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없고 정쟁만 난무···'진흙탕 싸움' 된 교육감 선거
[EBS 뉴스]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엔 이미 열 명이 넘는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의 두 배가 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후보가 출마했는데, 이렇다 할 정책 대결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교육감의 정치 중립 의무가 무색하게 진영 논리와 정치 공방만 이어지면서, 이런 선거가 더 이상 의미가 있는 건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첫 소식, 배아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번에 다시, 선거에 도전하면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탄핵'이었습니다.
교육 정책보다 현 정부 규탄을 먼저 내세운 겁니다.
인터뷰: 곽노현 前 서울교육감 (지난 5일)
"첫째, 윤석열 교육 정책 탄핵, 둘째 조희연 낙마시킨 정치 검찰 탄핵, 셋째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더 큰 탄핵이 그것입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첫 마디 역시 좌파 이념을 정화하겠단 정치적 발언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전혁 前 한나라당 의원 (지난 5일)
"지난 10여 년 기간 동안 서울 교육은 조희연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들에 의해 황폐화됐습니다."
교육감 권한을 벗어난 정책을 약속한 후보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범 교수 / 서울대학교 (지난 4일)
"특히 저는 대학입시 개혁을 통해서 학교 교육을 다시 개혁하고자 합니다. 저는 9월 수시모집 폐지를 입법화하겠습니다."
이렇게 후보들이 각각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며 정치적 발언을 일삼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는 건 '인지도 경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교육감 후보는 당적도 없어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후보 자체의 인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는 90만 표가 넘었는데, 이는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보다 2배 넘게 많은 수치입니다.
이런 상황에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정책 선거가 될 수 있게 시민에게 후보의 공약을 알리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인터뷰: 박남기 교수 / 광주교육대학교
"시도지사 토론회는 수차례 잡히지만 교육감 선거는 공식적으로 한 번밖에 잡히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 가지 SNS를 통해서 공개 토론을 자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이렇게 되면 깜깜이 선거가 좀 완화될 수 있고요."
상황이 이렇자,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미 현 정부는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고 있어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BS 뉴스 배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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