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No.1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그렇고 그런 캐주얼 브랜드로 떨어지려나

[재무제표 읽기] 나이키가 나이키코리아를 통해 챙기는 것은?

글로벌 No.1 스포츠 브랜드 Nike.

이 회사는 마케팅과 브랜드 분야에서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 이름은 정복과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서 따왔다. 나이키는 한국시장에서 니케의 날개를 형상화한 로고와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상징물을 넣은 농구화 등으로 나이키만의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한국에서 나이키는 짝퉁 운동화 Nice까지 잘 팔리게 할 정도로 청소년에게 신드롬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 뿐만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품질과 혁신적인 디자인이 있어 가능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의 넓고 세련된 매장 등 나이키는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과 한정판 제품 출시로 한국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나이키 심볼. / wikimedia commons

원래도 잘 나가던 나이키였지만, 최근 나이키 매출액 추이를 보면 “한국인에게 나이키란 운동화의 신(神)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잘 나간다.

실제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매년 평균 26%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2023년 5월 31일 기준 2조 원넘는 매출을 올렸다. 나이키가 운동화(8만원 기준)만 팔았다면 한국인 절반은 나이키를 신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나이키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진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숫자가 나왔을까?

2020~2023 나이키코리아 매출 추이. / 이승환

나이키코리아는 스포츠용 신발, 스포츠용 의류 및 스포츠용품의 한국 판매를 위해 2010년 11월에 설립된 유한회사다. 과거 유한회사는 재무제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는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유한회사의 재무제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재무제표를 통해 나이키코리아 매출 2조 원의 비밀을 밝혀 보자.

우선 자산 구조를 살펴보자. 자산총계 약 1조 원으로 부채 6527억 원과 자본 3627억 원이다. 부채비율 180%로 부채가 많아 보이지만, 실질 부채는 0에 가깝다. '매입채무'가 4435억 원이기 때문이다. 차입금이 전혀 없다.

특이한 점은 2023년 들어 '재고자산'이 5242억 원으로 자산의 절반이 넘게 증가한다. 재고 중에 아직 국내로 들어오는 중인 '미착품' 숫자도 1024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우리나라가 나이키에 미쳤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매출액 성장률을 보면 ‘아니다'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2023년 매출은 2조 원, 영업이익 692억 원인데 당기순이익이 1063억 원이다. 이자수익과 외환차익, 외화환산이익이 더해진 탓도 있지만 법인세환급 370억 원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23년 나이키코리아 감사보고서. / DART

나이키코리아는 2017~2020년 사업년도 세무조사로 인해 과세예정액을 통보받았으나, 나중에 조세불복 절차를 통해 세금을 돌려받았다.

나이키코리아의 100% 대주주는 Nike GmbH(오스트리아 소재)이고, 최상위 지배기업은 NIKE Inc.다. 미착품, 대주주, 특수관계자 거래만 봐도 눈치 챌 수 있는데 세금 문제는 ‘관세’ 관련 이슈였다.

지난 회기만 해도 나이키코리아는 NIKE Global Trading BV Singapore Branch로부터 약 1조8000억원 어치의 재화를 매입했다. 이는 나이키코리아가 나이키의 싱가포르 계열사로부터 상품을 사서 국내에 유통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3%로 높지 않다. 또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재고자산'과 '미수금', '매출채권'의 증가는 있으나 현금화를 천천히 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나이키는 ‘(한국) 나이키코리아의 이익이 크게 나는 걸 원 않는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특징 중에 하나인 배당활동(재무활동현금흐름)도 나이키코리아는 전혀 없다. 즉 나이키가 나이키코리아를 통해 챙기는 건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의 매출액이지 직접적인 이익(배당)이 아니다.

나이키코리아 매출액이 최근 4년 사이 55% 증가했는데 그 사이 우리나라 사람들 발 사이즈가 달라졌거나, 신발을 2~3켤레 더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이키 신발 제품들. / 나이키 홈페이지

얼마 전 동네 대형 마트에서 나이키 특별 매장을 보았다. 2~3만 원에 나이키 면티셔츠를 팔더라. ‘와! 나이키인데 싸네, 하나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나이키라고 마냥 사지는 말아야지 싶다.

나이키 운동화는 이제는 운동용만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다. 젊은 세대에게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전문 브랜드가 아니다. 기능 이상의 가치가 있다. 분명 나이키의 노력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킨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나이키를 보면 브랜드 인기를 믿고, 혁신적 디자인·고품질과는 별로 상관없는 수많은 상품을 한국에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이키가 한국을 ‘호갱님’으로 본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이키와 ○○클로의 차이를 못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