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너무 싫어한다는 북한 사투리

우리는 대개 말투나 억양만 듣고도 그 말이 어디 지역 사투리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워메 저것은 언제 인간될까잉” 이건 전라도 사투리, “아 구황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싸?” 충청도 사투리. “내 니 좋아했다고!!!” …경상도 사투리? 이처럼 북한도 지역별 사투리가 저마다 다른데 그중에서도 개성 지역 사투리는 북한 말보다 남한 말이랑 훨씬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조차 이질적으로 느낄 정도라는데 “개성 말투가 우리나라 말투랑 비슷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전영선 교수 /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원래 개성은 남한이었어요. 개성부터 시작해가지고 경기도 인천, 서울 포함해서 이게 전부 다 중부 지역의 말투이기 때문에 이쪽 말투는 거의 되게 비슷하다고 봐야 되고요.”

이제는 워낙 오래 전이라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개성은 원래 경기도 개성이었다. 삼팔선보다 아래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통치하던 지역이었는데,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북한 땅으로 편입됐다. 그러니까 당연히 북쪽보다는 남쪽 말투랑 비슷할 수밖에.

[정유나 / 탈북민]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개성 말은 남조선 말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죠 오제(어제) 보고도 어제라 그러고 똑(떡) 보고도 떡이라 한다 그러고. 평안도는 오를 어같이 발음하고 어를 오같이 발음하고 그래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그 발음이 안 돼가지고 되게 힘들어하거든요. 근데 개성 사람들만 그 발음을 정확하게 한국처럼 발음한다 그 소리죠.”

북한 말은 우리 말과 비슷한 듯 다른 듯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는 ‘어제’라고 발음하는 걸 북한 사람들은 ‘오제’라고 하고 ‘떡’은 ‘똑’이라 한다. 떡 사세요가 아니라 똑 사세요라고 한다는 건데 아 물론 이건 90년대말 인기 드라마 ‘육남매’에 나온 그 ‘똑 사세요~’랑은 다른 얘기다.

어쨌든 개성 사람들은 우리랑 똑같이 ‘어제’, ‘떡’으로 발음한다고 한다. 이건 우리 고어에서 사라진 ‘아래아’ 발음 때문에 생긴 차이라고 한다. 원래 아래아 발음은 어(ㅓ)로 되기도 하고 오(ㅗ)로 되기도 하는 중간 음가를 가지고 있는데, 지역별로 음가의 영향이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개성 지역은 특히 억양이 비교적 균일해서 남한 말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는다고.

[전영선 교수 /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억양에서 큰 성조가 있지가 않아요. 음의 변화가 좀 높지 않고 되게 이제 유순한 어투로 많이 표현이 되죠.”

또 자연환경이나 지리적 특성에 따라서도 말투가 각기 다른데, 추운 지역인 함경도 사투리는 말을 길게 하기보다는 ‘했슴둥’처럼 짧게 축약하는 특성을 가지지만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개성은 말투가 느린 편이고 억양도 세지 않다. 또 아무래도 개성은 고려시대 때부터 국제도시 역할을 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얘기하기보다는 두루두루 여지를 많이 두는 외교적인 표현이 많다고. 지역마다 언어적 특징이 다른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이런 지역별 사투리 차이를 활용해 콘텐츠의 재미와 변별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들의 표준어인 평양문화어만을 강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말을 강요한다거나 사투리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전영선 교수 /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북한 같은 경우에는 수령님 문풍을 따라 배우자 이런 표현들을 쓰고 있는데 이제 지역 방언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허용하지 않고 가능하면 세련된 말투 가다듬은 말투를 쓰게 돼 있어요.”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사투리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딱 들으면 대충 어디 지역 사투리구나~ 알 수 있는 반면, 북한은 방송에서도 표준어만 내보내기 때문에 교류가 없던 지역의 사투리를 들으면 마치 아예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린다고.

북한은 최근 한류뿐 아니라 한국식 문화가 체제에 스며드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서 개성 말투 역시 감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성시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평안도 등의 다른 지역 교사들을 일부러 파견할 만큼 언어 사용에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에는 사회주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기들의 주체성을 철저히 세운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다. 또 북한에서는 남한식 이름을 개명하라고 통보하기도 한다.

개성 사람들은 그저 나고 자란 동네 말을 썼을 뿐인데, 역적처럼 몰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억울해한다고. 사실 ‘떡 사세요’든 ‘똑 사세요’든 다 같은 말인데, 이렇게 차별받고 억압받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