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집 멀쩡한 주방 창문을 싹 철거했더니.. 역대급 효과가?!

안녕하세요. 학교의 오래된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저희 집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점이 우리의 마음에 꼭 들었고, 우리의 취향대로 이 집을 고쳐 살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며 직접 집을 설계하고 지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직영공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접 디자인을 하고, 자재를 고르고, 공사를 진행하고, 가구를 사는 동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가 배운 집을 고치고, 꾸미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집 고르기

저희가 정한 두 가지 원칙만은 꼭 부응하는 집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첫째, 창문을 열었을 때 다른 집을 마주 보지 않는 집이어야 한다.
둘째, 구축일수록 좋다. (신축은 피한다.)

구축이 좋은 이유

구축을 선호한 이유는 신축과 비교해 대개 평면이 단순하고 방 크기가 큰 편이기 때문입니다. 빌라를 고쳐 살 예정이라면 2010년 이전에 지어진 빌라를 추천합니다.

2002년에 지어진 저희 집도 방과 거실이 컸고,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베란다가 두 면에 걸쳐 있었습니다.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의 면적이 계약면적보다 넓은 셈입니다. 집 내부는 낡았지만, 리모델링은 무조건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내부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뷰 좋은 집 고르는 법

까치집은 학교의 오래된 정원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 안에서 어떻게 이런 뷰를 가진 집을 찾을 수 있느냐고 많이 물어보십니다.

저희는 매물을 찾을 때 '학교', '공원', '뒷산' 등을 마주 보고 있는 집을 골라 보러 다녔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부동산에서 '초록색'인 부분과 인접한 매물을 고르면 됩니다! 저희는 이 방법으로 지금 살고 있는 까치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 설계하기

"이 벽을 없애면 어떨까? 여기는 벽을 만들면 어떨까." 건축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벽과 창문을 만들고 없애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관들을 옮기고 스위치와 조명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저녁 손으로도 설계도를 그리고 3d로 올려서 신나게 저희의 꿈을 펼쳐나갔습니다. 어떤 가구를 살지, 어떤 자재가 필요할지, 어느 부분에 타일이 들어갈지 미리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도면으로 구현한 대부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ㅜㅜ 시공사 소장님이 빌라를 방문해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서야, 이 집의 모든 벽이 없앨 수 없는 콘크리트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당연히 스위치들도 콘크리트에 묻혀있고, 배관들도 콘크리트에 묻혀있다는 뜻이니, 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결정하기 위해 우리만의 디자인 원칙을 정했습니다.

1. 재료:  한 벽면에 한 재료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조명 : 조명을 적게 설치하되 질 좋은 조명을 사용한다.
3. 컬러 : 집 전체의 배경을 화이트로 한다. (작은 포인트로도 강조하고 싶은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4. 콘셉트:  '우드&화이트'. 단 우드는 절제해서 사용한다.

디자인 원칙을 정하고 나서부터 많은 선택이 쉬워졌습니다. 이 원칙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결정을 했는지, 그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재료

벽에 한 개 이상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고, 흰색 벽지를 발랐습니다. 페인트 도장을 하고 싶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장 느낌이 나는 벽지를 골랐습니다.

2) 조명

천장 매립등(다운라이트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수량은 적지만, 전략적으로 흰 벽을 비추도록 배치했습니다. 흰 벽에 반사된 빛은 마루에 비추는 빛보다 집을 밝게 만듭니다. 거실엔 다운라이트 조명이 6개뿐이지만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생활 가능한 정도의 조도를 확보한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벽 램프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70년대 네덜란드  Dijkstra 사의 시그니처 디자인 벽 램프는 머시룸 형태의 아크릴 쉐이드가 베이지 톤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고, 재질의 특성상 램프 전체가 밝아지면서 높은 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컬러 : 화이트

우드&화이트로 콘셉트를 잡았지만, 천장부터 침구, 조리대 상판까지 (관리가 힘들다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집의 거의 모든 부분 색을 화이트로 채웠습니다. 여기서 아낀 비용을 마루와 문에 더 투자해 우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4-1) 재료 : 메이플 마루

마루는 메이플 합판마루를 깔았습니다. 메이플의 물결치는 무늬와 단단함이 주는 느낌이 좋아 고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주택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마루라서,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빛이 들어오는 부분과 아닌 부분에서 반사되는 색깔이 다른 것도 메이플 마루의 재미난 포인트입니다.

