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미 수능 필수과목 한국사를 ‘필수화’ 공약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김예윤 기자 2024. 9.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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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외벽에 서울시교육감보궐선거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2024.09.12.뉴시스

중학교 교사 출신인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4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화’를 공약으로 넣었다. 하지만 한국사는 이미 2017년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응시를 안 하면 수능 응시 자체가 무효로 처리된다. 동아일보 기자가 12일 이미 도입된 제도를 공약에 넣은 이유를 묻자 김 후보는 “정책팀에서 역사 교육 강화 차원에서 역사교과 시수 강화 등을 고민하다 실수로 들어갔다. 실수라는 사실을 인지했는데 인쇄물 수정을 미처 못 했다”고 해명했다.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후보 등록일(26, 27일)이 2주도 안 남은 가운데 일부 후보의 경우 교육감 권한 밖이거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책 공약보다 정치색 짙은 구호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20, 30%에 불과하고 유권자도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찍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책 고민 없이 단일화에만 몰두하면서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감이 자사고·9월 수시 폐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정책 공약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은 정책자료집에서 “자사고, 특목고는 부잣집 학생, 달리 말하면 부모 찬스 학교이기 때문에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개별 자사고를 평가 후 지정 취소할 순 있지만 미리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올 1월 지난 정권의 자사고 특목고 폐지 방침을 뒤집어 이들 학교에 대한 법적 지위를 부활시켜 놓은 상황에서 곽 전 교육감의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과거에도 특목고 폐지를 주장했는데 당시 그의 둘째 아들이 외고에 재학 중이란 사실이 드러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1호 공약’으로 내세운 ‘9월 수시모집 폐지 입법화 추진’ 역시 교육감 권한 밖이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국회와 협력해 9월 수시모집 폐지 입법화를 추진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시 폐지는 국회에서 추진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등학교에서 3학년 2학기까지 교육 과정을 다 마친 후에 대학입시를 시작하자는 뜻이다.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초중고 교육을 바꿀 수 있으니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는 있고 정책은 없는 교육감 선거

정책 공약 경쟁 보다 상대 진영을 향한 정치적 비판에 열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출마 선언에서 “10여 년간 서울 교육은 좌파 세력에 황폐화됐다.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사석에서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때려잡았다’는 발언을 해 내부에서조차 “양 진영 모두 포용해야 하는 교육감 후보로서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9일 출마 선언에서 “그동안 서울 교육은 특정 정치 집단의 볼모였다. 교육자로 포장한 정치인이 수장을 맡아온 결과 황폐화됐다”며 “학교는 학생을 동성애자로, 친북 주사파로 길러내는 데 거침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수위 높은 정치 구호로 논란이 됐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8, 9일 진행한 무선ARS(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 설문조사에선 보수·진보 진영에서 각각 선호하는 후보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12.5%)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14.4%)이 꼽혔다. 둘 다 유죄 전력이 받은 적이 있지만 그나마 인지도가 높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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