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아리셀 일차전지, 드론用일 가능성
우크라軍의 드론 운용에 영향줄 수도
한국, K9이어 무기부품 공급도 하는중
러 입장에선 한국도 '악의 축'에 올라
급변하는 亞 정세에 냉정히 지켜봐야
배터리 화재사고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이라는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로 사망자 23명을 포함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원인은 배터리 연쇄 폭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망자의 절대 다수가 중국 국적의 동포로서 그렇게 최대규모의 외국인 노동자가 희생된 사건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사건 직후 한국의 국방부도 이 업체가 "PRC-999K 군용 무전기에 사용되는 군용 전지를 납품 받는 방위산업체 중 한 곳이어서 긴급히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사건 직후 이런 소식을 알렸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한국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FPV 드론 배터리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
한국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 세계의 드론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드미트리 쿠지아킨 복합무인항공기솔루션센터(ЦКБР) 소장이 밝혔다.
전날 화성시에 위치한 아리셀(Aricell)사의 생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20명의 공장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공장은 무인항공기(UAV)용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발송 준비가 완료된 배터리 약 3만 5,000개가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장이 한동안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무인 항공기 배터리 생산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기 때문에 이 화재는 무인항공기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사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전선 상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고전류 리튬 배터리는 FPV 드론이 비행하고, 기동하며, 필요한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공장의 가동 중단은 당연히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분명히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FPV 드론의 부품 공급에 반영될 것이다.”

아라셀의 배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요?
우리 국방부는 이 공장이 군용무전기에 들어가는 군용 전지를 납품한다고 했는데, 러시아측 소식통은 무인항공기 즉 FPV(First person view) 드론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이고 이번 화재로 인해 배터리 수급에 차질을 초래, 드론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스푸트니크>지(紙) 취재에 의하면 아리셀이 생산하는 충전이 안되는 일차 전지는 자폭용(카미가제)드론에 사용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화성공장이 FPV 드론 배터리 생산공장이라면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의 주포인 155㎜ 포탄 수급이 매우 힘들어진 조건에서 FPV 드론은 그나마 우크라이나군이 찾아낸 상당히 효율적인 대안이다. 이제 그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전황은 이미 암울한데 더 힘들게 된다는 말이다. 카미카제 FPV 드론 가격은 500달러 정도면 된다. 155㎜ 포탄 가격이 품귀로 인해 폭등해서 한 발에 1만 달러, 곧 1,400만원까지 치솟는 마당에 드론이야말로 저렴하고 효과적인 대안이었다.
흥미롭게도 아리셀의 모회사인 코스닥상장사 에스코넥 홈페이지는 이 배터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군용시스템. ‘아리셀’ Li/SOCI2 군용팩 전지는 높고 안정적인 전압과 기동성을 고려한 경량화, 긴 전지수명을 바탕으로 지상 부대장비, 잠수함, 미사일유도장치등 방위체계 핵심 장비에 사용 가능하면 인공위성, 셔틀 등 항공우주 분야에 매우 적합한 전지입니다.”
즉 국방부가 말한 군용무전기뿐만 아니라 심지어 잠수함, 인공위성, 미사일유도장치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지인은 미국의 유타 소재 군수물자 특히 배터리 생산업체 관련된 기사를 알려주었다. 미국의 한 방위산업 잡지(<에어로스패이스 엔 디펜스 리뷰>)가 드론에 사용되는 첨단 배터리팩 제조업체 《이머징파워》를 취재한 내용이다. 아리셀은 파나소닉, 삼성 등과 더불어 이 회사의 협력업체로 언급되어 있다.
결국 이로부터 화재가 난 아리셀 공장은 단순히 일차전지를 만들어 군용무전기 등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예컨대 《이머징파워》 같은 미국의 드론 배터리 제작업체의 협력사로서, 아무튼 드론용 배터리 글로벌 공급망에 관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악의 축'은 누구일까, 우리는 아닐까
아래 그림은 우크라이나 매체인 <유로마인단 프레스>가 제시한 ‘악의 축’이란 개념도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악의 축'은 러시아, 중국, 이란 그리고 북한을 말한다. 특히 이들 나라간의 무기 등 거래에 관련된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에 부품 등을 공급하고 대신 석유를 수입하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미사일 기술을 제공받는다고 주장한다. 여기서도 중국이 북한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악의 축'이란 말이다.
우크라이나 매체의 이런 개념도에 기초해서 보자면 한국은 러시아에겐 미국, EU등과 더불어 영락없이 '악의 축'이라 불리울 만하다.

한국이 지난 2023년 처음, 4월 말로 예정되었던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역공’시기에 맞춰 155㎜ 포탄 33만 발을 항공편과 선박편으로 나눠 ‘대여’한 저간의 사정은 미 주방위군 사병이 유출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펜타곤 리크스>)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 배달 날짜와 수량까지 단 한 발의 오차도 없이 촘촘히 계획되었고 또 그대로 이행되었다. 물론 우크라이나 군의 대재앙으로 종결된 이 ‘역공’은 6월 초로 연기되어 개시되었지만 말이다.

미국 측이 우리나라 대통령실 불법도청까지 하면서 한국 포탄에 매달린 것은 그만큼 물량확보가 어렵고, 또 이 때의 우크라군의 ‘역공’이 전황상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은 불법도청을 당하고도 미국을 감싸는 참된 우방의 ‘저’자세를 세계만방에 시전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더 앞서 2022년 9월에는 체코의 최유력 신문중 하나인 <믈라타 프론타 드네스>지(紙)가 한국산 대공미사일이 체코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우회수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러시아의 원천기술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우수한 미사일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것이야 현정부의 경제정책(?)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렇게 알려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러시아 기술이 수출된 미사일에 포함되었다면 사전에 러시아와 충분히 협의하고 수출해야 한다. 게다가 폴란드에 K9 자주포 수출한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끔 광고하지 않았던가. 그 K9이 이름과 포탑을 바꿔 우크라이나 전장 여기저기 망가진 채 굴러다니는 것은 이제 볼거리조차도 되질 못한다.
그런데 이제 이번 화성화재로 인해 한국의 기업이 그것이 어떤 경로이건 우크라이나 전장에 사용될 무기급 드론의 핵심부품을 공급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 것이다.

북·러조약에 대한 성토는 '내로남불'
전시 어느 일방에 대한 무기지원은 곧 '적대행위'에 해당된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러시아가 우리의 적"이라고 선언하는 행위이다. 마찬가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았다면 이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행위임은 자명하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저렇게 대놓고 수십만 발의 포탄, 미사일 그리고 심지어 부품까지 ‘대여’하거나 우회 ‘수출’ 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 공식방침이 살상용 무기 지원 반대라고 해서 북·러조약을 빌미로 ‘이제부터(!)’ 살상용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면 이는 블랙유머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특히나 한국의 무기 대여나 수출을 러시아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말이다.
게다가 다분히 국내용으로 보이는 이른바 대러 ‘경고’를 남발하는 것도 기실 좋은 그림도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 보수가 이룩한 최대의 외교성과중 하나인 북방외교를 그 뿌리부터 흔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번 북러조약은 첫째 나토의 아시아 진출, 둘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화에 대응한 러시아에 의한 일종의 ‘미러링’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급격한 힘의 재균형화 시도인 것이다. 엄연히 한국이 한 일이 있음에도 오직 북한의 무기 판매 혹은 지원 가능성만 성토하는 것은 ‘내로남불 외교’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급변하는 정세를 냉정히 관찰한 뒤에 관변향배(觀變向背)하는 것이 맞다.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