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업 ‘쌀가루 삼매경’에 빠지다

박민철(일본 도쿄 특파원) 기자 2024. 5.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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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농협, 산업 활성화에 역점
업체들 상품 개발·출시 잇따라
지원금·요리법 보급…시장확대
제분비용 낮추려 공장건립 추진
일본이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해 적극적인 쌀가루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소비시장을 넓혀 주목받고 있다. 3월 일본에서 열린 ‘2024 도쿄 세계 식음료박람회’에 다양한 쌀가루제품이 전시돼 있다.

‘고시히카리’ 쌀 주산지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현의 주식회사 ‘조인트팜(Joint Farm)’은 현미로 만든 소면을 출시해 호평받고 있다. 이 업체는 수년 동안 야마가타대학과 연구를 통해 탄력 있는 쌀가루 소면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00g당 소매가가 395엔으로 일반 밀면(약 198엔)보다 다소 높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이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흡유율(기름을 머금는 정도)이 낮아 튀김에 활용하면 바삭한 식감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쌀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농업이 ‘쌀가루 삼매경’에 빠졌다. 일본 정부와 일본농협(JA) 등이 쌀산업 육성과 활성화에 역점을 둔 가운데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시장에 개발·출시되고 있다. 특히 3월 일본에서 열린 ‘2024 도쿄 세계 식음료박람회’에서는 쌀가루를 활용한 소면·라면·빵뿐 아니라 쌀가루 요구르트·치즈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쌀가루 요구르트와 치즈를 출시한 업체는 일본 내 쌀가루 관련 1위를 달리는 ‘신명’이다. 이 업체는 현미로 만든 쌀가루에 식물성 유산균을 넣어 쌀에 함유된 유기질을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요구르트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신명 관계자는 “유청을 쓰지 않아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편하게 요구르트를 즐길 수 있다”며 “채식주의자에게도 적합해 쌀가루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쌀가루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논에 쌀가루용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 10a당 연간 8만엔을 지급해 약 4만t 의 쌀가루 생산을 유도한다. 

지원금이 일반 쌀(2만엔)보다 월등히 높다. JA전중(일본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속 나카무라 나오야 일본쌀가루협회 사무국 사원은 “일본도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주식용 쌀 소비가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며 “농협과 정부는 주식용 쌀 경작지를 가루용 쌀 경작지로 전환해 농촌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쌀가루에 ‘글루텐프리(gluten free·글루텐이 없는) 인증’ 제도를 운용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며 “쌀가루 요리 강좌 등을 통한 레시피 보급으로 쌀가루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제분비용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 지원금에 힘입어 가루용 쌀 생산원가는 1㎏당 50엔으로 밀가루 원가(80엔)보다 낮다. 하지만 제분단계에서 비용이 늘어 쌀가루 소비자 가격은 1㎏당 140∼340엔 수준으로 뛴다. 130엔 수준인 밀가루 가격을 웃도는 것이다. 일본쌀가루협회에 따르면 쌀은 밀보다 경도가 높아 직접 압력을 가해 분쇄할 경우 입자가 고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입자가 미세해질 때까지 작업이 필요해 그만큼 제분비용이 증가한다. 일본 전역엔 쌀가루 제분공장이 97곳 있으나 규모가 영세하다.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밀가루 등 다른 곡물을 제분할 수 없어 시설을 규모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JA전농(일본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쌀가루 제분공장을 신설하는 데 나섰다. 쿠와하라 신이치로 JA전농 미곡부 차장은 “도쿄 인근의 지바현 지바시에 2025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쌀가루 제분공장을 건립 중”이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제분비용이 절감되고, JA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에 쌀가루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쿄(일본)=박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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