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스타트업 ‘사운드울프’ 박소현 대표 -

Q. 사운드를 매개로 공간의 숨은 판타지를 표현하는 사운드컬쳐 브랜드라고 어느 기사에 소개되어 있던데, ‘사운드울프’가 어떤 기업인지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작곡가이자 ‘사운드울프’의 대표 박소현이라고 합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사운드울프는 소리를 매개로 공간의 숨은 판타지를 표현하는 사운드컬쳐 브랜드입니다. 순수 예술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사업화를 진행하는 ‘예술기업’이에요. 소리를 주요 매체로 활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적이고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사운드마크(Soundmark)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사운드마크는 공간이 지닌 고유한 이야기와 특성, 소리에 귀를 기울여 공간을 대표함과 동시에 귀를 기울이며 휴식할 수 있는 청각적 쉼터입니다.
Q. 대표님과 팀원분이 연극(연출)과 작곡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되셨고 어떻게 멤버를 구성하셨는지요?
저는 공연 연출과 음악을 함께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극음악을 창작하며 예술 활동을 시작했어요. 활동을 이어가며 장르와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하게 되었고, 실험적인 시도를 더 해보고 싶어졌고요. 이후 소리, 즉 사운드를 중심으로 음악, 다원, 공연, 영상, 국악, 시각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아울러 작업을 구상하고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개인 작품을 작업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런 장르 예술을 사업화할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저는 현시대에 우리가 향유하는 ‘소리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어요. 공간이나 역사가 지닌 문화와 맥락 역시 도시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데요. 사람들은 시각적인 요소에는 관심을 쏟지만, 청각적인 요소에는 특별히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죠. 사람들이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소리가 즐비해 있는데, 정말 밖에서 들리는 소음들은 아무 맥락이 없는 소리일까? 도심 속에서 듣는 문화라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소리에 의미가 있다면 청감 문화라는 걸 만들어볼 수 있을까? 창작자로서 어떤 소리를 대중화할 수 있을까? 질문에 질문을 연결하며 고민한 끝에, 듣는 문화, 통칭 ‘도시인들을 위한 청감 문화’(sound culture for city people)라는 걸 만들어보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어요.
감사하게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출발한 게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구체화된 스텝을 통해 사업 분야에 뛰어들며 예술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아트디렉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작곡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작업하고 있는데요. 이 동료들과 소리를 활용한 새로운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작하며 주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Q. 소리를 매개로 공간이나 사물의 판타지를 표현한다는 것이 신기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 것인지요?
‘소리’를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아울러 다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크게 콘셉트 개발, 콘텐츠 제작, 구현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나누어 진행합니다. 사운드마크 제작에서는 콘셉트를 구상하는 디자인과 창작 단계, 제작 이후의 송출 단계를 하나의 큰 판으로 생각해요. 다양한 소리를 혼합해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현상을 사운드스케이프라고 부르는데요. 물이 똑똑 떨어지거나 새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여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드는 방식 등이 대부분이에요. 우리는 그 방식 외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실험적이고 폭발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운드마크”는 특정 공간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사운드 기반의 설치물, 오디오 비주얼, 혹은 소리 그 자체입니다. 환상성을 필두로 한 제한 없는 상상으로 콘셉트와 콘텐츠를 만들고, 소리라는 주요 매체로 엮어 표현하는 거죠. “소리 식물”, “소리 빙하”, “소리 향수” 등 독자적 색채와 개성을 지닌 창·제작 기반 사운드마크 모델을 개발하고 있어요.
지난해 <소리 정원>(Sound Garden) 사운드마크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만약 이 공간에 소리를 먹고 자라는 식물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부터 개발을 시작했죠. 일곱 가지 공간의 고유한 소리 환경과 해당 공간에 걸맞은 식물을 주요 콘셉트로 잡았어요. 식물을 스피커와 결합해서 소리를 심을 수 있는 방식을 개발했죠. 단순히 스피커를 소리가 나오는 재생장치로만 생각하는데, 그 자체로 설치 작품이 될 수 있는 방식을 구현해 본 거예요. 그리고 각각 설치물을 헤드폰과 연결하여, 잠시 멈춰서 들을 수 있는 ‘소리 공간’을 구성했어요.
이렇게 주위 공간과 융합하여 완성된 사운드 기반의 설치물인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으로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기업은 소리 공간의 경계를 인스톨레이션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주얼 아트, 오디오비주얼, 미디어아트에 이르는 뉴미디어를 활용해 제한 없이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오디오비주얼, 오디오프로필, 지자체 문화재단과 협력할 수 있는 오디오 도슨트, 사운드 헤리티지 등으로의 구현이 가능하며, 최적의 방식들을 고안하고 있죠.

