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넘은 미국 국채 10년물,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

김태림 2026. 9.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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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5%를 돌파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정부가 10년 동안 돈을 빌리면서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율인데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은 것은 2023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두 힘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당분간 5% 위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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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뚫린 5%의 벽,
글로벌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국채로 옮겨갈수록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캐빈 워시 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5%를 돌파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정부가 10년 동안 돈을 빌리면서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율인데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내야 하는 금리, 나아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국채 금리까지도 미국 10년물 금리를 기준 삼아 움직인다. 그래서 시장은 5%라는 숫자를 넘어서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 가격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왔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은 것은 2023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가 이내 꺾였는데 그 배경을 알면 지금 상황과의 차이가 뚜렷하게 보인다. 2023년 10월에는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다음 날 미 정부는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해 국채 발행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가 치솟았다. 하지만 11월 미 정부가 더 이상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날 중앙은행(Fed)이 그간의 매파적(긴축적) 태도를 누그러뜨리자 금리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탄탄하고 물가는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Fed는 오히려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를 눌러줄 뚜렷한 반전 카드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Fed와 미 정부

첫 번째 힘은 Fed의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다. 지난달 발표된 8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16.5만 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5.7만 명)를 세 배 가까이 뛰어넘었고 실업률도 4.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은 지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현재 고용시장은 완전고용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고용시장은 더 개선된 것이다. 고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물가도 둔화세가 확인되고 있지 않다. 8월 핵심 소비자물가도 전월 대비 0.29% 오르며 시장 예상(0.2%)을 웃돌았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시장과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가 겹치면서 Fed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문제는 물가를 밀어 올리는 진원지인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후티반군은 홍해 연안의 요충지인 모카를 장악한데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과 맞닿은 지역까지 노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처럼 원유 물동량이 집중되는 길목이 흔들리면 남아공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송 시간과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간 호르무즈해협 관련 회담이 지난 9월 1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연기됐고 다음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댈러스연은은 호르무즈해협이 한 분기 동안 봉쇄될 경우(WTI 최고 130달러 가정) 4분기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0.18%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란의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점은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알려져 있는데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할 목적으로 적어도 선거 전까지는 중동의 긴장 강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유가발 물가 압력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뜻이며 이는 Fed가 9월 한 차례 인상으로 끝내지 않고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이 더해진다. 워시 의장 취임 이후 대폭 줄어든 Fed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문제는 Fed가 말을 아낄수록 시장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확신할 수 없을 때 그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료’ 성격의 추가 금리를 요구한다.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얹어 받는 웃돈인데 ‘기간 프리미엄’(혹은 텀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Fed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 기간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면 지금은 정반대로 Fed의 소통 축소가 기간 프리미엄을 다시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40조달러 넘은 美 부채 부담

두 번째 힘은 미국 정부의 재정 문제다. 팬데믹 이후 재정지출이 계속 확대되며 미국의 총 부채는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 비용도 7월 기준 1042억달러까지 불어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 부담이 1990년대 수준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이 부담을 단기간에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수입을 늘리자니 관세 수입은 오히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관세 환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지출을 줄이자니 미국-이란 전쟁 비용으로 정부는 되레 876억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야 모두 표심을 의식해 씀씀이를 줄이기보다 늘리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복지 예산 증액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재무부는 초장기물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국채 바이백(되사들이기) 규모를 확대했지만 이는 진통제에 불과하다. 부채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두 힘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당분간 5% 위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며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켰지만 중동발 유가 불안과 재정 부담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상승 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Fed가 이번 한 차례 인상으로 끝내지 않고 4분기에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역시 이런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며 인상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가 쉽게 내려오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국채로 옮겨갈수록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외 채권시장 모두 미국 국채 10년물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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