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허가 일정을 미룬다. 이에 따라 선낭암와 담관암 신약허가신청(NDA)을 비롯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리보캄렐)의 유럽 승인 일정 등이 연기된다.
일각에서는 리보캄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지 못한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HLB는 당분간 FDA가 요구한 리보캄렐의 보완요구서한(CRL)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담관암·선낭암 파이프라인 NDA 모두 하반기 이후
21일 업계에 따르면 담관암과 선낭암 치료제의 미국 NDA가 올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HLB는 앞서 두 파이프라인의 NDA를 올해 상반기에도 내는 것을 검토한 바 있다.
HLB의 담관암 치료제는 지난해 12월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테라퓨틱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릴레이테라퓨틱스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은 'RLY-4008(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이다.
RLY-4008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인 FGFR2(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글로벌 임상 결과도 고무적이다. FGFR2 유래 간내 담관암 환자군과 위암·췌장암·두경부암 등 기타 고형암 환자군에서 모두 높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과 우리나라 등 13개국에서 진행한 임상2상 결과 객관적반응률(ORR)은 57.9%(ESMO 2022 발표 기준)로 기존에 허가된 치료제들(36~42%)보다 높았다. 이미 지난해 10월 FDA로부터 혁신신약으로 지정돼 ‘조건부 허가’도 받을 수 있다.
선낭암 치료제는 이번에 FDA 신청에서 고배를 마신 리보세라닙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침샘암으로도 불리는 선낭암은 두경부암의 17%를 차지하는 악성 희귀암이다.
선낭암 치료제는 간암 신약이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인 것과 달리 리보세라닙 단독요법이다. 리보세라닙 단독으로 처방하는 만큼 HLB은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진행해온 임상2상에서는 유효성을 일부 입증했다. 미국·한국에서 선낭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을 1차 치료제로 투약한 결과 ORR이 15.1%로 나왔다. 무진행생존기간중앙값(mPFS)은 9개월, 반응평가지속기간(mDOR)은 14.9개월, 질병통제율(DCR)은 65%로 나타났다.
다만 리보캄렐이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만큼 동일한 성분인 선낭암 치료제 역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리보캄렐 유럽 승인신청 계획도 9월로 연기
리보캄렐의 유럽 승인신청 계획도 일부 변경됐다. HLB는 리보캄렐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신청을 9월에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것보다 두 달 정도 미뤄진 셈이다.
HLB는 리보캄렐이 2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간한 '간세포암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제로 등재된 후 발빠르게 EMA 신청을 추진해왔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리보캄렐을 처방을 '강력히 권고'하는 약물로 규정했다.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약물을 현장의 의사들이 처방을 권고하는 약으로 등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주력 파이프라인의 NDA와 리보캄렐의 유럽 진출 등 주요 일정이 미뤄진 것은 FDA 승인 불발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FDA가 요구한 CRL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HLB가 수령한 CRL의 재심사 서류제출 기한은 2개월이다. 5월까지 미비점을 보완한 자료를 제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후 FDA는 7월에 승인 여부를 HLB에 통지한다. 사실상 서류 제출과 승인 여부가 나올 때까지 4개월간 전사적 역량을 리보캄렐에 쏟아부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FDA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던 HLB가 적응증 추가 등을 향후 계획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FDA의 승인이 미뤄진 만큼 당분간 전략적으로 CRL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LB 관계자 역시 "현재 중요한 것은 리보캄렐의 FDA 승인"이라며 "일부 일정 변경을 감안하더라도 FDA가 요구한 CRL을 보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