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3년간 배당 중단 '테슬라 될까 노키아 될까'

조회 3,6112025. 2. 4. 수정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가 올해부터 3년간 현금 배당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의 적자가 지속될 전망으로 배당보다 사업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당 없이 투자에 집중한 기업들의 성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테슬라는 배당 없이도 사업 확장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했다. 반면 노키아는 배당을 줄이고 투자에 집중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SDI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향후 투자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쌓이는데 수익은 줄고…배당 중단 딜레마

삼성SDI는 지난달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에는 기본 주당 1000원(우선주 1050원)을 지급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10%를 추가 배당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삼성SDI의 배당 성향이 높지 않은 편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배당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기업이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투자 확대를 위해 내부 유보금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배당이 꾸준했던 기업이 갑자기 배당을 중단하면 이는 △수익성 악화 △현금 흐름 악화 △대규모 투자계획 등과 연관된다.

삼성SDI의 이번 결정은 실적 악화와 투자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현지 공장 증설과 R&D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 에너지' 1·2공장 건설, GM과의 합작 투자, 현대자동차의 배터리 공급 계약 등 주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으로 배당 재원이 부족해졌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5% 감소한 3633억원에 그쳤다. 4분기에는 2017년 1분기 이후 8년여 만에 순이익도 적자로 전환됐다.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2024년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133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본업에서 창출하는 현금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배당 재원이 될 잉여현금흐름이 당분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주주환원보다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공장 건설 및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희생한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당 중단은 전고체, 4680, LFP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및 JV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투자 매력 저하,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

삼성SDI의 배당 중단 결정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확신한 선택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투자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주환원을 배제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주주들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일정 수준의 배당 수익을 고려해 투자를 진행해왔다. 특히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배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배당 중단 결정이 삼성SDI의 투자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실제로 주주환원 정책 변경 공시 후 삼성SDI 주가는 전일 대비 2.58% 하락한 22만6500원에 마감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달 3일 주가는 20만7000원까지 급락했다. 배당 중단 결정과 글로벌 거시 변수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익성과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유지한다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삼성SDI의 ROE는 2022년 말 12.52%에서 △2023년 말 11.48% △2024년 1분기 10.21% △2024년 2분기 9.21% △2024년 7.01%로 매 분기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SDI의 배당 중단이 투자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면 결국 이를 통한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이 주주들에게 보상으로 돌아올지가 핵심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얼마나 빠르게 투자 성과를 입증할지가 관건"이라며 "3년 후 이 결단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주주 신뢰를 잃고 기업 가치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게 될 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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