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 다저스와 토론토

다저스 vs 토론토 (MLB SNS)

극과 극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는 '클래식 매치업'이었다. 다저스와 양키스가 통산 12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두 팀의 월드시리즈는 이 부문 두 번째 양키스와 자이언츠보다 5번이나 더 많았다.

올해는 정반대다. 다저스와 토론토의 월드시리즈는 121년 역사상 처음이다.

다저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밀워키를 4승무패로 눌렀다. 반면, 토론토는 7차전까지 가는 난전(亂戰)이었다. 7차전도 7회 역전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과정이 다저스는 비교적 수월했고, 토론토는 험난했다. 두 팀이 걸어온 길이 180도 달랐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팀은 1998-2000년 양키스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년도 우승 팀이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온 것도 2009년 필라델피아 이후 16년 만이다.

연속 우승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토론토는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1992-93년 연속 우승이었다. 적어도 월드시리즈에선 패자가 된 적이 없었다.

MVP
챔피언십시리즈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뽑혔다.

오타니는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이전까지 아쉬웠다. 신시내티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날렸지만, 이후 8경기 타격은 33타수 4안타(.121)에 불과했다. 타석 당 삼진율도 35.9%로, 투수들의 노림수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오타니 쇼헤이 (다저스 SNS)

타자 오타니를 향한 시선에 걱정이 더해졌다. 하지만 오타니는 단 한 경기로 이 모든 우려를 날렸다. 챔피언십시리즈 역대 6번째 3홈런 경기를 장식했다.

챔피언십시리즈 3홈런 경기 타자

1971 - 밥 로버트슨 (NLCS 2차전)
1978 - 조지 브렛 (ALCS 3차전)
2002 - 애덤 케네디 (ALCS 5차전)
2017 - 키케 에르난데스 (NLCS 5차전)
2021 - 크리스 테일러 (NLCS 5차전)
2025 - 오타니 쇼헤이 (NLCS 4차전)

*키케 & 테일러 & 오타니 다저스 소속


여기에 선발 6이닝 10K 무실점 피칭을 완성하면서 '포스트시즌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다른 종목에 대입해 어느 정도의 활약인지 알아봤지만, 정확히 와닿는 비교가 나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다저스는 이 경기가 타자 오타니의 부진 탈출이 되길 바란다. 다행히 오타니는 그동안 토론토를 상대로 성적이 뛰어났다. 통산 31경기 타율 .314 11홈런, OPS 1.154에 달했다. 토론토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도 16경기 타율 .288 4홈런, OPS 1.027이었다.

지난해 로저스센터에선 오타니가 토론토를 외면했다는 이유로 오타니 타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오타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첫 타석부터 홈런을 날렸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야유와 집중 견제가 예상되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게레로는 포스트시즌 내내 불타올랐다.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에서 잠깐 쉬어갔지만, 남은 5경기 19타수 10안타(.526) 3홈런을 몰아쳤다. 디비전시리즈 포함 11경기 타율 .442 6홈런, OPS 1.440으로, 역사에 남을만한 포스트시즌을 보내고 있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고 OPS (50타석)

1.559 - 배리 본즈 (2002)
1.557 - 카를로스 벨트란 (2004)
1.440 -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2025)


현재 게레로는 모든 구종을 받아치고 있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포심)과 싱커를 상대로 25타수 10안타(.400)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의 콘택트율이 95%로, 정규시즌 86%보다 상당히 높다. 타격감이 최고조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토론토 SNS)

다저스는 강력한 포심을 가진 투수들이 많다. 하지만 절정에 있는 게레로에게 정면 승부를 가져가는 건 위험하다. 손해를 감수할지언정 어렵게 가야 한다.

화력
두 팀 다 타선은 막강하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경기 당 평균 5.09득점으로, 리그 1위, 전체 2위였다(양키스 5.24득점). 오타니와 베츠, 프리먼으로 구성된 MVP 트리오를 중심으로, 윌 스미스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맥스 먼시 등 좋은 타자들이 즐비하다.

