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정성으로 지은 가평 주택 ‘Calm & Cozy’

남쪽으로 조종천이 흐르고 북쪽으로 대금산 자락이 펼쳐져 있는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취재를 위해 찾아간 이곳 산골마을에는 길을 따라 제법 많은 전원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달받은 주소의 집은 산 중턱에 이르러서도 보이지 않았다. 진눈깨비라도 한바탕 내릴 듯한 산중에서 집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 끝에 드디어 사진 속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내려서 보니 풍광이 그림 같다. 축령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턱의 아늑한 공간이다. 이곳에 건축주는 시공사로 하여금 도로를 내어 집을 짓도록 했다.

이형우 기자 | 사진 박지현 기자 | 협조 태림하우징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가평군
지역/지구  생산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1,962㎡(594.5평)
건축면적  266.79㎡(80.8평)
연면적  199.71㎡(60.5평)
건폐율  13.60%
용적률  10.18%
설계기간  2022년 2월~10월
시공기간  2023년 2월~6월

설계 및 시공  태림하우징 031-861-3434  
                  www.taelimhousing.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징크  
             외벽-파벽돌(두라스택), 스타코플렉스
             데크-멀바우
내부마감  천장-페인트(벤자민무어), 실크벽지
             내벽-페인트(벤자민무어), 실크벽지
             바닥-폴리싱타일(유송타일)
단열재  그라스울(크나우프)
창호  이건창호
현관문  일레븐도어
조명  대광조명, 필립스
주방기구  나루주방가구
위생기구  대림
난방기구  경동나비엔보일러
실내가구  베스테브로

조명과 매립 선반이 있는 현관
거실과 현관 사이의 사무 업무 공간


미국 LA에 거주 중인 건축주는 이곳 선산에 모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쉬어갈 공간으로 집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건축주는 집 짓는 데도 일가견이 있어 대목 출신인 이재갑 태림하우징 대표와 합이 잘 맞았다.

“건축주께서는 일흔 살을 훌쩍 넘기셨음에도 집을 작품으로 인식하시고 저희와 모든 건축 과정을 협의해 결정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집을 여러 채 건축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데다 집을 짓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셔서 더없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나도 남 못지않은 대목이라 자부했지만 이번 주택을 지으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천장고 3,150㎜(거실 5,000㎜), 방문 높이 2,400㎜의 독특한 열린 주택 공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축령산을 오롯이 볼 수 있는 큰 창

자연 속에 자리한 ‘Calm & Cozy’는 배산임수의 느낌으로 집을 꺾어 포근한 형태를 띠고 있다. 지붕은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징크로 마감해 미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주택 외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창이다. 높은 층고에 걸맞게 창을 크게 내 내부공간이 더 넓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산 중턱의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전망도 극대화됐다. 특히 거실 전면을 모두 5m에 달하는 천장고와 같은 높이의 창으로 처리해 미적 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주택의 공간 균형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도록 했다.

천장까지 올라온 오각형 창이 웅장한 느낌을 준다.
건축주가 미국에서 직접 보내준 그림에 맞춘 아트월
거실과 주방 사이 벽을 만들어 양면으로 즐기는 벽난로

“집을 계획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님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집에서 축령산을 오롯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적극 반영하고자 창을 가능한 한 크게 설계했고, 주택 배치도 축령산 정상에 축을 맞추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협력업체 직원들이 내 일처럼 꼼꼼하게 시공한 덕분에 독특하고 튼튼한 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문 제작한 대리석 식탁과 포인트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식당

화려하고 세련된 내부공간

외부공간이 남성적이라면 내부공간은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을 강하게 준다. 맨 안쪽 방은 여성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핑크 톤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웨인스코팅 침대와 레이스 침구를 매치하고 배드밴치 또한 핑크 포인트를 둔 아이보리 색상을 배치했다. 또한 방 분위기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줄 둥그런 느낌의 소파를 하트러그와 함께 두었다. 화장실과 드레스룸은 화이트 톤으로 통일해 핑크색과 잘 어우러지게 디자인했다.

단차가 있는 아일랜드 식탁으로 공간의 활용성을 높인 모습

뒤쪽 방은 마운틴 뷰mountain view라서 자연친화적 느낌으로 브라운 톤 벽지를 포인트로 주고 우드 톤으로 맞췄다. 부클 소재의 소파와 우드 테이블로 따뜻함을 잡아주고 오픈 드레스룸은 골드색상의 간살도어를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방 출입문은 회색이나 방 내부 문들은 베이지색으로 맞추어 이질감을 없애주었다. 욕실 또한 베이지 톤으로 맞추고 힘펠컬러 환풍기로 포인트를 줬다.

무채색 베이스에 원색 포인트를 준 방. 현대적인 오브제와 원색 소품들이 눈에 띈다.
블랙 포인트로 꾸민 욕실
시스템장과 붙박이장 사이 전신 거울이 배치된 드레스룸

앞쪽 안방은 전망이 뻥 뚫린 시원한 분위기의 모던한 컨셉에 원색 가구와 소품들로 포인트를 더했다. 내부 가구와 욕실은 액세서리까지 블랙 톤으로 맞추어 통일감을 주었다.

모던하고 앤티크한 거실

거실은 모던하고 앤티크antique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미국 산장 느낌이 들도록 벽난로를 디자인했고, TV를 매립해 편의성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벽에 석고 두 장만 쳐서 시공하는 데 비해 이곳 주택은 12㎜ 나무합판과 석고로 구성돼 있어서 어느 곳에나 못을 박아도 안전하고 튼튼하게 박힌다. 미술품과 훈장이 많은 건축주가 편하게 작품들을 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따뜻한 웜톤으로 우드 인테리어를 한 방. 골드 간살도어로 드레스룸을 구별했다.
부클 소재의 소파와 우드 테이블, 포인트 조명

 “건축주님의 요구사항이 없었지만 천장에도 9㎜ 합판을 덧대고 석고를 쳤습니다. 합판을 치면 내구성이 좋아져 하자가 거의 없습니다. 오랜 목수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요.”

이 밖에도 자동 커튼을 적용해 편의성을 살렸고, 각 개소마다 천장 스피커를 매립해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에도 스피커와 전기를 설치해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손녀들이 크게 좋아했다는 핑크방. 둥근 소파와 포인트 러그로 사랑스러움이 가득해 보인다.
고급 이태리 비앙코타일에 골드 포인트를 준 욕실. 통창이 주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1997년부터 단독주택을 건축해 온 태림하우징은 가족 회사다. 대목인 이재갑 대표가 시공을 총괄하고, 아들(설계), 며느리(인테리어), 딸(마케팅)이 각각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사결정과 피드백이 빠를 수밖에 없다. 이는 건축주와의 소통에서도 잘 드러났다. 공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을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건축주께 전달해 협의하고, 수정이 필요한 사항은 곧바로 반영했다.

높은 층고의 창들이 웅장한 느낌을 준다.
공 들여 디자인한 주택의 배면

“배우자를 잘 만나야 행복하듯이 건축주는 집을 잘 짓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나는 ‘어제 지은 집보다 오늘 지은 집이 더 예뻐야 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껏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혼을 불어넣으면 당연히 좋은 기운으로 집을 짓게 됩니다. 좋은 집을 지어 건축주께서 만족하실 때 건축주 못지않게 나 또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게 좋아서 밤낮으로 이 일을 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