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보다 고급차" SM7 오너들 바보 만들었던 2세대 SM5

SM5가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그사이 달라진 트렌드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죠. 1세대의 성공을 등에 업고 등장한 2세대 SM5는 이번에도 선대의 베이스 모델이었던 닛산 세피로의 후속 '티아나'를 기반으로 등장했고, 신형으로 거듭난 쏘나타를 견제하기 위해 충분한 상품성으로 무장했습니다.

닛산의 최신 스타일링을 그대로 이식한 외관은 전작의 단아한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두툼하게 키운 차체와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BMW의 디자인 포인트로 잘 알려진 '호프마이스터킥' 형태의 C 필러 등 수입차에서나 볼 법한 디테일을 곁들여 세련미가 돋보였죠.

같은 해, 우리나라에 정식 출시한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았죠. 앞서 공개된 상위 모델 SM7과 베이스 모델을 공유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닮은꼴이었는데, 툭 튀어나온 범퍼와 과한 장식을 곁들인 SM7에 비해 의외로 담백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차급은 분리했지만, 전작이 4기통 라인업과 6기통 라인업에 차이를 두었던 그것 그대로였어요.

꽃모양의 멀티 스포크 휠이 수수한 디자인과 잘 어울렸죠. 동급 경쟁차를 전장으로 압도했던 전작처럼 이번에도 준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늘씬한 전장을 자랑했는데, 폭이 좁은 일본의 도로 환경이 반영된 현지 모델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전폭이 경쟁차에 비해 크게 좁은 것도 여전했습니다.

후면부는 SM7과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번호판을 트렁크로 올려 무게감을 덜어냈고, 전면과 측면에 단정한 분위기를 이어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무당벌레 리어램프가 문제였어요. 의도적인 급 차이를 두고자 일부러 싼 티 나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르노삼성 실무진의 고심이 어렴풋이 느껴지죠.

당연히 다들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애프터마켓을 통해 테일램프를 꾸미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원작인 '티아나'의 LED 테일램프로 많이들 바꿨고, 테일램프 하나로 차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죠. 개인적으로 '벤츠 S클래스'와 판박이인 이 제품이 강렬하게 떠오르네요. 당시에는 불법 동화류로 분류되어 정기 검사 시 단속이 이루어졌는데, 이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불법이 아니게 된 제품들도 있다고 하네요. 아예 SM7으로 외관을 개조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실내 구성 역시 SM7과 동일했습니다. 덕분에 경쟁자보다 반 체급 이상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면서 'NF 쏘나타'와 '로체'의 투 버튼 인테리어에 망설이던 소비자를 르노삼성으로 끌어들이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됐어요. 좌우대칭 구조의 실내는 17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말 세련됐죠. 이른바 '거실 인테리어'로 불렸는데, 도시적이면서 정돈된 느낌을 선호했던 여성 고객들이 많이 선호했습니다.

어두운 내장은 깔끔함이, 베이지는 포근함이 돋보였어요. 또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 익스트림 'XE' 트림은 어두운 우드그레인과 푸른 직물을 덧댄 시트로 젊은 감각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지금 봐도 정말 못생겼네요. 오히려 기본형의 방패 같은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훨씬 낫죠.

탑승객을 향해 툭 튀어나온 센터패시아는 수많은 버튼을 품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복잡한 느낌을 최대한 덜어냈고, 오히려 조작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동굴형으로 자리 잡은 인포테인먼트는 내비 매립에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을 시공하는 게 거의 국룰이였을 정도였어요.

SM7과 함께 당시 카 오디오 매장의 매출을 올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단색의 LCD 모니터로 오디오 및 공조 정보를 띄워주면서 빈약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디자인한 것도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이밖에 국산 중형 최초로 적용된 카드 타입 스마트키, 운전석 메모리 시트, 좌우독립식 공조 장치와 공기청정기, 7인치 DVD 내비게이션 등 고급 편의사양 역시 상위 모델인 SM7과 공유하면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충격과 공포의 네이트 내비게이션도 그대로였어요. 뒷좌석은 전작만큼이나 넉넉한 휠베이스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했고, 편안한 시트와 넉넉한 크기의 암레스트, 전용 송풍구 등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편의성을 제공했어요.

골프백이 4개나 들어가는 트렁크 공간도 실용적이었고요. 또, 센서가 작동하면 전개되는 1차원적 '디파워드 에어백' 일색이던 당시 국산차와 달리 충격량에 따라 에어백 작동 조건을 달리해 에어백으로 인한 상해로 줄이는 스마트 에어백 및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전 트림 기본 적용한 것은 경쟁차를 압도하는 SM5만의 차별화된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라인업이 분리되면서 전작보다 단출해졌습니다. 개선된 직렬 4기통 2.0L 가솔린과 LPG, 단 두 가지 구성에 5단 수동 및 4단 자동변속기를 매칭 했죠. 거대한 몸집에 비해 수치상 빈약한 엔진 출력이었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큰 불편 없이 가속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절 차들의 출력이 모두 고만고만하기도 했고, 차의 성격이나 주 소비자의 성향을 보면 단점까지는 아니었죠. 한편 전작에서 크게 지적받았던 저속에서의 변속 충격이 개선됐고, 후륜 멀티링크가 탑재되면서 코너에서의 거동이 보다 차분해졌습니다. 의외로 승차감은 동급 대비 단단하다는 평가가 주류였어요.

다만 한결같이 나쁜 연비, 내구성은 좋지만, 동급 대비 비싼 부품값과 공임비는 단점이었습니다. SM7과 의도적인 급 차이를 두고자 차체 자세 제어장치 'VDC'를 옵션으로조차 마련해주지 않은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죠. 이후 연식 변경 등을 통해 최상위 트림 17인치 휠 디자인을 변경하고, DMB와 블루투스 핸즈프리, 네이트 드라이브, 30GB 내장 하드디스크와 SD카드를 이용해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패키지 'ins-700'을 선택사양으로 추가하는 등 소소한 상품성 개선을 거쳤습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옵션 가격으로 선택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지만요.

뉴 SM5는 이번에도 닛산 베이스의 안정적인 품질과 단아한 디자인, 경쟁 모델과 결을 달리하는 특유의 감성 마케팅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에 과거의 영광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았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국내 중형차 판매량 2위로 올라서며 늘 경쟁차를 멀찌감치 쏘나타를 턱밑까지 추격했죠. 다만 앞서 출시된 상위 모델 SM7과 차체를 공유했기 때문에 내·외관의 일부 디테일과 파워트레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일한 모델이었고, 우려대로 형제 모델이나 다름없는 SM7과 판매 간섭을 일으켜 소위 팀킬을 하기도 했습니다.

- 멜론머스크의 이용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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