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예쁜 연기?” 착각했다…아이스댄스 임해나가 관중을 붙잡는 ‘한 가지’

임해나를 설명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한국 대표로 뛴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지만, 그 한 줄만으론 임해나라는 선수를 제대로 못 잡는다. 임해나는 ‘기술을 착착 해내는 선수’라기보다, 얼음 위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선수에 가깝다.

피겨 ‘아이스댄스’는 싱글처럼 점프 한 번으로 환호가 터지는 종목이 아니다. 두 사람이 같은 속도로 미끄러지고, 손을 잡고, 눈빛과 표정까지 맞춰야 한다. 쉽게 말해 “둘이 한 몸처럼 보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스댄스는 실수 하나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가 점수와 반응을 크게 좌우한다.

임해나의 강점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온다. 무대 위에서 ‘잘했다’가 아니라, 관중이 “왜인지 계속 보게 되는” 느낌을 만든다. 최근에는 본인이 프리댄스(자유연기)의 감정 흐름을 글로 옮겨 적었다는 이야기도 알려졌는데, 이건 임해나의 성향을 딱 보여준다. 그냥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 장면에서는 어떤 감정을 보여줄지’까지 미리 정리해두는 타입이다.

임해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고, 훈련도 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너는 권예(Ye Quan)다. 둘은 오랫동안 한 팀으로 맞춰 왔고, 국내에선 한국 아이스댄스를 대표하는 조로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 개인 계정과 커플 계정에서도 훈련과 대회 준비 과정을 종종 보여준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국적’ 이야기다. 아이스댄스는 둘이 같은 국적이어야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권예가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간단히 말하면, 둘이 같이 큰 무대에 서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팀을 단단하게 만든 건 국적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실력은 얼음 위에서 증명한다. 임해나-권예 조가 주니어(청소년 무대)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이유도 “한국 아이스댄스에서 보기 힘들던 성적”을 실제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국제대회에서도 메달을 따면서 “한국 아이스댄스도 된다”는 말을 점수로 보여줬다.

이런 성적이 왜 중요하냐면, 아이스댄스는 전통적으로 북미와 유럽이 강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피겨 싱글에 비해 아이스댄스는 상대적으로 기반이 얇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임해나-권예가 국제대회에서 계속 이름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순히 한 번 반짝한 게 아니라, “꾸준히 상위권 근처에 붙어 있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시니어(성인 무대)로 올라온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졌다. 시니어는 확실히 더 빡세다. 상대 팀들도 완성도가 높고, 작은 흔들림이 순위를 갈라놓는다. 그런데 임해나-권예는 중요한 대회에서 계속 결승 무대에 올라가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한국 아이스댄스에선 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임해나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포인트는 “캐릭터”다. 리듬댄스(짧고 빠른 분위기의 연기)에서는 표정과 동작이 또렷하다. 관중이 봤을 때 ‘무슨 콘셉트인지’가 바로 느껴진다. 반대로 프리댄스(조금 더 길고 감정이 깊은 연기)에서는 감정을 길게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쉽게 말해, 밝게 튀는 연기도 되고, 깊게 몰입하는 연기도 되는 선수다.

다만, 이런 팀에게도 숙제는 있다. 아이스댄스는 “표현만 좋다”고 되는 종목이 아니다. 몸이 흔들리지 않고, 동작이 정확하고, 둘의 호흡이 아주 촘촘해야 점수가 확 올라간다. 어떤 날은 아주 잘 맞는데, 어떤 날은 한두 부분이 아쉬워서 점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상위권으로 확 치고 올라가려면 이런 ‘작은 빈틈’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임해나가 기대를 모으는 건, 이 팀이 가진 방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해나의 장점은 “감정과 이야기로 관중을 잡는 힘”이고, 권예는 그 무대가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안정감이 강점으로 자주 이야기된다. 둘이 가진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잘 맞을 때는 오히려 더 큰 시너지가 나온다.

결국 임해나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임해나는 얼음 위에서 ‘연기’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 관중이 끝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드는 선수다.” 그래서 이 선수의 성장은 점수표보다도, 무대에서 관중이 멈춰서 보는 순간들로 먼저 증명될 때가 많다.

앞으로 임해나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면, 지금 잘하는 ‘이야기 만들기’를 유지하면서도 작은 실수를 줄여야 한다. 그게 쉽진 않다. 하지만 임해나는 그 어려운 걸 ‘노력’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운 준비로 풀어가는 선수처럼 보인다. 올림픽 무대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이미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온 선수라는 점이 임해나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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