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Tee 왜 그곳에 있을까?
[매경골프포위민 노현주 기자]
여성골퍼들이 주로 이용하는 레드 티는 다른 티잉 구역에 비해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페어웨이에 둥그렇게 대충 깎아놔 상태가 허접한 곳도 있다. 레드 티는 왜 그곳에 있을까.
골프 종주국 스코틀랜드에서는 티잉 구역을 단 2개만 사용했다. 모든 코스에서 티잉 구역은 백(Back) 티와 프런트(Front) 티가 전부였다고 한다. 시간 이 흐르면서 레귤러 티와 시니어 티, 레이디 티가 하나둘씩 생겨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의 한국 골프장은 거리에 따라 대부분 5개 컬러(블랙, 블루, 화이트, 옐로, 레드)의 티잉 구역을 운영한다. 레드 티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해 레이디 티라고 불리는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배려와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챔피언 티인 블랙부터 블루, 화이트, 옐로 등 4개의 티잉 구역은 대부분 남성 골퍼들을 위한 것이다. 여성 골퍼는 실력에 상관없이 오로지 한 곳만 이용하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에 국내 유명 골프코스 설계가인 송호 골프디자 인 대표는 “과거에는 골프가 남성 위주의 스포츠 였다. 여성 골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이었고 티잉 구역 설정에도 일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레드 티의 위치만 유독 들쑥날쑥한 점도 문제를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홀은 레드 티가 다른 티잉 구역과 달리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 기도 하고, 페어웨이 위에 둥그렇게 대충 깎아 놓은 곳에 티가 꽂혀 상태가 허접한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레드 티 설정 기준에 물음표가 찍히는 대목이다.
레드 티가 지나치게 앞쪽에 있다면 ‘사모님 티’ 의심,
진행 빠르게 하려는 의도 있어
코스 설계 및 시공 전문기업 제이디지에이 하종두 대표는 몇몇 홀의 레드 티가 지나치게 앞쪽으로 나와 있다면 캐디에게 혹시 ‘사모님 티’인지 물어 볼 것을 권했다. 캐디가 씨익 웃어 보인다면 시니어 여성 골퍼들의 재미를 도모하고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설정된 티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골프장 설계 시 블랙 티는 보통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m 이상 나는 골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정됐고 블루는 240~250m, 화이트는 200m, 레드는 160m 순으로 설계된다. 미국과 일본에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160m보다 적게 나가는 여성 시니어 골퍼들을 위한 ‘핑크 티’가 운영 되지만 한국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제 거리를 내며 레드 티를 이용하던 골퍼의 입장에서는 플레이 도중 다른 몇 개 홀보다 전장이 훅 짧아진 홀을 마주치면 플레이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 골퍼가 유입돼 연령대가 젊어지고, 상대적으로 비거리가 긴 여성들도 점점 느는 추세다. 설계가들은 이를 배려해 티잉 구역을 추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형평성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견인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레드 티가 다른 티잉 구역과 동떨어져 앞쪽에 위치해 있는 것은 거리가 짧은 여성 골퍼들의 플레이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할 수 있다.
페어웨이 위에 덩그러니 놓인 티잉 구역,
플레이어빌리티(Playability) 최악의 골프장
페어웨이 중간에 쌩뚱맞게 티가 있는 골프장은 다신 와선 안 된다. 홀대받는 기분이 들고 비싼 그린 피를 내고 온 자신이 후회스럽기까지 할 터이다. 이러한 골프장은 ‘플레이어빌리티’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빌리티는 골프에서 ‘친다’는 의미의 플레이(Play)와 ‘능력’의 의미를 가진 어빌리티 (Ability)의 합성어로 골프를 칠 수 있는 적정성(환경)의 기준이 된다.
티에 대한 플레이어빌리티에는 올바른 크기와 위치, 방향성이 고려돼야 한다. 티가 공략점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으면 허공에 공을 띄우는 것과 다름 없고, 골퍼가 서 있을 때 평탄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티 샷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티를 꽂아야 하는 공간이 페어웨이 잔디와 동일하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레드 티가 이상한 곳에 있다면 플레이어빌리티가 떨어지는 골프 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안 좋은 환경에서도 비싼 그린피를 지불해야만 하는 불균형을 차츰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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