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에 유독 ‘할인권’ 많았던 이유…구속영장 청구서 살펴보니

김태훈 2024. 10.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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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자는 검찰 추산 33만 7,128명입니다. 피해액은 1,595,013,701,866원 (1조 5,950억 1,370만 1,866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었을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지난 7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사태 발생 직후 큐텐은 피해 상황 파악과 피해자 및 파트너사 피해 구제 방안, 티몬과 위메프 양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다"고 했습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달 19일 "티몬은 정산 지연의 징후가 없었다"며 "본사 차원의 지원도 없고 해서 뱅크런을 막지 못한 게 사태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릅니다.

검찰은 54페이지에 이르는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구영배 대표의 사사로운 욕심 채우기' 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구속영장 청구소 속 '티메프 사태'…"'티메프' 인수는 '자금 쥐어짜기' 목적"

구 대표가 이끄는 큐텐 유한회사는 2022년 4월 이미 운영자금이 모두 소진됐습니다. 큐텐은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를 인수 이전부터 신규 정산대금으로 기존 정산대금을 막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월 영업손실만 77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에 나선 것은 '허울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구 대표가 '높은 인지도로 상위권의 매출 실적을 낼 수 있으면서도 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별다른 자금 없이 인수할 수 있는 기업'들을 추려내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수 목적자체가 큐텐의 부족한 운영비용과 정산대금을 쥐어짜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 유독 할인권 많았던 이유…회전률·환금성 위해 확대

그렇다면 티몬과 위메프의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티몬과 위메프는 2022년 기준 각각 (-)6386억원, (-)144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구 대표가 '공짜'로 이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죠.

처음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나 경쟁력 있는 미래 비전 없이는 회생시키기 어려운 회사들이었습니다.

그러자 구 대표의 선택은 회전률이 빠르고 환금성이 좋은 '상품권 판매' 확대였습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의 문화상품권을 9만 원에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상품권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현재 티몬서 문화상품권을 검색한 모습. 과거에는 훨씬 많았다.


하지만 회사에게는 '상품권 판매'가 남는 장사가 아니었습니다. 9만원에 판매되는 상품권의 원가는 알고보니 9만 5천 원이었던 셈이죠. 티몬과 위메프는 상품권이 팔릴수록 적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1~2년 동안 이같은 행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상품권을 더욱 싸게 판다며 더 많은 구매자들을 유혹한 뒤 정산업체에게는 두 달 전 판매대금부터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60일 지연정산'을 통한 전형적인 돌려막기였죠.

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이같은 운영이 지속가능한 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두 대표의 발언입니다.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 (2022년 12월)
"위메프는 빚의 늪"·"위메프는 상품권 지옥" 류화현 위메프 대표 (2023년 말~2024년 초)

큐텐 및 계열사의 재무를 총괄하는 이 모 큐텐 재무본부장은 2023년 10월 "티몬과 위메프의 생사가 왔다갔다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유일한 출구전략 '나스닥 상장'…매출액 부족 등 이유로 두 차례 반려

각종 무리수를 던진 구 대표의 유일한 출구전략은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었습니다. 나스닥 상장으로 많은 투자금을 끌어오면 급한 불을 끄고 티몬과 위메프를 포함한 전 계열사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같은 상장시도는 2021년쯤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의 문턱을 넘는 것은 녹록치 않았죠. 상장주관사 골드만삭스는 미국공인회계감독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른 감사보고서 미제출, 매출액 부족 등을 이유로 구 대표의 상장 요청을 두 차례 반려했습니다.

큐익스프레스는 자력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큐텐 그룹은 사실상 생존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검찰은 이후 구 대표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더 많은 착취' → '티몬과 위메프의 돈을 가져가기 위한 허위 부풀리기 계약 남발' → '티몬과 위메프에서 더 많은 상품권 판매'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 일감 몰아주기·인수대금 대납…검찰 '배임 혐의' 적용

나스닥 상장에 실패한다면 큐텐을 비롯한 자회사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그러자 구 대표의 큐텐 그리고 큐익스프레스 살리기는 각종 불법행위와 함께 더욱 대범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먼저 큐익스프레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가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익스프레스 상품을 판매하고 또 큐익스프레스서 출시한 '풀필먼트서비스'(물류 일괄 대행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배송사고가 30%에 이를 정도로 형편없는 서비스였지만 선택지는 없었죠.

거기에 큐익스프레스가 실시한 할인 판촉행사 비용도 티몬과 위메프가 떠안았습니다. 이 방법으로만 티몬은 603억 3429만원, 위메프는 89억 5301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검찰은 이 모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습니다.

또 IT 및 재무회계를 담당하는 계열사 '큐텐테크놀로지'를 끼워넣어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수수료 504억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중 부풀리기 수법으로 구 대표 등이 횡령한 금액이 121억 4,711만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구 대표가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티몬과 위메프서 상품권 판매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5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습니다.

이렇게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사이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 "몸통은 구영배"…수사 시작되자 떠넘기기 시도

검찰은 구 대표가 매주 월요일 '주간회의 라운드테이블' 등의 명칭으로 류광진, 류화현 대표 등 임원들을 소집해 큐텐 그룹 내 전반적인 경영과 자금상황을 공유했다고 설명합니다.

최소한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모를리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자금을 유출했고, 또 이를 숨기는데도 앞장섰습니다.

류광진 티몬 대표 등은 2022년 12월 31일 기준 티몬의 미정산잔액이 5,163억원이 넘는데도, 금융감독원에는 이를 1/10 이하로 줄여 462억 3,854만 원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462억 원 상당의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들은 200억 원 상당의 잔고만 제출하며 '나머지는 별도 계좌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조차도 거짓이었습니다.

2022년 말 티몬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단 200억 원 수준으로 미정산 잔액의 3.87%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이들의 새빨간 거짓말은 이듬해 말까지 계속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사전에 피해를 막지 못한 주원인이었습니다.

또 홍보담당자들은 2023년 이후 언론사에도 적극적으로 거짓해명을 하며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고, 일부 기사들에 대한 댓글작업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련의 사태에 깊게 관여한 류광진 류화현 대표는 수사가 시작되자 '몸통은 구영배다'라고 모의하며 책임 떠넘기기를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 검찰 수사 중간 결론…재판부도 인정할까?

물론 이는 철저하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구 대표 그리고 류광진, 류화현 대표의 입장은 많이 다를 겁니다.

'티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발생한 천문학적 피해가 검찰의 수사결과처럼 구 대표의 사익 챙기기 때문인지 아니면 경영판단의 오류 때문인지, 그리고 그런 경영진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곧 내려집니다.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오는 10일 오전 9시 50분 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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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ab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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