 L&P코스메틱(메디힐)과 지피클럽(JM솔루션)이 단일 히트상품에 의존하다 상장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망 간 연계는 향후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소다. 특정 히트 브랜드나 외부 총판에 의존하던 기존의 K뷰티 기업들과 달리 유통망을 내재화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K뷰티 기업은 브랜드 흥행에 따라 실적변동성이 큰 구조지만 구다이글로벌은 글로벌 핵심 시장의 유통망을 직접 확보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확장할 수 있어 플랫폼 기업이라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고 말했다.
구다이글로벌재팬은 미주 유통거점인 한성USA와의 협업으로 확보한 북미 리테일 네트워크(얼타, 코스트코 등)에 자사 및 파트너 브랜드를 공급하며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유통허브 역할을 할 방침이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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