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전략사업이 전력 인프라에 막혀서야
경기도가 국가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전력 인프라가 우려되고 있다. 일례로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오는 2031년까지 완공될 예정으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단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대규모 산업단지를 실제로 가동시킬 전력이 문제다. 알다시피 이런 반도체산업은 단 한 순간의 전력 불안정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대표적 전력 다소비 산업이지만 현시점에서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 수급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의 전력 인프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온전히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전력 부족이 아니다.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 인프라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경기도는 타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올 고압 송전선로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안성시를 지나는 노선이 거론되자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한 사례가 그 단면이다. 송전선로는 '기피 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자파와 경관 훼손, 재산 가치 하락 등의 우려가 맞물리며 지역사회는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만으로 국가 핵심 전략사업의 기반이 흔들려선 안 된다. 반도체산업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다.
전력 공급 문제로 클러스터 조성이 지연된다면, 이는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력 없이 반도체 공장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전력 인프라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단순히 '민원'의 차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충분한 보상, 투명한 정보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지중화 기술을 확대하거나, 송전 인프라 설치 지역에 발전소 주변 지원사업처럼 지역개발 기금을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남부권에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구축해, 전력을 원거리에서 끌어오는 구조를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은 생산시설의 첨단화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이를 지탱할 기반 인프라 전력, 용수, 교통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지금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직면한 전력 공급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협력 거버넌스가 시험대에 오른 상징적 사례다. 이제 정부는 전력 인프라 확충을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 전략'으로 격상해 접근해야 한다. 경기도의 전력망 강화와 지역 간 이해 조정은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의 교차점에 놓인 중대한 과제다. 산업의 미래가 송전선로 몇 개의 지연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 국가의 전략사업이 지역 갈등에 가로막혀 좌초되지 않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의 틀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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