토론토는 팀 타율 전체 1위다(.265).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웃존 공을 맞힌 비중 1위, 헛스윙률 최저 1위 팀이 바로 토론토다. 인플레이 타구는 상대 수비 실책을 유발할 수 있는 점에서 변수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된다.

팀 아웃존 최고 콘택트율

63.3% - 토론토
60.1% - 샌디에이고
59.5% - 캔자스시티

팀 최저 헛스윙률

22.5% - 밀워키
21.8% - 캔자스시티
21.6% - 토론토


조지 스프링어를 빼놓을 수 없다. 7차전 경기를 뒤집는 결승 스리런은, 1993년 조 카터의 월드시리즈 6차전 끝내기, 2015년 호세 바티스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 배트 플립과 더불어 토론토 포스트시즌 역사를 수놓은 한 방이었다.

조지 스프링어 (토론토 SNS)

스프링어는 게레로만 아니었다면 챔피언십시리즈 MVP였다. 7경기 29타수 8안타(.276) 3홈런 7타점으로 빼어났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스프링어는, 2017년 다저스를 마주했던 월드시리즈에서 MVP였다. 공에 맞은 무릎 상태가 얼마나 회복됐을지가 관건이다.

토론토는 이름값으로 야구를 하지 않는다. 네이선 루카스와 어니 클레멘트, 애디슨 바저 등은 유명하진 않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정확성을 기반으로 한 토론토 타선은 이 선수들이 역할 분담을 잘해줘야 강점이 살아난다.

천군만마도 얻는다. 무릎 부상으로 빠졌던 보 비셋이 월드시리즈 복귀를 앞두고 있다. 정규시즌 타율 전체 2위 비셋(.311)은 타석에 있는 것만으로 투수를 긴장시키는 타자다. 9월7일 이후 약 7주 동안 결장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 회복이 비셋의 과제다.

다저스는 가을만 되면 귀신 같이 올라오는 키케 에르난데스가 하위 타선을 두텁게 한다. 정규시즌 92경기 타율 .203에 그친 키케는, 포스트시즌 10경기 타율 .306다. 지난해 활약이 좋았던 에드먼도 포스트시즌 10경기 타율 .286 2홈런 6타점이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보탬이 됐던 선수들이, 올해도 가을 전력의 상수라는 점이 든든하다.

프레디 프리먼 (다저스 SNS)

다저스 공격의 열쇠는 오타니와 프리먼, 먼시 좌완 트리오가 쥐고 있다.

토론토는 필라델피아, 밀워키에 비하면 좌완 투수진이 빈약하다. 리틀과 플루하티가 중용됐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토론토 좌완 투수진은 10.2이닝 17피안타 13실점(12자책)으로 고전했다. 브롤과 라우어가 가세해도 토론토의 좌완 투수진이 크게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투수들이 자주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다저스의 좌타자들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 작년 월드시리즈 MVP이자, 캐나다와 인연이 있는 프리먼이 요주의 선수다. 프리먼은 2017년과 2023년 WBC에서 캐나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부모님의 고향이 캐나다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차원이었다.

선발진
토론토 선발진은 준수했다. 1선발 케빈 가즈먼은 6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선발 3경기에서 최소한의 실점으로 버텼다(5.2이닝 1실점, 5.2이닝 2실점, 5.2이닝 1실점). 토론토 선발진의 포스트시즌 11경기 평균자책점은 3.33이었다. 결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다저스 선발진이 굉장히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다저스 선발진은 포스트시즌 10경기 7승1패 평균자책점 1.40이다. 단일 포스트시즌 첫 10경기 기준 선발진 ERA 3위다.

단일 PS 첫 10경기 선발 ERA

1.26 - 다저스 (1981)
1.38 - 메츠 (1973)
1.40 - 다저스 (2025)
1.92 - 샌프란시스코 (2014)
2.08 - 애틀랜타 (1995)


스넬과 야마모토, 글래스나우와 오타니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모두 3피안타 이하였다. 챔피언십시리즈 다저스 선발진의 피안타율은 1할도 채 되지 않았고(.096) 이닝 당 출루 허용률도 0.56이었다. 다른 팀 선발진들과 차원이 달랐다.

