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분양도 억울한데, 더케이 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 전락"

12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가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온천 체험형 숙박시설 준공 과정에서 실행된 대출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온천을 분양받으려 했다. 시공사와 시행사는 책임 준공을 약속했지만, 자금이 고갈됐다는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다. 완공은 봐야했기에 대출까지 받아서 자금을 대줬다. 그러나 준공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대출을 해준 은행은 빚을 갚으라고 한다. 혹시 이 은행이 시공사와 '밀착 관계'라면 어떨까.

인천 강화군 석모도 숙박시설인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준공을 위한 대출금이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며 원천 무효화를 외치는 더케이저축은행 차주들의 얘기다. 시공사의 주관은행인 더케이저축은행은 부당한 개입은 없었다며 선을 긋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더케이저축은행이 온천 체험형 숙박시설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공사를 위한 잔금대출상품을 부실 관리한 것이 분양 사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케이저축은행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금융사다.

협의회는 이달 12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를 열고 "우리는 500여명으로 구성된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조성 사업의 분양계약자이자 준공을 위해 잔금 대출에 직접 기재한 차주"라면서 "잔금 대출 부실 관리는 물론 사업 책임과 대출금 집행 주체인 사업자들에게 편의를 주고 금융 약자인 우리에게 신용 관리 대상 등재로 일상과 사업에 어려움을 끼친 관련 대주단을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는 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114-12 일원에 지어지는 온천 체험형 숙박시설이다. 염전이었던 이 일대에서 온천이 터지면서 리안월드, 효자촌, 에이치에스랜드 등 시행사가 주도한 사업에 500여명의 수분양자가 몰렸다.

지난 2017년 3월 시작된 리안월드 핫스프링 빌리지 조성은 지지부진했고 3년 뒤인 2020년 9월 동호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시공사 선정 이후 대주단으로는 더케이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이 참여했다.

협의회는 노후 생활 자금 용도와 온천 사용 등의 목적으로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쏟아부었는데 준공 일자는 미뤄지고 구경도 못한 대출금이 시공사로 흘러들어가 신용불량자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더케이저축은행이 시공사인 동호건설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차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케이저축은행과 시공사 동호건설 간의 밀착 관계를 제기하는 근거 중 하나는 수백억원의 대출금 중 공사 외 목적으로 쓰인 자금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토지 소유권자인 수분양자들은 통상 준공 이후 치르는 잔금을 내기 위해 더케이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공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준공 일자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였다.

수분양자들이 더케이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은 약 322억원이다. 협의회는 이 중 실제 공사 대금으로 140억원가량이 쓰였다고 보고 있다. 또 협의회에 따르면 나머지 30억은 시공사 동호건설이 시행사의 전환사채(CB)를 사는 데 쓰였고, 109억원가량은 2차 부지 약 13만평을 매입하는 데 활용됐다. 남은 대출금 중 일부는 이자 충당 비용으로 사용됐다고도 협의회는 설명했다.

협의회는 시공사가 대출금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더케이저축은행과의 유착을 지적했다. 더케이저축은행이 시공사 의중을 알고 있으면서 수분양자들이 대출을 받게 했다는 주장이다.

시위에 참가했던 한 수분양자는 "보통 준공이 다 된 이후에 잔금을 치르는데 자금이 없어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고 하기에 대출을 받았다"며 "어차피 나중에 낼 잔금인데 먼저 내는 게 무슨 차이냐고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수분양자는 "대출로 생긴 이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내기로 약속했는데 1년 정도 이자를 내더니 연체되기 시작해 대출 연장도 거부했다"면서 "심지어 시공사는 수분양자들이 받은 대출금으로 시행사를 인수하기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더케이저축은행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출을 실행했다며 시공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더케이저축은행은 "본 건 사업장은 2016년 시작된 사업장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으나 당 저축은행은 새로운 시공사 동호건설와 도급계약 체결 및 시행사의 추가 자금조달 계획, 전 시공사와의 공사 타절 전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상적인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2021년 3월 대출을 실행했다"며 "대출 취급 이전 사기분양 등 수분양자와 시행사 간의 문제에 대해서 금번 대주단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대주단이 본 건에 대해 실행한 대출은 시공사에 대출한 것이 아니다"면서 "수분양자 개개인에 대한 대출로 진행한 건으로 최초 공동대주인 OSB저축은행과 함께 약 320억원이 실행됐고 일부 상환돼 현재 잔액은 약 23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동호건설과의 관계에 대해선 "밀착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잘라말했다.

더케이저축은행은 또 "2022년 8월 시행사에 자금보충이행 관련 시정권고통지, 시공사에는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예고 통지를 시행했고 같은 해 9월 시행사 및 시공사에 채무인수 통지를 했다"며 "대출만기 1차 연장 이후 시행사·시공사에 채무인수 재통지 및 시행권·시공권 포기 및 양도 재통지 등을 진행했고, 연장만기일인 올해 3월 26일 이후 본 건 담보물 중 시행사 지분에 대한 공매신청 및 시공사공사대금 채권 가압류, 시행사 및 시공사 등 연대보증인 전원을 대상으로 지급명령(본안소송 포함) 신청해 진행 중으로, 편법으로 시공사를 도와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