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전국의 신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다세대·다가구 등 비(非)아파트 세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월세로 거주하는 등 월세가 대세가 됐다.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로 나타났다.
1∼2월 기준 월세 비중은 2021년까지만해도 41.7%였지만 2023년 55.2%로 절반을 넘어선 뒤 올해 처음으로 60%를 돌파,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에서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월 월세 비중은 수도권이 60.2%로 1년 사이 3.1%p 증가한 반면, 지방은 63.5%로 5.4%p 급증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큰 폭 확대되고 있다.
실제 전국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1∼2월 44.2%로 1년 새 2%p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비파아트 월세 비중은 76.3%로 1년 전보다 5.6%p 급증했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지방이 82.9%, 서울 76.1%, 수도권 73.2%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전세사기로 빌라에 대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됐고, 지방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자 임대인들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하면서 월세화가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월세를 얼마 받을지 계산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지면서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수도권 전월세전환율을 5.9%, 지방은 6.9%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경기 둔화로 금리가 낮아질수록 월세화 흐름은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매매 대기 수요가 위축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하는 임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월세가 상승하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결국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