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과 그로구’리뷰: 시네마틱 스페이스 모험으로 귀환한 스타워즈의 새 희망

2019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서사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극장가에서 퇴장한 이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무리한 PC(올바름)주의 논란과 개연성 없는 전개로 은하계의 신화는 빛을 잃어갔고, 극장용 실사 영화는 무려 7년간 전면 중단되는 굴욕을 겪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스타워즈를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였다. 존 파브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드라마 시리즈 <만달로리안>은 클래식 트릴로지의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서부극 감성을 완벽히 복원해 내며 전 세계 팬덤을 다시 결집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이 시리즈의 주역들이 위기에 빠진 스타워즈 시네마의 구원투수로서 스크린에 당당히 전면 복귀했다.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의 가장 큰 장점은 TV 시리즈에서 증명된 존 파브로 감독 특유의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연출 감각이 스크린 위에서 100% 폭발한다는 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초석을 다진 <아이언맨>의 감독답게, 파브로 콤비는 메카닉 액션과 가벼운 유머, 그리고 캐릭터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조화롭게 버무려 냈다.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제트팩 비행 액션과 업그레이드된 아머의 메카닉적 디테일은 스크린에서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루드비히 고란손의 웅장한 음악과 고화질 IMAX 화면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은하계의 비주얼은 안방극장에서 느끼던 감흥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특히 시리즈의 마스코트인 ‘그로구’는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 독자적인 에이전시(행동 주체성)를 가지고 활약하며, 딘 자린과의 깊어진 부자(父子) 관계를 통해 극의 감정적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복잡한 제다이 전설이나 스카이워커 가문의 비극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신나는 스페이스 어드벤처물로서의 장점을 확실하게 증명해 낸 셈이다.

그러나 명확한 한계와 단점도 존재한다. 이번 극장판의 서사는 스타워즈의 거대한 우주적 대서사시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지극히 ‘소박한 에피소드’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야기의 스케일이나 전체 세계관의 판도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부재하며, 사실상 은하계 한구석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번외 편 혹은 잘 만들어진 TV 시리즈 3개 에피소드를 극장용으로 길게 이어 붙인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긴 러닝타임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중반부 시퀀스에서 완급 조절에 실패하며 지루하게 늘어지는 구간이 발생한다. 캐릭터의 내적 성장이나 서사의 전진 없이 비슷한 패턴의 액션과 ‘사이드 퀘스트’ 형태의 전개가 반복되는 점은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골수 매니아들만이 온전히 이해하고 인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고 평이한 블록버스터로 다가올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극장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거창한 설정 놀음에 빠져 관객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매력적인 오리지널 캐릭터와 직관적인 모험이라는 근본적인 재미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의 호쾌한 액션 공식과 <스타워즈> 특유의 클래식한 오페라 감성이 만나 탄생한 이 신나는 우주 모험극은, 다음 세대의 은하계를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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