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5초가 눈물바다” 한국계 파일럿, 유기견 구조 중 추락사 후 진실

평범한 일요일 저녁, 한국계 미국인 조종사 석 김씨(49세)는 유기견 3마리와 함께 하늘 위에 있었다.

메릴랜드주에서 뉴욕주로 향하는 이 비행은 그에게 일상이었다. 2022년부터 ‘파일럿 앤 퍼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유기견 구조 비행을 해왔던 그였다.

하지만 그날 밤, 캐츠킬 산맥 상공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야가 보이지 않아요” 마지막 교신

11월 24일 오후 6시 10분, 김씨는 911에 말없는 신고를 했다.

난기류를 피하기 위해 고도 변경을 요청했던 그의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은 그 직후였다. 험한 지형과 악천후가 겹친 그날 밤, 구조대가 파손된 비행기를 발견한 것은 오후 11시 30분이었다.

함께 탔던 유기견 3마리 중 작은 체구의 ‘리사’는 김씨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눈 속에서 발견된 기적
추락 사고에도 살아남은 유기견 ‘플루토'(왼쪽 사진)와 ‘위스키'(오른쪽 사진)

하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요크셔테리어 혼종 ‘플루토'(18개월)래브라도 혼종 ‘위스키'(생후 6개월)가 극적으로 생존한 것이다. 특히 위스키는 다리가 부러진 채 자신이 파놓은 눈구덩이 속에서 추위를 버텨내고 있었다.

체중이 고작 2.3kg에 불과한 소형견이 캐츠킬 산맥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100가구가 입양 신청한 이유

생존한 두 마리의 이야기가 미국 전역에 알려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00가구 이상이 입양을 문의한 것이다. 플루토는 빠르게 회복되어 뉴욕주의 한 가정으로, 위스키는 수술과 물리치료를 받은 후 코네티컷주 가정에 정식 입양되었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이토록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순히 ‘생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동생의 마지막 말이…” 가족이 밝힌 진실
석 김씨가 생전에 즐겨 입던 ‘Can I pet your dog?’ 티셔츠

김씨의 형 김세진씨가 밝힌 마지막 만남의 순간은 더욱 가슴 아팠다.

“‘나중에 보자’가 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습니다.”

9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김씨는 어릴 적부터 조종사가 꿈이었다. 월가에서 금융계 경력을 쌓다가 2019년 아내의 격려로 비행훈련을 시작했고, 곧바로 유기견 구조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가 생전에 즐겨 입던 ‘내가 당신의 개를 만져봐도 될까요?’라는 문구의 티셔츠와 뉴욕메츠 야구 모자가 함께 묻힌 그의 무덤에는 지금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파일럿 앤 퍼스가 전한 마지막 메시지

동물 구조 단체 ‘파일럿 앤 퍼스’는 그의 죽음 이후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김씨는 과거 우리에게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내가 그들을 돕게 되어 너무나 설렌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만 12명의 조종사들을 독려해 구조활동에 참여시킨 그는, 정말로 유기견들의 ‘천사 날개’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부고를 SNS에 올리며 이렇게 썼다.

“남편은 그가 사랑했던 유기견 구조활동을 하던 중 ‘천사 날개’를 얻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한 ‘리사’의 유해가 김씨 유족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추모 비행’이라고 생각했다는 유족들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동물들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유기견들의 아빠, 석 김씨의 마지막 비행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가 구해낸 수많은 생명들과 위스키, 플루토의 새로운 시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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