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했던 '아동학대' 판단 방송심의 올해 다시 늘었다
아동학대 방송심의 2018년 0건, 2019년 2건, 2020년 12건, 지난해 2건, 올해 3건+α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아동학대 장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줄었던 아동학대 관련 심의가 올해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심의내역과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는 지난해 2건, 올해 9월 현재까지 3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건에 비하면 지난해 큰 폭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증가세다.
지난해 9월16일 방통심의위가 의결한 tvN 드라마 '마우스'의 경우, 일명 헤드헌터인 연쇄살인범 한서준(안재욱 분)이 캠핑장에서 어린 고무원(조연호 분, 만10세), 고무치(송민재 분, 만8세) 형제의 부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한서준이 고무치 어머니(서정연 분)의 머리채를 잡아 칼로 찔러 살해하는 것을 캠핑카 안에 숨어있던 어린 고무치 형제가 울면서 목격하는 장면, 어린 고무원이 동생을 구하려고 살인범을 유인하기 위해 캠핑카 밖으로 도망치다 끌려가 망치로 잔혹하게 폭행을 당하고 숨어있던 어린 고무치가 이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 장면 등이 나왔다. 그 외에도 폭력적인 장면을 아이들이 보는 장면을 다수 방영했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드라마 특성상 불가피한 장면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방송사에서 부모 동반과 분리촬영 등 어린이·청소년 출연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조치와 노력을 한 점, 적용조항이 신설 조항으로 일정기간 계도가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권고'를 의결했다. '권고'와 '의견제시'는 행정지도로 방송평가때 직접적인 감점이 없는 조치다.
해당 건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어린이청소년 출안자 인권보호) 1항과 2항을 적용했다. 2항의 경우 지난 2020년 말 개정했는데 “방송은 어린이·청소년 출연자의 신체적 안전 및 정서적 안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장면을 방송하여서는 안 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방송 프로그램 참여나 출연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출연자의 연령을 고려하여 적절한 보호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의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내용을 보면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 대한 재판에서 공개된 학대 내용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가해자들이 피해 아동을 물고문하는 모습의 삽화를 일부 흐림처리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 아동에게 개의 대변을 먹으라고 지시하는 모습의 삽화, 상처난 아동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을 일부 흐림처리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30일 KBS 드라마 '황금가면'에서 7살 아이를 옷장에 감금하고 밥을 굶기는 등 아동학대 장면을 내보냈다. 이에 방통심의위 소위원회는 의견진술을 결정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의견진술은 통상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방송사 측 소명을 듣는 절차다.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만 10세 아역배우를 성추행 자작극 장면에 출연시킨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지난 26일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방송심의 규정 중 어린이·청소년 시청자 보호 조항에 어긋나 넓은 의미에서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로 분류할 만한 심의도 있었다. 지난 7월 SBS '사내맞선'에선 회식 자리에서 묘기를 부리듯 폭탄주를 제조해 마시자 사람들이 환호하는 등 음주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방송했는데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는 심의요청이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음주를 미화할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는 점에서 심의규정을 위반했지만 가상의 현실을 극화해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 특성과 표현 수위 등을 고려해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최근 방송에서 아동학대 논란이 벌어져 KBS 제작진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7일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서 청소년이 상의를 탈의한 채 수술대에 누워서 포경수술 받는 장면을 방영했다. 당사자가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탔고, '세계 최초 5인 릴레이 포경수술' 등 자막을 진행자 웃음소리와 함께 넣어 희화화했다. 이후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제작진이 사과했다. 이 사안의 경우 방통심의위에 신고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심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는 2020년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지난해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받은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 의결 내역'에 따르면 2018년 0건, 2019년 2건으로 미미했다가 2020년 1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12건 중 11건이 '권고', 1건이 '의견제시' 등 행정지도 조치가 나왔다.
[관련기사 : 방송심의 걸린 선정적 아동학대보도 지난해 큰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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