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파일럿에 전략 제시 …'공중戰 제왕' AI참모 출격
다목적 무인기 개발에 총력전
AI파일럿이 인간 조종사 도와
최적의 비행 경로 실시간 제안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증 돌입
한화·LIG 등 K방산 대표 기업
기존 무기들도 무인화로 추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생산공장. 탁 트인 거대한 공장 내부에는 기존 항공기들과는 다른 낯선 비행체들이 늘어서 있었다.
길이 3m, 날개 폭 2m 내외 크기의 다목적 무인기 'AAP'다. KAI 직원들은 기체를 유심히 살피며 점검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비행체들은 미래 공중전의 핵심 개념으로 떠오른 유무인 복합체계(Manned-Unmanned Teaming·MUM-T)의 대표적인 무인 플랫폼이다.
공중전의 주도권이 '인간 단독'에서 '인공지능(AI) 협업' 체계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 됐다. 2020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가상 공중전 대회 '알파도그파이트'에서 AI 파일럿이 인간 F-16 조종사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둔 사건은 당시 방산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직관과 찰나의 판단력이 중요했던 근접 교전에서도 AI의 전술 판단 능력이 입증되면서 무기 개발 경쟁은 유무인 체계를 묶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대한민국 방산도 'AI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 확보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선 KAI는 유무인 복합체계 구현을 위한 AI, 빅데이터 등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핵심 기술 확보에 이미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체 투자를 단행했다.
AAP에 탑재될 KAI의 AI 파일럿 '카일럿'은 무인 체계 자율성의 핵심이다. 이는 기존 항공기의 자동항법장치와 구조를 달리한다. 기존의 자동 비행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미리 지정된 경로를 따라 기계적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으로, 비행 중 예기치 못한 적의 위협이나 돌발 장애물을 마주했을 때 인간 조종사가 개입하지 않는 한 충돌이나 피격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KAI의 카일럿은 전장 상황을 스스로 인식·분석하고 자율적으로 최적 경로를 추론해 회피 비행을 하거나 임무를 재할당하는 자율성을 지닌다. 단순한 조종 대행을 넘어 실시간 전술적 대안을 조종사에게 제시하는 'AI 참모' 역할을 수행한다. KAI는 단계적인 실증을 통해 카일럿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에는 장애물을 회피하는 비행 인공지능을 상용 드론으로 실증했으며 지난해에는 AAP 축소기에 카일럿을 탑재해 비행 시험까지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실제 AAP 기체를 활용한 본격적인 비행 실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미래 공중전은 유기적인 편대 조합으로 완성된다. 소형 무인기 'SUCA' 편대가 고위협 방공망에 선제 침투해 적 레이더·방공 거점을 무력화하면 후방의 중형 무인 전투기 'MUCCA'와 KF-21 같은 유인 항공기가 차례로 진입해 타격을 완수하는 구조다. 향후 편대 작전의 주축이 될 소형 무인 전투 체계인 SUCA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기종이 KAI가 개발 중인 AAP다.
KAI 관계자는 "소형 드론부터 전략급 무인기까지 전체 포트폴리오를 자체적으로 설계·제작·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완비한 상태"라며 "독자 개발 중인 자율제어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주력 기종인 FA-50이나 KF-21의 글로벌 수출 시장과 직접 연계해 전 세계 지형과 고객 요구에 맞춘 차별화된 다목적 유무인 생태계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공중 전장뿐 아니라 지상과 해양 영역에서도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방산 업계의 MUM-T·AI 기술 접목은 확대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AI 기반 지능형 천무 등 주력 화력 체계의 무인화를 추진하는 한편 자율주행·무인 포탑 기술을 적용한 유무인 협업 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LIG D&A는 2024년 정찰용 무인 수상정 체계 개발사업 등을 통해 해양 무인 체계 분야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년간 축적한 유도무기·임무 장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무인 체계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로템은 미국 방산 테크 기업 안두릴과 협력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와 자율화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박승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기서 지면 정말 큰일인데”…대구시장 여론조사 ‘박빙’에 국민의힘 긴장 - 매일경제
- 논란 싣고 달리던 '카카오 T블루' 결국 스톱 - 매일경제
- “잠도 안자고 생중계 본다”…‘국민 영웅’ 급부상, 20대 필리핀女의 정체 - 매일경제
- “90세 어르신 손톱 깨지는 거 보고 창업했죠”...땅콩 산업 새 바람 일으킨 이 남자 - 매일경제
- “여기는 주가 빠졌네”…‘삼전닉스’ 10조원 넘게 판 외국인들 산 종목 - 매일경제
- “이란에 전쟁 났는데 우리가 왜”…아시아 국가들 IMF 이후 최대 통화 위기 - 매일경제
- '반도체 톱10' 실적·주가 보니 … 삼전닉스 아직도 가성비 있네 - 매일경제
- [속보] 트럼프 “이란과 ‘대단하고 의미 있는 합의’ 아니면 ‘노딜’” - 매일경제
- 삼전 파업 피했는데 정치권은 붙었다…노란봉투법으로 번진 여야 공방 - 매일경제
- 北 김정은은 공동 응원이 고마울까, 우스울까···‘핑퐁 외교’와 다른 한국 정치의 스포츠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