Q. 주요 타깃 고객은 어떤 곳들이며, 실제 사운드울프의 서비스가 제공된 사례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앞선 사운드마크 모델은 도심 속 청각적 쉼터로 기능할 수 있어요. 우리 기업은 오피스 휴게 로비 공간, 복합문화공간, 브랜드 플래그십 팝업 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휴 공간을 보유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우선으로 목표하고 있어요. 동시에 원소스 콘텐츠를 지닌 지자체 박물관, 문화공간, 전시관 역시 주요 타깃 고객이죠.
지난해 개최한 메인 프로젝트 <소리 정원>(Sound Garden) 사운드마크 전시를 시작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한국문화정보원에서 개최한 공공키움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는데요. 공공 소리 저작물 중에서도 제주 지역 방언을 활용한 사운드 콘텐츠를 오디오 비주얼로 재가공했습니다. 이를 관광 상품화할 수 있게 콘텐츠로 제작했고요.
올해는 공연기획사 제이에스바흐와 협업하면서 숏츠 영상의 사운드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을 고음악이라고 하는데요. 그 시대의 악기인 고음악 악기가 연주되는 구조와 방식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사운드 디자인이었죠. 또 하반기에는 프로젝트 그룹 MRC와 협업하여 Lost and Foun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온라인 공간에서 분실물센터의 잃어버린 “오디오 프로필”을 제작해서 11월경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와 별도로, 사운드마크를 토대로 한 고도화된 사운드마크 시그니처 모델을 연구 개발하고 있어요. 이 모델을 비즈니스 모델로 기능할 수 있게 확장하려고요.

Q. 소리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시장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소리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선례가 거의 없어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지난해 진행했던 <소리 정원>(Sound Garden) 전시는 의미가 있었어요. 소규모 전시장에서 진행한 첫 프로젝트지만 지자체재단 관계자와 일반 관객, 투자사 분들이 꽤 오셨는데, 대중적인 반응은 좋은 편이었어요. 설치물을 상설 설치하고 싶다고 요청한 지자체 대안학교도 있었고요. 브랜드 콜라보와 관련한 의견도 꽤 많았어요. 일곱 정의 소리 식물 설치물에서 각각의 색깔과 정체성을 느꼈고, ‘식물’이라는 전체 콘셉트로 연결된다는 게 새로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특히 개인으로 오신 관객들은 소리와 음악을 통해 상기되는 감각이나 과거의 기억, 감정들도 남겨주셨고, 전반적으로 멈춰서 오롯이 소리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사운드 전시’ 형태의 경험이 새로웠다고도 하셨어요. 상설 형태로 전시를 운영하면 좋겠다고도 말씀하셨고요. 지난 단계에서는 큰 그림을 기획하고, 소규모 형태로 프로젝트를 구현해 보았다면, 앞으로는 더욱 대중화하고 사업화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진척시켜보는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이번에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관한 예술인과 예술기업들을 위한 예술 종합지원플랫폼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 입주기업에 선정되어 입주하셨는데요. 아트코리아랩 입주기업 신청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지원금보다는 공간이 우선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트코리아‘랩’이라는 특성도 좋았어요. 저희도 사업을 기획할 때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시도하자는 자유로움을 추구했거든요. 창·제작 시설, 다른 예술기업들과의 네트워킹, 비즈니스 컨설팅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고민의 여지가 없었죠. ‘아트 랩’에서 실험하는 연구자와 창작자, 사업가들이 모이기에 아트코리아랩이 최고의 공간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Q. 실제 ‘아트코리아랩’에 입주해보니 어떠신지요? 그리고 아트코리아랩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신지요?
정말 꿈만 같죠. 처음 입주 공간을 보러 들어왔을 때부터 정말 감탄했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특색, 로비 공간, 앞으로 사용하게 될 스튜디오까지 믿기지 않을 만큼 기대되고 감사해요. 출근이 너무 재미있다니까요. 앞으로 이 공간에서 만들어갈 프로젝트들이 너무 기대됩니다. 예술×기술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오피스라는 점도 참 좋아요. 이 공간에서 혁신과 실험, 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 비전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Q.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가장 주력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를 위한 브랜드 시그니처 제작물을 확보한 다음, 지속 가능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예술을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게 하려면 인지도가 확보되어야 하죠. 그래서 우리 시그니처 모델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스토어 내에 사운드마크를 입점하고, 협력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내년 초에 진행할 프로젝트 기획 개발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사운드울프의 중장기 계획과 궁극적인 꿈이 궁금합니다.
“PAUSE AND LISTEN”. 잠시 멈춰서 듣자. 이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놓치지 말자고 다짐하는 가치예요. 수없이 많은 자극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자. ‘청취’를 경험으로 만들어내자.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해주자.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기보다는 눈을 감고 소리를 통해 나만의 정원을 그려낼 수 있게 해주자. 그런 정원을 도심 속 곳곳에 심어보자. 이게 현재로서의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려면 사람들이 멈춰 설 수 있을 만한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멈춰서 각자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들을 수 있을 만한 깊이와 질감, 퀄리티를 지닌 콘텐츠를 만들어내야겠죠. 이를 위해 기술적인 연구 개발을 진행함과 동시에, 산업, 학계와 꾸준히 협력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요. 이후 지역 개발 차원으로의 도시개발, 나아가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진출까지 도모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커리어를 한마디로 정의 부탁드립니다.
제 커리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자유로운 모험가”가 되고 싶어요. 만화 속 세상에서처럼 자유롭게 모험하듯 헤쳐나가는 비즈니스와 예술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예술가라는 업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할 수 있으려면,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 하죠.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희곡 작품 중에 “사랑, 평화, 다정함”이라는 글이 있어요. 보다 친절한 세상이 될 수 있게 저도 다정함과 힘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