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달러 위상 흔들리는 지금이 국제화 기회…원화 영토 넓혀야”

신경립 논설위원 2026. 5. 18. 17: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연준 의장 교체로 美통화정책 ‘중요 선택의 순간’ 맞아
워시 양적 긴축 예고, 韓 금융시장에도 막대 영향 전망
한은, 전세제도 운용∙가계부채 문제 등 해소 시급 과제
삼성이 던진 ‘기업이익 투자∙배분’ 화두 사회적 논의를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과 맞물려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한미 중앙은행의 리더십 교체로 금융시장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이달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시 의장의 등장으로 연준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critical moment)을 맞았다”며 양적긴축정책을 예고한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이 우리나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총재가 강조하는 원화 국제화에 대해서는 “다소 어려움이 따라도 추진하는 것이 맞다”며 “이란 전쟁으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는 지금이 원화 영토를 넓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김 교수가 금통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인 4월 28일 고려대에서 진행됐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소 어려움이 따라도 한국은행이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기자

-미국 연준이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있다. 워시 지명자가 이끌 연준의 특징을 예상해본다면.

△지난달 연방상원의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부분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독립성 문제가 많이 거론됐지만 이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야 할 문제일 것이다. 벤 버냉키 의장 시절부터 활성화된 연준의 외부 소통 수준을 낮추겠다는 의사도 내보였다. 한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는 연준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해 대차대조표를 축소(양적긴축)하는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대된 상태인데 워시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점진적인 축소를 강조했다.

-연준이 ‘매파’로 돌아서는 것인가.

△워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차 양적완화(QE2)에 반대했고 그 때문에 연준 이사직을 사임했다. 그가 ‘매파’로 알려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 이후의 양적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있다. 다만 금융위기 때의 발언만으로 매냐 비둘기냐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물가와 경기의 딜레마에 갇혔을 때 워시가 어떤 기조를 취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당시 버냉키와 워시 중 어느 쪽이 맞았다고 생각하나.

△QE2를 실행하지 않았을 때 현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워시의 주장은 과도한 양적완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인정할 만하다고 본다.

-최근 미국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당장은 아니더라도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안 하지는 않을 텐데, 그로 인해 경기가 너무 위축된다면 대차대조표를 다시 확대하기보다는 금리를 낮추려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워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금리를 낮추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건드리려 한다는 ‘음모론’이 벌써부터 제기될 정도다.

-현재 미국 경기는 양적긴축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워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AI) 보급으로 생산성이 제고되고 경기도 괜찮은 수준이라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금리를 낮춰 경기를 띄우려 할 텐데.

△연준이 경기를 부양하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애초에 지금의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은 전쟁이라는 공급 충격 때문이므로 수요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할지, 워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결국은 무엇을 먼저 할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바둑을 둘 때 어느 수를 먼저 둘지 순서가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래도 미국의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연준 내부의 반발이 클 것 같다.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그랬듯이 워시 후보자가 19명의 연준 위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플레이션과 AI 생산성 등에 관한 확고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면 미국 경제에 행운이겠지만 불운이 될 수도 있다. 1970년대에는 연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악화했고 결국 폴 볼커가 극심한 긴축에 나서야 했다. 그 덕에 물가는 잡았지만 경기는 박살이 났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미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선택의 순간(critical moment)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한은도 신임 총재를 맞았다. 어떤 정책 변화가 예상되나.

△물가나 경기 대응은 통상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그보다도 신 총재가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가 금융인데 환율·부동산·부채 등 금융에 얽힌 여러 문제 중 어디에 가장 비중을 둘지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신 총재가 원화 국제화를 강조한 것은 주목된다. 신 총재는 원화 국제화가 한국을 진정으로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원화 국제화에 힘을 싣다 보면 다른 사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신 총재가 어떤 선택을 내리고 관철시킬지, 그 결과에 따라 신 총재를 선택한 이재명 정부의 공과 과가 갈릴 것이다.

-지금 어떤 사안이 시급해 보이나.

△전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학계에서는 전세 제도가 과거 금융 후진성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게 한 유용한 도구였다는 주장과 반대 의견이 갈린다. 중장기적으로 전세 제도를 어떻게 가져갈지, 무엇보다 전세 제도가 금융과 얽혀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원화 국제화 문제는 어떤가.

△원화 국제화도 다소 어려움이 따라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지금이야말로 원화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달러화 영향력이 1% 줄어들 때 원화가 조금이라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달러 패권 붕괴의 우려가 커졌는데.

△달러 패권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진정한 달러 패권 약화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통제하지 못하고, 연준이 독립성을 잃고, 달러화 신뢰도가 떨어질 때 오게 될 텐데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지 않다. ‘페트로 위안’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지만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경제를 완전히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 시장을 개방했다가는 1996년 한국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

-달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국발 충격에 유독 취약하다.

△달러화 익스포저를 줄일 필요는 있다. 어떻게 비중을 조절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원화 국제화가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있었다면 이미 실행에 옮기지 않았겠나.

-신 총재의 취임을 계기로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신 총재는 미래의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에 있어 적극적인 편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매파적 성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현재의 물가 수준은 금리를 올릴 정도로 높지는 않다고 본다. 그것보다는 우선 금융 안정이 중요시될 것이다. 그것이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한미 중앙은행이 새 리더를 맞으면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대도 커졌는데.

△필요한 상황이 오면 신 총재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진짜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다른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국과 소통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안 되는 일을 되게 할 수는 없다. 한국은 유동성 위기 상황이 아니지 않나. 정치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나.

△전쟁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있다. 현실화한다면 오일쇼크 이후로는 처음으로 사람이 만든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셈이다. 인류에게는 큰 재앙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정책 제언을 한다면.

△잠재성장률을 키우려면 인구가 늘거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최근의 출산율 반등세를 이어가려면 기존 세대의 희생을 감수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처우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생산성에 관해서는 AI라는 변수에 더해 ‘기업 이익이 무엇인가’라는 큰 화두가 던져진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서 드러났듯이 기업 이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만 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너무 많이 나누면 미래를 위해 투자할 몫이 사라진다. 결국 ‘파이 나누기’인데 먼저 투자 비중을 정한 뒤 나머지를 주주∙노조∙경영진이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온 국민과 정치권, 청와대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임 의장 취임을 앞둔 연준의 통화정책을 전망하고 있다. 권욱기자

◇He is…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8년과 2003~2011년에 미국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으며 미국 버지니아대 조교수, 조지타운대 비상임교수 등을 거쳐 2010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통화정책 전문가로 한은에서도 조사국 자문교수,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 등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달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됐다. 금통위원 임기는 2030년 5월 12일까지다.

신경립 논설위원 kls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