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직장인 10명중 8명, 두통에 업무능률 ‘뚝’
30대 여성 A씨는 두통 때문에 회사를 조퇴하거나 업무를 방해받는 일이 잦다. 두통이 시작되면 어지러움과 구역감,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을 느껴 출근을 하더라도 자리에 앉아있기 힘들거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국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A씨처럼 두통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천동강병원 신경과 정하늘 전문의와 함께 편두통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과민한 뇌에서 발생하는 염증으로
피로감·식욕부진 등 전조증상 이후
체한 느낌·구토·빛 공포증 등 동반
발작 월 3~4회 이상일땐 약물 치료
두통일기 등으로 원인 인식·회피를
◇직장인 10명 8명 “두통으로 업무 지장”
대한두통학회는 직장인 온라인 플랫폼 ‘리멤버’ 이용자 가운데 최근 1년간 두통을 경험한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설문 결과(중복 응답)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겪은 두통 증상으로 ‘머리가 눌리거나 조이거나 띠를 두른 것 같은 느낌’(40.6%), ‘바늘로 순간적으로 1~3초 정도 콕콕 찌르듯이 아픔’(24%), ‘심장이 뛰듯이 머리가 욱신거리거나 지끈거림’(17.4%) 등을 꼽았다. 또 동반 증상을 묻는 질문에 ‘평소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소음들이 불편하게 들림’(71.2%), ‘빛·밝은 곳이 거슬리거나 불편하게 느껴짐’(51.6%), ‘속이 메슥거리거나 울렁거림’(40.6%), ‘구토가 나타남’(17.8%) 등으로 답변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통학회가 분석한 응답자들의 두통 유형은 편두통이 69%로 가장 많았고 일반인이 흔히 겪는 긴장형 두통(18%), 하루 1회 이상 수초간 찌르는 듯한 원발찌름 두통(5%), 기타(8%) 순이었다. 편두통 환자(344명) 중 20%는 두통이 한 달에 8~14일 나타나는 고빈도 ‘삽화 편두통’(14%)과 월 15일 이상 겪는 만성 편두통(6%)에 해당됐다.
편두통은 과민한 뇌에서 발생하는 염증으로 인해 나타나고 촉발 원인은 다양하다. 한쪽 혹은 양쪽 머리 모두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체한 느낌, 구역·구토, 빛·소리 공포증 등 동반 증상 역시 개인마다 달라 진단이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편두통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동천동강병원 신경과 정하늘 전문의는 “편두통은 과민한 뇌에서 발생하는 염증으로 인해 나타나고 촉발 원인은 다양하다”며 “편두통 환자들은 전구증상을 느끼기도 하는데 피로감이나 무기력감, 뻣뻣한 목, 식욕 부진, 갈증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전조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가장 흔한 것은 시각 전조”라며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시야에 불빛이 번쩍인다던가, 시야에 지그재그로 유리창이 깨진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유발요인 인식하고 회피하는게 중요”
이런 편두통은 개인 삶의 질은 물론 업무 능률 저하로 이어져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연구에 의하면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육체·정신적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의 원인 중 편두통이 16%를 차지했다.
문제는 편두통이 개인 일상과 직장,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2%가 편두통을 머리 한쪽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편두통 증상을 겪고 있더라도 자신이 편두통 환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편두통은 완치가 어렵지만 관리만 잘한다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두통이 있을 때 빨리 통증을 줄여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 발작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이고 약물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치료’가 가능하다. 편두통 발작이 한 달에 1~2회 이하이고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경우 급성기 치료를 하면 되지만, 월 3~4회 이상 발작이 일어나거나 발생 횟수가 월 1~2회라도 일상에 방해가 된다면 예방적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정하늘 전문의는 “편두통은 초기에 약만 잘 먹어도 바로 호전시킬 수도 있다”며 “편두통의 급성기 약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CGRP(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트립탄(triptan) 제제이다. 약제마다 작용시간이 달라 환자에 맞춰서 처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전문의는 이어 “편두통은 유발 요인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게 중요하다. 대한두통학회에서 제공하는 두통일기 앱을 활용하면 두통의 빈도나 유발요인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두통으로 힘들 경우 반드시 신경과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