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92] 젠슨 황과 골든벨의 정신

골든벨은 소소하지만 낭만적인 이벤트다. 퀴즈 최후의 승자가 됐을 때, 혹은 술집에서 모든 테이블을 계산해 줄 때 울리는 종. 10월 말 서울 강남 삼성역 인근 한 치킨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0만원 상당의 골든벨을 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한 ‘치맥 회동’에서였다.
12월 초,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젠슨 황을 2025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비즈니스와 금융계를 휩쓸고 있는 AI 열풍”을 이끄는 반도체 제국의 수장. 엔비디아를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으로 만든 인물. 그가 두 동료와 창업한 회사는 이제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기업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한국 치킨집 ’99치킨’의 단골이며, 고향 대만의 야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소박한 억만장자다.

1976년 폴 매카트니가 윙스와 발표한 ‘Let ‘Em In’은 바로 이런 순간을 노래한다. 실제 초인종 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친구·가족·동료를 환대하는 따뜻함을 담았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누군가 종을 울리고 있어/ 부탁 하나 들어줄래?/ 문을 열고 그들을 들여보내 줘(Someone’s knockin‘ at the door/ Somebody’s ringin‘ the bell/ Do me a favor/ Open the door and let ’em in).” 이 노래는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3위, 2위에 오르며 100만장 이상 팔렸다.
이 노래는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환영하는 개방성의 찬가다. 그것이 바로 치킨집 골든벨의 정신 아닐까. 유력자들이 시민들과 한 공간에서 치맥을 나누고, 골든벨을 울려 기쁨을 공유한다. 젠슨 황의 딸이 기획했다는 ‘깐부치킨’ 방문. ‘깐부’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파트너’를 뜻하는 말이다. 경쟁 대신 협력, 독점 대신 나눔. 세계적 기술 제국의 수장이 보여준 것은 바로 이 오래된 가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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