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 인상 뒤의 '세금'
MBK와 같은 가격으론 '승부처' 해외 기관에게 불리
금감원 경고+MBK 가격인상 중단에도 상향 불가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또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높였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83만원)보다 6만원 더 높게 제시한 것이다. 매수 수량도 기존보다 2% 늘렸다.
고려아연은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공시를 통해 매수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매수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매수 수량도 늘렸다. 기존에는 최대 372만6591주(발행주식총수의 18%)를 사들이기로 했으나, 최대 414만657주(20%)를 매입하는 것으로 바꿨다. 발행주식총수의 2%에 해당하는 41만4066주를 더 매집하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공개매수를 진행중인데 이번에 늘어난 매입 수량은 모두 고려아연의 취득 분량이다.
고려아연이 최대 362만3075주(17.5%)를 사들이고, 베인캐피털은 처음 계획대로 51만7582주(2.5%)를 매입할 계획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연이은 '과열 경쟁' 경고, MBK파트너스(MBK)의 공개매수가격 인상 중단 선언이 나왔음에도 최윤범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 및 물량 동시 인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시장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선택은 MBK와 같은 가격(주당 83만원)인 상황에서는 세금 이슈 등으로 유리한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MBK가 실시하는 공개매수와 다르게 양도세가 아닌 배당세를 적용받는다. 정확히는 베인캐피털이 사들이는 물량은 MBK와 같은 세법을 적용하지만, 고려아연이 사들이는 물량에 대한 세법이 다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실질적인 배당과 같은 효과(의제배당)를 주기에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투자자는 양도세가 아닌, 배당세가 발생한다.
이러한 세금 변수는 공개매수 전쟁의 결과를 좌우할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나라에 법인을 두었다면 대부분의 경우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도차익과 다르게 배당소득은 모든 경우에서 원천징수한다.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 설립한 외국 법인에는 배당소득의 22%를 원천징수한다. 만약 조세조약을 체결한 나라에 설립한 외국 법인이라면 국가별 제한세율에 따라 배당소득의 10~22%를 원천징수한다. 이는 최종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따라서 공개매수 참여를 검토하는 해외 기관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 조건이라면 배당소득이 원천징수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쳐다보지 않고 MBK로 발걸음을 돌리기 마련인 상황이었다.
이에 공개매수 가격을 MBK보다 높여 세금 부담이라는 심리적 저항을 없애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으로 높이면서 표면적으로는 MBK의 가격(83만원)보다 우위에 있지만 세금이슈를 따져야하는 외국계 기관 입장에서는 이제서야 눈높이에 부합하는 비슷한 가격대로 비춰질 수 있다.
관건은 매수기간 종료일이다. MBK의 공개매수 종료일(14일)이 고려아연(23일)보다 빠르다는 점이 변수다. MBK는 이미 공개매수가격 추가인상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고려아연의 가격 인상으로 양측의 '베팅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먼저 끝나는 MBK 공개매수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어느정도일지가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도 주당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높였다. MBK의 매수가격은 3만원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곳이어서 경영권이 MBK 측으로 넘어가면, 최 회장은 이 회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주도권을 잃는다. 반대로 MBK는 1.85%를 추가로 확보해 사실상 3.7%의 격차를 내게 된다. 최 회장 입장에선 영풍정밀을 놓치지 않기 위한 승부수를 재차 던진 것이다.
다만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은 높였지만 매입 수량은 바꾸지 않았다. 기존 공개매수에서 밝힌 대로 발행주식 총수의 25%(393만7500주)만을 사들이기로 했다.
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최 회장 측보다 낮다. 다만 매입 수량(684만801주, 발행주식총수의 43.43%)이 최 회장 측보다 많다. '안분 비례배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청약 성공 가능성이 높다. 매수 종료기간은 MBK가 14일, 최윤범 회장 측은 21일이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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