스넬과 오타니, 야마모토, 글래스나우 (다저스 SNS)

챔피언십시리즈를 일찍 끝낸 다저스는 무려 일주일을 쉬고 월드시리즈를 맞이한다. 긴 휴식은 간혹 타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투수에게는 체력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챔피언십시리즈 선발진 구종 분포

다저스
포심 - 27.4%
커브 - 18.9%
슬라이더 - 17.9%
스플리터 - 10.4%
싱커 - 10.2%
체인지업 - 9.2%
커터 - 6.1%

토론토
포심 - 37.5%
슬라이더 - 25.1%
스플리터 - 20.4%
체인지업 - 8%
커브 - 5.9%
커터 - 3%

시애틀
포심 - 35%
슬라이더 - 27%
싱커 - 21.2%
스플리터 - 11.7%
커브 - 4.5%
체인지업 - 0.7%


다저스 선발진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도 까다롭다.

토론토가 상대한 시애틀 선발진은 포심을 중심으로 슬라이더와 싱커 비중이 도합 80%가 넘었다. 시리즈가 길어질 시 두 번 마주치게 되면 계산이 선다. 토론토 선발진 역시 포심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3가지가 주요 구종이었다.

다저스 선발진은 이보다 다채로웠다. 선발진 중 가장 빠른 포심을 갖고 있지만(평균 96.9마일), 포심에 의존하지 않았다. 모든 구종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가도 다저스 선발진은 변화를 주는 게 용이하다.

이번 PS 주요 선발진 헛스윙률

39.4% - 다저스
32.9% - 토론토
25.8% - 시애틀
25.1% - 밀워키


변수
두 팀의 아킬레스건은 불펜이다. 다저스는 사사키, 토론토는 제프 호프먼이 마무리를 맡고 있지만, 불펜 안정감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포스트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다저스는 4.88, 토론토는 5.52다. 경기 중후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암시한다.

사사키 로키 (다저스 SNS)

다저스는 사사키가 등장한 점도 있지만, 선발진 덕분에 불펜 약점이 상쇄됐다. 토론토 불펜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5.2이닝을 소화한 반면, 다저스 불펜은 7.1이닝에 머물렀다. 불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불펜이 흔들리면 감독의 투수 운영이 중요해진다.

토론토 슈나이더 감독은 루이스 발랜드를 굉장히 즐겨 썼다. 11경기 중 9경기에 내보냈다. 그러나 9.2이닝 4실점, 4피홈런으로 내용은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만약 월드시리즈에서도 타성에 젖은 기용을 한다면 이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여유가 있다. 어느덧 포스트시즌도 110경기나 지휘했다(통산 65승45패 승률 .591). 포스트시즌 경력이 15경기가 전부인 슈나이더 감독과 경험에서 극명한 차이가 난다. 월드시리즈에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훨씬 잘 알고 있다.

안드레스 히메네스 (토론토 SNS)

토론토는 다저스보다 수비가 견고하다. 내외야에서 빈틈이 없다. 클레멘트, 히메네스, 바쇼뿐만 아니라 1루수 게레로도 포스트시즌에서 수비가 단단했다.

다저스는 수비에서 편차가 있다. 프리먼의 1루 수비가 이전 같지 않으면서 코너 수비가 균열이 생겼다. 우익수 테오스카는 외야에서 계속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그나마 토론토가 도루는 많지 않기 때문에, 포수 윌 스미스는 부담을 덜게 됐다.

두 팀은 통산 정규시즌 맞대결도 30번이 전부였다(다저스 19승11패 우위). 엮일 일이 잘 없었고, 접점도 적었다. <ESPN>에 따르면 시뮬레이션에서 이 월드시리즈 맞대결이 나올 확률은 2.28%였다고 한다. 개막 전과 후, 심지어 포스트시즌 중에도 예상하기 힘든 월드시리즈였다.

여러모로 다저스가 유리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을야구의 묘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반전에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월드시리즈를 기대해 본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