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노출 경쟁 벌이더니…600억 쓸어담은 BJ들 [이슈+]
사례 1.
2000년생인 BJ과즙세연(본명 인세연)은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미국 비버리힐스 거리를 걷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인플루언서'가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지난달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S/S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이청청의 라이(LIE) 컬렉션에 참석해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연간 32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과즙세연의 주요 콘텐츠가 노출 의상을 입고 섹시 댄스를 추는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에 과즙세연과의 출연 예고 영상에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수지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6에서 과즙세연을 패러디한 '육즙수지'로 화제가 돼 만남을 기획한 것으로 보이나, 해당 영상이 논란의 중심이 되자 결국 삭제했다.
사례 2.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 감동란(본명 김소은)은 자신이 활동하는 플랫폼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동란은 아프리카TV BJ와 조직폭력배 출신 유튜버가 연루된 마약 사건을 언급하며 "감방 다녀오고 마약 해도 방송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며 "이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고 일갈했다.
감동란이 특히 문제를 제기한 건 '엑셀방송'과 '별풍깡'이었다. 감동란은 별풍깡에 대해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환전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누군가가 많이 별풍선을 쏴주면 해당 BJ 몸값이 올라가 좋고, BJ는 돈을 환전하고, 세금과 수수료를 떼고 별풍선을 쏜 사람에게 돌려주는 방식인데, 돈세탁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엑셀 방송은 "BJ들은 돈을 벌기 위해 소위 있는 놈들끼리 뭉치고, 그들에게 기생하려 한다"며 "그들만의 무리에 껴서 돈을 벌려면 마약도 섹스도 같이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리카TV는 시청자들이 BJ들의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현금성 아이템'인 별풍선을 선물하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시청자는 별풍선 1개를 111원(부가세 포함)에 사고 BJ가 1개당 60~70원씩 가져간다. 시청자는 별풍선을 하루 최대 1만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아프리카TV가 BJ들에게 평균적으로 가져가는 수수료는 30%로 알려졌는데, 유명 BJ의 경우 베스트·파트너 BJ라는 이름으로 수수료 20%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아프리카TV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지난해 매출액은 3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03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늘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별풍선 매출 상위 10명의 BJ에게 총 656억원을 지급했다. 매출 1위 BJ 커맨더지코의 작년 한 해 별풍선으로만 200억원을 실수령했다.
아프리카TV 10명 BJ의 실수령 총액은 2021년 132억원, 2022년 214억원이었다. 1년 만에 실수령액이 3배 이상 급증한 배경엔 엑셀 방송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BJ 10명 중 9명이 '엑셀 방송' 운영자였다. 엑셀 방송은 BJ들이 별풍선 후원을 통해 받는 후원금 순위를 실시간으로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공개하는 방송이다. 운영자가 게스트 BJ들을 모아 진행하는데, 게스트 BJ들은 주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내세워 후원을 유도한다. 운영자는 방송 후 기여도에 따라 게스트에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BJ들의 매출과 영향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대도서관, 쯔양과 같은 아프리카 TV 출신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여럿 배출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다. 유명 걸그룹으로 활동하다 BJ로 전향한 사례도 있다. 러블리즈 서지수가 대표적인 예다. 배우 이병헌을 협박한 혐의로 유죄 판결받으며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그램 출신 김시원(활동명 다희) 역시 2018년부터 BJ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난해에만 2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다만 김시원은 올해 2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아프리카TV는 게임과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방송이 이뤄지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여캠'이 꼽히고 있다. 여캠은 미모의 여성 BJ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대화하는 콘셉트의 방송을 통칭한다. 여기에 잊을 만 하면 터지는 BJ들의 범죄 행위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기여하고 있다.
그룹 크레용팝 출신 엘린의 경우 2018년부터 BJ로 제2의 인생을 살았지만, 이후 10억원 가량의 로맨스 스캠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로맨스 스캠은 이성 혹은 동성에게 로맨스를 가장한 호감을 얻은 후, 그 호감을 이용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기 수법을 일컫는다.
코인 게이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프리카TV에서 BJ 수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서모씨는 지난달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회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투자금을 속여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법인계좌 체크카드를 이용해 아프리카TV 별풍선을 구매한 혐의도 받았다.
서씨는 아프리카TV에서 별풍선 '큰손'으로 활동하며 지난 2021년 유명 BJ들에게 투자받아 상장도 되지 않은 티오(T.O) 코인을 선취매하고 이를 인터넷방송을 통해 홍보하다 코인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거두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해당 코인에 수억 원씩 투자한 BJ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아프리카TV 코인게이트'로 불렸다.
'더 인플루언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던 BJ 오킹 역시 스캠 코인 연루 의혹 및 거짓 해명 논란으로 현재까지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더 인플루언서' 스포일러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승 상금 3억원도 얻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BJ들의 막말과 선정성 논란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TV도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인지한 듯 사명을 'SOOP(숲)'으로 변경했지만, 이번에는 배우 전도연, 공유, 공효진, 수지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숲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재판장 임해지)는 지난 4일 매니지먼트 숲 측이 아프리카TV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그런데도 두 상호가 유사하다는 지점은 인정했다. 다만 각자의 영업에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적 분쟁에는 승리했지만, 아프리카TV의 선정적 콘텐츠와 별풍선을 매개로 한 BJ들의 갑질 관리 등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과방위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를 불러 BJ·시청자 간 사행성 유도와 청소년 도박 문제 등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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