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지 사각지대에 스며든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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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위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며 우리 사회를 깊은 슬픔에 빠뜨리고 있다.
사업 실패, 실직, 생활고 등 갑작스러운 위기를 겪은 이들은 결국 삶을 포기했고, 그 가운데는 어린 자녀도 있었다.
셋째,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위기가정 조기감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복지는 누구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 마주할 수 있는 위기를 함께 버텨주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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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전망 대대적인 수술 필요

가족 단위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며 우리 사회를 깊은 슬픔에 빠뜨리고 있다. 사업 실패, 실직, 생활고 등 갑작스러운 위기를 겪은 이들은 결국 삶을 포기했고, 그 가운데는 어린 자녀도 있었다. 또 부산에서는 부모의 부재중에 화재가 발생해 집에 홀로 있던 아동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죽음의 방식도, 계기도, 남긴 사연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특히 자녀의 생명을 함께 거둔 선택은 도덕적·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이 비극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은 지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의 복지 체계는 기본적으로 '선별적 복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가정들 대부분은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중산층 또는 그 언저리의 가정이었다. 분명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끝내 사회적 손길이 닿지 못한 채 절망에 무너진 것이다.
돌봄 공백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택 화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아이들 모두, 부모가 생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했다. 2020년 '라면 형제' 사건 이후 일부 제도적 보완이 있었지만, 유사한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아이돌봄,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늘봄학교 등 다양한 돌봄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주간 정규직 맞벌이 가정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자영업자, 야간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 이른바 '비정형 근로자' 가정은 사회보장 제도는 물론 돌봄의 사각지대에도 놓여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방과 후 1시간 이상 혼자 지내고, 긴급돌봄서비스는 신청자의 40%가 돌보미 매칭에 실패하고 있다. 근로 시간대의 유연성, 돌봄 수요의 다양성에 비해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다.
이쯤 되면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복지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제도적 보완만이 아니라 복지의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위기는 특정 계층에만 닥치지 않는다. 누구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촘촘한 복지 안정망을 구축하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갑작스러운 위기를 겪은 중산층 가정에 '선지원 후심사' 방식으로 긴급지원을 해야 한다. 위기의 실질적 상황을 기준으로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하고 나중에 정밀 심사 및 상환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자영업자나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야간·주말·24시간 돌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상돌봄 거점기관' 운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위기가정 조기감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빠르게 위기 징후를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감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더는 죽음 이후에야 발견하는 뒷북 복지로는 안 된다. 복지는 누구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 마주할 수 있는 위기를 함께 버텨주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비극을 우리는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도 복지 제도의 바깥에 머물지 않도록 복지 안전망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김순택 경남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