4-2) 재료 : 오크 문

문은 우리가 집의 포인트로 생각한 가구입니다. 문 자체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좋은 재료로 견고하게 디자인한 문을 두면 비싼 인테리어 소품 없이도, 집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중문이 없을 때의 현관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집 안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문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문은 주문 제작을 했습니다. 남편이 학생 때 가르침을 받았던 목공예 작가님께 저희가 디자인한 시안을 전달드렸습니다. 작가님의 두 달여 긴 작업 끝에 3개(침실, 작업실, 현관 중문)의 문을 받았습니다. 화이트 오크와 레드 오크의 조합인 원목 미닫이문입니다.

오크 원목으로 이뤄진 문은 양쪽 모양을 다르게 디자인했습니다. 방을 바라보는 면은 오크의 결이 보이는 원목이 보입니다.

방 바깥을 바라보는 면에는 벨크로가 있어서, 패브릭을 붙일 수 있게 디자인을 요청드렸습니다.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사 온 흰색 광목을 직접 붙였습니다. 문에 패브릭이 붙어 있어, 흡음 효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이라는 기능적인 도구 이상으로, 저희 집만의 오브제로서 심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집 꾸미기

거실 Before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소개해볼게요. 구축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는 거실의 비포 사진입니다.

거실 After

인테리어가 완료된 후의 거실입니다. 어떤 미디어나 소리 없이 온전히 같이 있는 사람 혹은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편히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소파도 스피커도 없는 이 공간에서 저희는 먹고, 대화하고, 가만히 있습니다. 이 공간을 꾸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중심을 잡는 가구

거실엔 비싼 테이블을(만) 들였습니다. 거실의 크기는 많이 큰 편이 아닙니다. 2개 이상의 가구가 들어가면 꽉 차는 구조입니다. 또한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하며 천장이 10mm가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적당한 가격대로 소파와 테이블, 텔레비전 등을 모두 두기보단 "선택과 집중"해서 한 가구만 두기로 했습니다.

식탁으로도 쓸 수 있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놓기로 하였고 tecta에서 나온 m21 테이블을 보는 순간 그 외 다른 테이블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주문 후 배송하기까지 무려 5개월이나 걸렸는데, 그동안은 좌식생활을 하였습니다.)

좌식생활 청산 후 테이블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대화도 하고, 일도 하고 있습니다. 상판에 흠집이 날까 봐 조심조심 쓰고 있습니다. 물기가 있으면 원목 상판이 상할 수 있으므로 키친 크로스를 여러 개 쟁여두게 되었습니다.

공간의 연결 통로 : 초록 파사드

우리 집 거실은 공간이자 통로입니다. 지나가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초록 파사드'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주방으로 이어질 때 보이는 체리 몰딩은 모두 제거하고, 천장은 마이너스 몰딩, 마루는 백색 몰딩을 하여 눈에 띄는 장식을 거의 없애,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고자 했습니다.

거실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경로에도 체리 몰딩과 체리색 신발장이 보였는데, 이 몰딩도 모두 제거하고 신발장 위치를 반대편으로 옮긴 후 중문을 달아, 바깥으로 나가는 시선을 차단했습니다.

중문을 설치하니 확실히 시선 차단의 효과가 있죠?

특히 주방에서 현관 쪽을 바라볼 때, 주방 끝부터 침실 입구까지 막힘없이 쭉 이어져 있어서 거실에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공사 전에는 '주방-거실-침실'로 이어지는 통로에 중문과 조명이 없고, 출입구가 보여서 아늑한 느낌은 부족했는데요, 중문을 세우기 위해 가벽을 만들고 나니 집이 깊이 있어 보이고 아늑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시스템에어컨 시공은 가장 잘한 시공 중 하나입니다. 비록 이 때문에 천장이 10mm 낮아졌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이점이 많습니다. 에어컨 둘 자리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집이 더 단정하고 깨끗해보입니다.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현관 쪽 가까이에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가장 시선이 잘 머무르는 천장이 어디인지 보고, 그 부분을 피해서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주방 

주방 창문은 크게

기존에 있었던 창문을 철거하고, 새 창호를 달아 화이트 주방에 최대한 자연 빛을 끌어오고자 했습니다.

