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반나절 생활권' 개통 40년 광주대구고속도로

대구-광주를 잇는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올해로 개통 40주년을 맞았다. 지역민들에게는 '88올림픽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이 도로는 왕래가 불편한 대구와 광주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했을 뿐 아니라, 동서 교류와 화합을 활성화시키는 상징적 가교 역할을 해왔다. 2015년에는 전 구간 확장(왕복 2차→4차로)을 통해 '사고 다발 도로'라는 오명을 벗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현재의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해 만40살 된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는 1984년 영호남지역 화합과 국토 발전을 위해 개통됐다. 총연장 175.3km, 400여리에 이른다. 1980~90년은 1970년대와 달리 고속도로 건설 정체기였다. 10년간 고속도로 증가분이 326km(총 1천225km→1천551km)에 불과했다. 대도시와 대규모공업단지 사이를 잇는 고속도로망은 어느 정도 골격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각 도로의 상호연계망 구축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건설된 대표적인 고속도로가 1981년 10월 착공돼 1984년 6월 개통된 대구-광주 노선, 이른바 '88올림픽고속도로'였다. 보통 지역 이름을 따서 고속도로 명칭을 붙이던 관행을 깨고 88올림픽고속도로라는 명칭을 정한 점이 색다르다.

착공 무렵 결정된 88서울올림픽 유치를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와 화합의 상징인 '올림픽'을 도로명에 붙여 영호남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았다.

실제 지난 7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선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기념하는 '달빛시리즈'가 열렸다. 달빛시리즈는 각각 대구와 광주를 연고지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라이벌전을 일컫는 명칭으로, 2020년까지는 '88고속도로 씨리즈'로 불렸다.

40주년 시합에서 시구를 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화합의 상징인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처럼 한국도로공사는 많은 지역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교통인프라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착공 2년 9개월 만인 1984년 6월 준공했다. 개통식 모습. 한국도로공사 제공

◆총연장 400여리, 대구광주 반나절생활권으로

88올림픽고속도로는 1981년 10월 착공해 2년 9개월 만인 1984년 6월 준공했다. 설계 당시 왕복 4차로를 전제로 2차로에 시속 80km로 정했다. 이렇게 속도를 낮춘 것은 88올림픽고속도로 구간에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았고, 총연장 175.3km 중 곡선 구간이 112.1km(64%)로 직선 구간에 비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 가장 긴 왕복 2차로 구간으로, 급커브 구간이 많고 중앙분리대가 없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길이기도 했다.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으로 가장 교통이 불편한 곳이었던 대구와 광주가 곧장 연결돼 반나절생활권으로 이어졌다. 주요 경유지인 고령, 거창, 함양, 남원, 순창 등 지형이 험준해 철도건설계획조차 수립된 적이 없었던 곳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남부내륙 오지마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 이후 나주 배, 완도 김, 목포 세발낙지, 흑 산도 홍어 등이 대구나 포항까지 팔려나갔다. 또 대구와 거창 사과를 비롯해 동해 오징어, 영덕대게가 소백산맥을 넘어 광주 인근지역으로 빠르게 보급되는 등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졌다. 노선이 지나가는 가야산국립공원과 덕유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등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아울러 난공사 구간이 많았음에도 국내 기술진만으로 설계와 시공을 마무리지어 관련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도 88올림픽고속도로 건설의 효과 중 하나였다. 전 구간을 시멘트 콘크리트포장 및 기계화로 시공한 점, 고속도로 공사와 동시에 한국통신공사 주관으로 광섬유통신관을 매설한 것도 88올림픽고속도로가 남긴 성과였다.

광주대구고속도로 경남 합천 구간의 '야로 대교' 는 높이 약 110m로 국내 교각 중 가장 높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사고 다발 고속도로 오명도

88올림픽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내내 사고 다발 고속도로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 가장 긴 왕복 2차로 구간으로, 급커브 구간이 많고 중앙분리대가 없는 유일한 고속도로로 유명했다. 사망 사고율이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매우 높고, 사고 치사율마저 높아 '죽음의 고속도로'란 악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1990년에서 2003년까지 14년 간 전국 고속도로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2000년에는 교통사고 치사율이 43%에 달해 다른 고속도로의 4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대구의 한 여객운수 차량 업체 관계자는 "88고속도로는 왕복 2차로에 중앙 분리대가 없고 구불구불한 곡선 구간까지 많다 보니, 자칫 추월 시도를 하다 충돌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높았다"고 회상했다.

또 88올림픽고속도로는 기존 아스팔트 포장에 비해 도로 파손이 적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모든 노선에 시멘트를 활용한 콘크리트 포장을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고속도로는 눈부심이 심해 운전자들의 눈 피로를 높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교통안전에 중점을 두고 차로 확장 및 직선 배치, 입체 구간 설치를 했다. 2014년 10월 공사가 한창인 고령군 양전리 구간. 매일신문 DB

◆2015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재탄생

88올림픽고속도로 안전문제를 해결하고자 신설 수준의 확장공사가 추진됐다. 총 2조 1천300여억원을 투입해 2008년 11월 확장공사에 착수, 2015년 12월 전 구간 4 차로로 개통됐다. 고속도로 명칭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변경됐다.

사업계획부터 준공까지 교통안전에 특히 중점을 뒀다. 선형이 불량한 2차로 도로를 선형이 곧은 4차로 도로로 확장했다. 전 구간에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교차로도 평면에서 전 구간 입체로 전환했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구간 4곳에 갓길을 활용한 추월차로를 적용했다.

운전자 편의도 각별하게 배려했다. 기존 88올림픽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4개소(지리산, 거창 각 양방향) 밖에 없었고, 휴게소 간격도 50km 넘어 매우 불편했다. 확장사업 과정에서는 휴게소를 4개소(강천산, 논공 각 양방향) 추가 설치했다. 졸음쉼터도 5개소를 건설해 휴게시설 간격을 25km 이내로 배치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장대교량인 '야로대교'가 가조나들목과 해인사나들목 사이에 개통됐다.

확장 개통 이후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대폭 줄었다. 2015년 한 해에만 11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3년 2명, 개통 이후(2016~2023) 평균 3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담양-성산 142.8km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되고 휘었던 도로가 똑바르게 펴짐에 따라 총연장도 182km에서 172km로 줄었다. 통행속도는 시속 80km에서 100km로 높아졌다. 운행거리가 짧아지고 주행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광주에서 대구까지 차량 운행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돼 물류비용도 큰 폭으로 줄었다. 2015년 개통 이후 일평균 교통량은 6만6천323대에서 8만8천37대로 30% 이상 증가했다. 고속도로에 인접한 지리산과 가야산국립공원을 비롯해 해인사, 덕유산 등 유명관광지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은 "영남과 호남 사이에는 험준한 소백산맥이 있어 교류가 어렵고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다. 이 두 지역을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는 두 지역 간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라며 "전 구간이 4차로 확장 개통된 이후 대구와 광주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imaeil.com

#대구 #광주 #88올림픽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

2015년 확장 개통한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교통 안전이 크게 보강됐고, 영호남 교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