덕분에 사계절을 느끼며 요리할 수 있고, 환기도 잘 돼 제일 잘한 시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큰 창문 덕에 이렇게 계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냉장고가 없는 주방

냉장고는 부피가 가장 큰 가전제품이라서, 이것만 잘 숨겨놓으면 주방의 ‘정신없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주방으로 이어진 베란다에 냉장고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주방에는 오직 조리대와 인덕션만 두어서 ‘깔끔함’을 어느 정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기는 주방으로 통한 베란다에 수납장을 두고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빈도가 높지 않고, 베란다로 나가는 동선이 짧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침실 Before

다음은 침실입니다. 마냥 평범해보이는 이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침실 After

침실은 온전히 고요하게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자연의 빛을 최대한 끌어올 수 있게 이중창을 시스템 창호로 바꿔 달았습니다. 인공조명도 자제하고, 펜던트등과 천장등도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하지 않고, 바닥은 백색 몰딩, 천장은 마이너스 몰딩으로 시공했습니다. 비포사진과 비교하면, 창과 조명이 크게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침실에서 보이는 초록 뷰

우리 침실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침대에서 사계절과 날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시간의 변화를 뚜렷하게 아침마다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테라스 창을 바꿔 달기 전에도 이런 예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한눈에 더 잘 담고 싶어서 시스템창호로 교체하였습니다.

미니 정원 셀프 시공

근경(내 눈 가까이)에 초록이 있으면 원경(풍경)의 초록을 바로 내 앞으로 끌고 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침실 가까이 더 자연을 끌어오기 위해 침실 앞 테라스에 화단을 꾸몄습니다.

담쟁이덩굴이 난간을 덮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2달 동안 쑥쑥 자라 벌써 난간 끝이 다다랐습니다. 몇 년 후에는 초록색 난간을 볼 수 있겠죠?

화장실 Before

기존 화장실에는 욕조와 은경장까지 있어 좁아 보였습니다. 화장실에 '무언가 튀어나오게 하는 가구와 자재'를 줄이자는 목표로 깔끔하게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화장실 After

화장실이 크지 않은 공간이라 하나의 색상으로 통일했습니다. 작은 공간에는 하나의 재료, 하나의 색깔 원칙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을지로 타일 거리에서 다양한 타일을 보았는데요, 지나치게 창백한 느낌을 피하기 위해 베이지색 타일을 골랐습니다. 불을 끈 상태에서도 타일에 은은한 밀크색이 도는 데 이게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바닥 타일을 쓸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유광 타일"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광 타일에선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바닥과 벽을 같은 타일로 매치하고 싶었으나 최대한 색상이 비슷한 무광 타일을 골라 맞추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테라스 Before

베란다는 지붕을 뜯고 야외 테라스를 만들었습니다. 불법으로 테라스를 베란다로 확장한 영역이었기에, 입주를 위해 철거를 해야만 했습니다. 지붕을 뜯은 후에는 창밖 풍경이 더 잘 보여서 집 고친 후가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란다가 테라스가 되고 나니, 비가 오면 집에 그대로 비가 들이치는 꼴이 되었습니다. 공사 진행 중에 비가 오는 날이면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며 연락이 올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실내공간이었던 곳은 방수가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우선 방수를 두텁게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한겨울에 스터코를 시공해 말리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터코는 따뜻할 때 시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테라스 After

이탈리아 휴양지의 호텔 바닥을 생각하며  '테라코타 타일'을 테라스 바닥에 시공했습니다. 난간은 스터코를 발랐습니다. 난간도 타일로 하고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하얀색 스터코를 발랐습니다. 의외로 하얀 스터코가 초록나무와 갈색 테라코타 타일과 잘 어울리고 튀지 않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직접 집을 설계하고 꾸미면서, '설계하고 다 고치고 나면 예쁜 집이 탄생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살아가면서 조금씩 집을 길들여가고, 처음에 상상했던 '그림 같은 집'의 어떤 부분들은 우리에게 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생활과 취향에 맞게 집 안의 모든 것들이 조금씩 닳아가면서 '우리 같은 집'이 되어 갑니다.

오늘도 쓸고 닦고 버리고 채우면서 우리 집을 가꿔갑니다. 읽으신 많은 분들이 집을 고치는 데에 유익한 정보와 팁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